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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령도에 심청이의 인당수가 - 중화동 교회 무궁화, 콩돌해안, 심청각, 사곶 해수욕장
    취재파일 2011. 11. 27. 05:28


    중화동 교회, 백령도 무궁화

    백령도의 중화동 교회는 무궁화로 유명하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이 백령도 무궁화는 높이가 6.3미터로, 지금까지 알려진 무궁화 중 가장 크다고 한다. 일반적인 무궁화의 수명은 약 40~50년 정도인데, 이 무궁화는 수령이 대략 100년 정도 됐을 거라고 추측하고 있다.






     





    ‘중화동 교회에서는 무궁화를 보세요’라는 안내에 따라 내려서 교회당으로 올라가는 짧지만 가파른 계단을 올랐다. 그런데 대체 무궁화같이 생긴 것이 안 보였다. 대체 무궁화가 어디 있다는 거지 하며 작은 교회 건물 한 바퀴를 빙빙 돌 정도였다.

    그런데 마치 파랑새처럼, 무궁화는 무리 위에서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워낙 키도 크고 오래돼서, 바로 옆을 스쳐 지나면서도 미처 무궁화라고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다. 그 정도로 이곳 중화동 교회의 백령도 무궁화는 일반적인 무궁화의 모습과는 조금 다른 모양을 하고 있었다.










    중화동 교회는 1930년대 건립된 것으로, 교회 옆의 작은 기독교 역사관은 19세기 초부터 백령도와 주변지역의 선교역사를 모아 놓았다. 무궁화 하나 보고 돌아가기엔 꽤 먼 거리이므로, 작고 조용한 교회 주변에서 잠시 쉬었다 가도 좋을 곳이다.

    이곳으로 들어오면서 보이는 풍경, 그리고 이 작은 언덕 위에서 내려다 보이는 풍경은 마치 어느 농촌 같은 분위기인데, 백령도는 어업보다 농업을 더 많이 하는 섬이라 한다. 백령도에서 생산되는 쌀은 백령도의 군인들과 주민들을 다 먹이고도 남아서, 다른 섬에 팔 정도라고.

    참고로 백령도에는 일주일에 세 번 보급선이 들어오는데, 우유나 달걀 같은 상하기 쉬운 것들도 보급선을 통해 들어와서 항상 신선한 것을 먹을 수 있다 한다.












    콩돌해안


    콩돌해안은 이름 그대로 콩알만 한 돌들이 해변을 따라 쫙 깔려 있는 곳이다. 콩돌이라고는 하지만 사실은 콩보다 큰 자갈들이 더 많다.

    해안을 따라 깔린 자갈들은 모두 동글동글한 모양새를 하고 있는데, 백령도를 이루고 있는 규암이 해안의 파도로 닳고 닳아 생겨난 것이다. 그래서 콩돌해안은 백령도의 지형과 지질 특색이 잘 나타나 있는 곳으로 대표된다.

    걷기에 조금 불편하긴 하지만, 돌들이 모두 동글동글해서 발바닥 다칠 염려 없이 자박자박 걸으면 발 밑으로 느껴지는 따뜻하고 동그란 느낌이 좋다. 특히 파도가 밀려오는 곳에 가서 가만히 쪼그리고 앉아 있으면, 오가는 파도와 함께 조그만 돌들이 쓸려 다니며 쫘라락 소리를 내는 것을 들을 수 있다. 한없이 바라보면 왠지 마음이 안정되는 느낌의 소리다.

    콩돌해안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작은 자갈들을 덮고 찜질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색깔이 제각기 다른 귀여운 돌들도 많아서, 돌 줍기에 여념이 없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이 콩돌들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것으로, 반출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으니 주의하자. 

























    심청각


    이곳에 오기 전에 우리가 알고 있는 심청이 이야기의 무대가 백령도라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던 사람이 있을까. 그저 어딘가에 있었을 법 한 동화라고만 생각했던 심청이 이야기의 주 무대가 바로 백령도라 한다.

    심청각 안내자 분의 말에 따르면, 국내 학자들이 인당수로 추정되는 곳을 조사하다가, 이곳이 인당수일 가능성이 높다라고 한 곳에 이 심청각을 지었다고 한다.

    그런데 백령도 전설의 심청이 이야기는 우리가 아는 것과는 약간 다른데, 심청이가 연꽃으로 환생한 것이 아니라, 파도에 떠밀려가 구조되어 어느 고을 원님의 아들과 혼인해서 아버지를 만났다고 한다.


     











    심청각은 너른 잔디밭 위에 2층 규모의 자료실 및 전시관으로 구성되어 있고, 바다 쪽 광장에는 심청이 동상이 세워져 있는 조촐한 곳이다.

    심청이 동상 바로 앞에 넘실대는 바다를 보고 있자면, 공양미 삼백 석에 팔려간 옛 여인의 인신매매, 살인미수 현장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을 느낄 수도 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저 멀리 어스름이 보이는 장산곶을 바라보며 분단 현실을 한 눈에 느껴볼 수도 있다.



    이곳에 오르면서, 그리고 오르고 나서도 여기저기 군데군데 무기들이 흔히 눈에 띈다. 전시용으로 갖다 놓은 것이기는 하지만, 이곳이 최전방이라는 사실을 상기시켜주기에 충분한 물건들. 그래서 심청각은 심청이의 효심과 실향민의 아픔을 동시에 기리고 간직하는 곳이다.

