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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쓰레기 매립지 위에서 피어난 꽃들 - 인천 수도권매립지, 드림파크 가을 꽃밭 개방
    취재파일 2011. 11. 25. 13:37


    우리가 버린 쓰레기는 다 어디로 갈까. 생각해보면 참 신기한 일이다. 매일매일 동네 골목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는 저 많은 쓰레기들이 밤에 차에 실려 어디론가 가긴 가는데, 어디로 가서 어떻게 처리되는지 제대로 살펴본 적은 없다. 아마 어디선가 태워지고, 남은 재는 땅에 파묻겠지 라고 어렴풋이 짐작 할 뿐.

    그 의문에 해답을 던져주는 곳이 바로 ‘수도권매립지’다. 수도권매립지는 인천광역시 서구 백석동에 조성된 쓰레기 매립지로, 서울, 인천, 경기지역 약 2,400만 시민이 배출하는 각종 쓰레기들을 처리하는 곳이다. 단일 규모로는 세계 최대 규모라고 하는 이 쓰레기 매립지는 총 4개 매립장과 1개의 시설공구로 이루어져 있다.












    언뜻 쓰레기 매립지라고 하면, 쓰레기가 산처럼 쌓여져 있고, 수시로 드나드는 트럭들이 시커먼 먼지 풀풀 날리며 쓰레기를 퍼붓는 지저분한 곳이 떠오른다. 그런데 수도권매립지는 그런 이미지와는 사뭇 다르다. 친환경 매립지를 표방하며, 환경생태공원까지 조성되어 있어, 여기가 과연 쓰레기 매립장이 맞나 싶은 생각마저 들게 한다.

    쓰레기 매립장의 이미지를 바꾸고, 골프장을 비롯한 각종 공원으로 조성해서 일상적인 공간으로 인식될 수 있도록 만들어가는 노력이 ‘드림파크’라는 이름으로 진행 중이고, 그 과정 중 일부를 선보이기 위한 행사가 ‘2011 드림파크 가을꽃밭 개방’ 행사였다.












    지하철 검암역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드림파크 입구에 도착하니, 쓰레기 매립지라는 이름만으로 상상했던 것과는 다르게, 깨끗한 주변환경 속에서 화사한 국화꽃들이 여기저기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색색이 다양한 국화꽃들이 밝은 태양 아래 저마다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한들한들 바람에 춤 추고 있었고, 하트 모양이나 나비 모양 등의 다양한 모양들로 형태를 이루고 있는 꽃들이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국화꽃들로 화려하게 꾸며져 있는 마당 뒤쪽으로 넘어가보니, 작은 개천을 넘어서 넓은 풀밭이 펼쳐지고, 일부에는 코스모스 꽃밭도 조성되어 있었다. 따스한 햇살 아래 단체로 관람 온 아이들의 노란 옷들이 반짝반짝 빛났고, 꽃과 함께 어울린 그 작은 손들이 지나는 사람들의 입가에 웃음을 머금게 했다.












    그러던 중 좁은 징검다리를 건너려던 한 무리의 아이들 속에서 선생님이 외쳤다. “자, 여러분, 여기는 좁고 위험하니까, 짝이랑 잡은 손 놓고 건너세요. 손 놓으세요”. 선생님의 말에 따라 손을 놓고 옹기종기 건너는 아이들. 그런데 그 속에 한 커플의 아이들만 시투룽한 표정으로 말 없이 다리를 건너지 않고 서 있었다.

    젊은 선생님은 “손 놓고 건너세요”하고 재촉했지만, 그 커플은 끝내 맞잡은 손 놓지 않고 둘이 함께 고개를 푹 숙이고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보고 온 나이가 좀 많은 선생님이 “조심해서 손 꼭 잡고 건너세요” 하자, 둘은 이내 밝은 표정으로 돌아와 징검다리를 천천히 한 발, 한 발 내딛기 시작했다.

    젊은 선생님은 기가 막힌다는 듯 뒤에서 피식 웃었지만, 그들은 아랑곳없이 서로서로 한 걸음 앞서거니 뒤서거니, 먼저 간 사람이 뒤에 오는 아이 손을 꼭 잡아주고, 뒤에 오는 아이는 그 손아귀에 의지해서 천천히 다리를 건너고, 또 둘이 서고, 또 한 사람이 앞으로 나가고, 그렇게 다른 사람들보다 느리게, 천천히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갔다.












    참 신기한 일이다. 거대한 쓰레기 더미 위에서도 꽃이 피고, 비릿하게 시큼한 바람에 초라하게 흔들리는 그 작은 꽃들 사이에서도, 서로 꼭 잡은 두 손 놓지 않으려는 사랑이 있었다.

    참 신기한 일이다, 그 넓은 공간, 수많은 일들은 다 잊혀지고 남은 것 없어도, 그 작은 두 꽃잎의 사랑은 진하게 남아 오래오래 기억 속을 맴돌고 있으니 말이다.














    어디든 사랑 있는 곳에 꽃이 피려나. 아무리 작아도, 아무리 비천해도, 저 많은 사람들 중에서 아무도 기억해주고 소중하게 여겨주는 사람 없다 해도, 서로서로 아껴주고 다정하게 꼭 잡은 그 두 손 사이 어디쯤에서 아름다운 꽃이 피려나.

    한없이 드넓은 쓰레기 바다, 시큼한 냄새가 공기를 진동하는 그 어느 좁고 위험한 징검다리 위에서 한 송이 국화가 피어난다면, 사랑, 그것이 바로 사랑일 테다.

    어쩌면 오래오래 잊고 지내던 그것, 어쩌면 각박한 현실에 잊고만 지내던 그것, 어쩌면 이 험한 세상에 필요 없다 여기던 그것. 다음 계절이 다시 찾아오면 쓰레기 더미 위에서 찬란하게 빛나는 그 예쁜 꽃을 찾으러 한 번 가 보자.

     












































    참고:
    * 드림파크에서는 수시로 여러가지 행사들이 열리고, 검암역에서 셔틀버스가 운행된다.
    * 수도권 매립지 홈페이지: http://www.slc.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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