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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구의 공연무대에 선 광주의 청소년 문화축전 - 청소년 문화축전 & 대구 페스티벌
    취재파일 2011. 9. 12. 19:22

    '아시아 문화주간'에 참석했던 아시아 각국의 청소년들, 그리고 한국 청소년들은, 광주를 넘어 대구로 찾아갔다.

    아시아 여러나라에서 온 청소년들은, 광주에서 열렸던 일주일 간의 축제 속에서, 아시아 청소년 문화축전, 문화포럼, 독서캠프 등의 세부 프로그램들을 경험하고 참여했다. 그 과정에서 자국을 알리는 동시에 한국 청소년들과 어울리면서 새로운 컨텐츠를 만들어 내는 등, 민간 사절단 같은 임무를 수행했다.
     
    이들은 '아시아 문화주간' 행사가 끝난 뒤 곧장 집으로 날아가지 않고 대구를 찾았는데,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관람하고, 축하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그 중 일부는 대구에서 열리는 무대 위에서, 공연을 통해 각국의 문화를 소개했다.
     
    광주의 축제가 대구에 영향을 미치고, 아시아의 문화가 대한민국 여기저기에 소개됐다는 점에서, 이번 행사는 단순히 외국인 청소년들의 관광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특히 최근에 여기저기 산발적으로 많이 일어나고 있는 지역 축제들이, 이렇게 교류를 하며 얽힐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줬다는 점에서, 앞으로 다른 지자체들이 벤치마킹하고 발전시키면 좋을 내용이다.




    ▲ 대구의 한 식당에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모인 아시아 청소년 문화축전 참가 청소년들.



    ▲ 타자키스탄에서 온 한 여학생은 이미 동성로를 돌면서 마음에 드는 귀걸이를 싸게 샀다며 귀에 걸고 다니며 자랑을 했다.






    아침 일찍 광주에서 출발한 이들은 대구에 도착해서 동성로 일대를 돌아다니며 구경을 했다 한다. 아직 광주에도 적응하지 못했는데 대구라는 도시를 봐서 그럴까, 광주와 대구가 어떻게 다르냐는 질문에는 마땅히 대답을 찾지 못 한 채 웃음을 보여줬다.

    이들이 대구에서 먹었던 저녁식사가 전주비빔밥이었던 것 처럼, 사실 이들에게 광주와 대구는 별 차이 없는 그냥 코리아의 두 도시일 뿐이었을 지도 모른다. 많은 것들이 뒤섞여 있어서 어지러웠거나, 혹은 별 차이를 느끼지 못했을 수도 있고, 잇따른 힘든 일정 속에서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던 만큼, 몸이 고단해서 딱히 관심을 가지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그래도 이들은 동성로라는 새로운 지역을 경험하면서 이미 천 원 짜리 귀걸이를 샀고, 작은 기념품들을 구입했다. 광주에서 활동 중일 때도 이것저것 많이 샀다는 말을 들으며, 그래도 뭔가 표현할 수는 없지만 다른 것을 느끼긴 느끼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 미얀마에서 온 두 학생은 영어가 익숙치 않아서 그런지 둘이 꼭 붙어 다녔는데, 그 중 한 학생은 자국에서 전통무용으로 무대에서 공연을 한다 했다. 자신의 모습이 담긴 사진첩을 보여줬는데, 믿기지 않을 정도로 화려한 모습. 사진처럼 옷을 입고 공연하는 모습을 꼭 한 번 봤으면 싶을 정도였다.



    ▲ 국립극장 문화동반자 프로그램으로 한국에 와 있는, 가나의 페닉스 오포소, 스리랑카의 말릿 우펜드라. 둘 다 현대무용을 하는 사람들이라 그런지, 한국에 와서 처음 본 관계이지만 쉽게 친해질 수 있었다 한다.



    ▲ 라마단이 끝난 것을 축하해야 한다며 아이스크림 가게 앞에 멈춰 선 한 학생.






    학교 개강 날짜 때문에 한국 학생들은 대구에 많이 가지 않았지만, 이번 대구 일정에는 독특한 외국인들이 많이 참여했다.

    한국 음식 중 쌈밥이 가장 맛있었다는 나이지리아 문화부 공무원, 빨간 별이 찍힌 인상적인 티셔츠를 입고 다니며 수박이 가장 맛있었다고 대답한 우즈베키스탄의 뮤지션, 어린 나이지만 미얀마에서 전통춤을 공연하고 있다던 청소년 등, 이야기를 나눠 보면 주눅이 들 정도로 대단한 청소년들이었다.


