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외에 소풍 나온 유치원 생들 보니까, 얘네들이 벌써 여성어를 사용하고 있었다.
그것 뿐만 아니라 연애질(!)도 열심히 하는 모습도 보였다.
개울에 놓인 돌다리를 건너기 위해서 선생님이
"여러분~ 짝하고 잡은 손 놓고, 한 줄로 걸어가요~"
했는데, 끝까지 잡은 손 안 놓고 둘이 함께 나란히 걸어가는 커플이 꽤 있었음.
뒤에서 보던 초보 선생님이 걔네들에게 손 놓으라고 타이르자,
남녀 꼬마 커플끼리 울먹울먹 시투룽. 그 자리에서 꼼짝을 안 해.
경륜 있는 샘이 그걸 보고 오더니, "손 꼭 잡고 조심해서 건너요~"
하고 둘이 함께 건너게 해 주니까 그제서야 방긋방긋 움직였다.
초보 샘도 뒤에서 어이가 없어서 피식 웃고, 보던 나도 피식 웃고.
그러면서 드는 생각.
'너네도 나중에 공대 여대 들어가면 다 끝이야, 지금 마음껏 즐기렴~' 후훗
며칠전 지인이
"여자는 왜 남자가 길에서 손 잡거나 뽀뽀하자면 부끄럽다고 피할까?"
라며 우울하게 물었다. 딱 보니 지가 거절당한 게 표시가 줄줄 나고.
다음은 그 지인과의 대화.
지인: 여자는 왜 남자가 길에서 손 잡자고 하거나 뽀뽀하자고 하면 부끄럽다고 피할까?
나: 모든 여자가 그런 건 아냐.
지인: 아냐, 많은 여자들이 그러던걸!
(지가 거절 당했다고 세상 모든 여자가 그런줄 아나봐 ㅋ)
나: 여자들은 다른 사람들 시선에 신경 많이 쓰거든.
그래서 길에서 손 잡자고 하는 걸 여자가 부끄럽다며 피했다는 건,
'너 같은 놈이랑 손 잡고 다니는 거 보이면 쪽팔린다'라는 뜻이야.
지인: 아냐! 사람 없는 데선 손도 잡고 뽀뽀도 한단 말야!
나: 그러니까, 다른 사람 앞에서 하기엔 쪽팔리는 남자란 뜻이지.
지인: 아냐! 우린 벌써 1년이나 사귀었단 말야!
나: 그래서?
지인: 1년이나 사귀었다고! 정말 부끄러워서 그랬을 거라고!
나: 그럼 그렇게 믿고 사시든지~ㅋ
지인: 그럼 1년이나 사귀었는데 피하는 건 무슨 이유인데?!
나: 똑같은 이유지. 남들에게 보이기 쪽팔리는 남자.
지인: 그래서 저번에 사람 많은 데서 기습적으로 뽀뽀했더니 막 화 냈던 건가...?
나: 당근.
지인: 그 이후에도 계속 만나고 있단 말야. 물론 그 당시에는 달래느라 혼 났지만.
나: 쪽팔리는 넘이 남들 보기 민망하게 뽀뽀하니까 당근 화 나지.
그 쪽팔림에 위안이 될 만큼 위로도 받고 뭔가 벗겨먹을 생각 한 거고.
지인: ... 넌 너무 비관적이야!
나: 그래 너 순수하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