    일반적인 절경이나 해안 같은 관광지와는 좀 동떨어져 있고, 약간 높은 곳에 위치해 있어서 한 번 찾아가기가 쉽지 않다는 단점이 있지만, 이곳에서 바라보는 북한 땅과 그 사이의 빠른 물살, 그리고 그 위에 몸을 던졌을 심청이로 시각과 감각, 그리고 상상력을 펼쳐 보기에 좋은 장소다.



















    사곶 해수욕장, 천연비행장


    갑자기 버스가 바닷가로 돌진했다. 앗, 해변으로 이렇게 자꾸 가다가 바퀴가 모래에 푹 빠지면 어쩌려고! 난 절대 안 밀어, 연약하니까! 라고 생각했지만, 버스는 바다 바로 앞까지 갔어도 멀쩡하게 달릴 수 있었다. 일반적인 모래사장으로 이루어진 해변과는 다른 사곶 해수욕장은 그렇게 첫인상부터가 달랐다.

     










    사곶마을에 있는 이 해안은 ‘사곶 해수욕장’이라는 이름으로 흔히 불리지만, ‘사곶 비행장’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이 해안은 썰물 때, 수평에 가까운 평평한 모래판이 너비 200미터, 길이 2킬로미터 정도로 모습을 드러낸다.

    처음 들어가서 보기엔 여느 해수욕장과 다를 것 없는 모래사장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규암 가루가 두껍게 쌓여 이루어져서 바닥이 콘크리트로 다져진 것처럼 단단하다. 이런 조건 때문에 한국전쟁 때 유엔군의 비행장 역할을 했다 한다. 어쩌면 나중에 백령도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섬이 되면, 이곳이 다시 활주로로 쓰이게 될지도 모르겠다.

    오랜 기간 민간인 출입 통제구역이었지만, 1989년 개방되어 여름 휴양지로 인기를 끌고 있는 ‘사곶 해수욕장’은, 세계에서 딱 두 곳 밖에 없는 바닷가 천연 비행장이다. 이 곳 외에 다른 한 곳은 이탈리아의 나폴리 해안이라고 한다.
















    짧은 일정을 마치며


    어린이 기자단과 함께 백령도를 여기저기 둘러 봤더니 어느새 해가 지고 어둠이 찾아왔다. 낮 시간 내내 유람선에서, 바닷가에서, 여기저기서 뛰어 놀며 장난치고 웃으며 뒹구는 아이들을 보고 있으려니, 저 에너지 조금씩만 내게 좀 나눠주지 싶은 마음이 절로 들었다.

    몸이 커지면 움직이는 데 에너지가 많이 들어서 쉽게 피곤해 지는 걸까, 그래서 귀차니즘이 몸 속 여기저기 박혀서 움직이기 싫어지는 걸까, 그래서 공룡은 멸종한 걸까. 사곶 해수욕장에서 ‘꼴찌 하면 밥 안 준다’라는 농담에도 미친 듯이 바닷가를 달려가는 아이들을 보며 잠시 그런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이들도 하루 종일 엄청난 에너지를 뿜어낼 수만은 없는 일. 저녁밥을 먹고 바로 시작된 공부 시간에는 꾸벅꾸벅 조는 애들도 많이 보였다. 어쩌면 에너지가 모자라서 잠이 오는 것이 아니라, 공부라는 것 자체가 원래 잠을 불러 오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아이들이 배우고 있는 내용을 잠시 들어봤더니, “어두운 색의 점판안, 천매암과 밝은 규암이 교대하며 독특한 무늬를 이룬 지층은 해안절벽에서 180도 꺾이며 대규모 습곡구조를 형성했다” 이런 내용. 잠이 올 만 하다.

    나도 잠이 오길래 슬며시 자리를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사암, 규암 이런 거 나오면 아직도 골치가 아프다. 배워두면 어디선가 다 써먹는다는데, 돌 이름은 여태까지 살면서 단 한번도 써먹은 적 없다, 죽기 전에 한 번쯤은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으려나.









    그렇게 훌훌 나와서 백령도 최대 번화가라는 도심으로 마실을 나가봤다. 밤 아홉 시 정도였는데 이미 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다. 요즘은 웬만한 섬에는 다 들어가 있어서 생필품 사는 데 육지보다 많이 비싸게 돈 들일 필요가 없어진, 편의점들이 밤길을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백령도에도 이미 여기저기 편의점들이 꽤 들어와 있는 모습.

    그리고 번화가답게 노래방과 술집, 다방 등이 쭉 늘어서 있고, 술집에는 아직도 사람들이 많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조금 안쪽으로 들어가니 이내 주택가. 섬의 번화가라 해 봤자 딱 손바닥 만 했다. 주택가에서 파도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나가보니 바로 또 바다가 나왔다. 검은 바다. 어쩌면 섬에서 하룻밤은 이 검은 바다를 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가만히 보고 있으면 빨려들 것만 같은 어둠의 물결.

    바다야 다 어디든 똑같고, 섬도 어디든 다 비슷하고, 또 해변도 그렇지만, 백령도와 이 일대는 이 지역이 가진 특수성 때문에 매력적인 곳이다. 황해도 쪽에서 가면 한 시간이면 갈 수 있을 듯 한 거리를 아직은 다섯 시간 정도 걸려서 가야만 하는 곳. 더 갈 수 없는 먼 땅이 가깝게 내려다 보이는 곳.

    백령도 장사치들이 대부분 불친절했다는 점과, 한 번 가서 묵는데 돈이 좀 많이 드는 편이라는 것이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그래도 마치 해외의 어느 섬에 나간 독특한 지형을 하고 있어서 마치 해외의 어느 섬에 간 듯 한 느낌을 주는 섬으로, 백령도는 한 번쯤은 가 볼만 한 매력이 있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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