    스리랑카의 무용가 말릿 우펜드라와 가나의 현대무용가 페닉스 오포수는, 문광부 국립극장 문화동반자 프로그램으로 한국에 와 있다가 이번 대구행에 참여했다. 이들은 단순히 따라온 것 뿐만이 아니라, 동성로 근처 국채보상운동 기념공원에서 자신들의 무용을 무대 위에서 선보이기도 했다.
     
    이렇게 열거 해 보면 다들 한 가닥 씩 하는 대단한 사람들인데, 비슷한 티셔츠를 입고 다같이 밥을 먹고 있을 때는 단순히 놀러 온 외국인들 처럼 보였다. 연예인들도 수수하게 입고 일상생활 하고 있으면 그다지 빛 나 보이지 않는 것 처럼, 이들도 무대 위에 올라야 비로소 빛나는 새의 화려한 날개를 볼 수 있었다. 어쩌면 그게 바로 수많은 사람들이 무대 위에 오르고 싶어하는 이유가 아닐까.






    ▲ 아시아 청소년 문화축전 참가자들은 대구 동성로 근처의 국채보상운동 기념공원에서 열린 공연을 관람했다.






    길을 걷다가 한 말레이시아 학생은, 라마단이 끝났음을 축하해야 한다며 길거리 아이스크림 가게 앞에 멈춰 섰다. 아이스크림 가게 주인도 터키인가 어디인가에서 온 외국인, 그 앞에서 구경하는 사람들도 대부분 외국인.

    갑자기 동성로 거리가 마치 외국의 여행자 거리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아직은 이들이 길을 걷고 있으면 지나가던 사람들이 웅성거릴 정도로 외국인이 그리 익숙치 않은 동네이긴 했지만. 그래도 이런 행사들로 인해 조금씩 거리가, 지역이 열릴 거라는 기대를 가져 본다.



    어쨌든 이들은 저녁무렵 시작된 세계육상선수권 대회 축하공연에 참석했고, 이들 중 일부는 '아시아 문화축전 참가자와 함께하는 아시안 비트'라는 제목으로 따로 마련된 시간에 무대에 올랐다.

    가나에서 온 페닉스 오포수는 Power of dance라는 제목의 현대무용을 선보였고, 스리랑카의 말릿 우펜드라는 생존자라는 제목의 무용을 보여줬다. 각각 아프리카의 열정적인 춤과, 스리랑카의 내전으로 인한 상처 등을 보여주는 격정적인 몸동작이었다.






    ▲ 무대에 오르니 사람이 달라 보였던 가나의 현대무용가. 아프리카의 활동적인 몸동작을 현대 무용으로 풀어낸 듯 했다.



    ▲ 스리랑카의 무용수 역시 무대에서 보니 완전히 달라 보였다. 스리랑카 내전을 주제로 한 듯, 다소 어둡고 무거운 몸동작이 인상적이었다.









    마지막 무대는 광주에서도 몽골 수교 기념 공연과 월드뮤직 페스티벌 등으로 여러번 무대에 올랐던, '알탄 우라그'가 장식했다. 탁 트인 넓은 무대에서도 이들의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와 악기 소리들은 관객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불러 일으키고, 호기심을 자극시키기에 충분했다.

    객석에 앉아 피곤한 눈을 연신 비벼가며 끝까지 자리를 지키던 아시아 문화축전 참가 학생들은, 다음날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관람하고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 한다. 다들 한국에서의 일주일을 어떤 기억으로 가지고 고국에 돌아가 있을지 참 궁금하다. 
     
    살다가 어느 길 모퉁이에서 이들을 마주칠지도 모를 일이다. 어쩌면 내년에도 또 한국에서 이들을 만날지도 모를 일이고. 어쨌든 세계는 좁으니, 어디선가 다시 또 만날 날이 있을 테다.

    그 때가 되면, 이번엔 그래도 낯설지 않은 인사로 환히 웃으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세상은 또 조금씩 조금씩 가까워져 가는 건지도 모른다. 아시아가, 세계가 좀 더 가까워지는 큰 계기가, 이 작은 발걸음에서 이미 시작됐는지도 모른다. 아무쪼록 이들이 앞으로 열어갈 아름다운 세상을 함께 기대해 보자.




    ▲ 아시아 문화주간 동안에 광주에서도 많은 공연 무대에 올랐던 알탄 우라그. 대구에서도 좋은 공연을 보여 주었다. 이들 덕분에 몽골 음악에 관심을 가지게 된 사람들도 꽤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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