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도는 장산곶에서 19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어, 북한과 가장 가까운 곳으로 전략적 요충지로 중요한 곳이라 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북한과 가까이 있다고 하면 떠오르는 그런 긴장감은 별로 없고, 그저 조용하고 평온한 어촌 섬으로 아름답게 바다 위에 떠 있을 뿐이다.
대청도
대청도에는 옥죽포라 불리는 포구가 있는데, 이곳은 태자가 들어온 곳이라 해서 이렇게 이름 붙었다. 고려말기 원나라 순제(원 혜종, 토곤 테무르)가 계모의 모함을 받고 이곳으로 귀양을 왔다 한다.
그 모함의 내용은 이렇다. 계모가 자신의 아들을 황제로 만들기 위해 순제를 불러서 등을 긁어 달라며 옷을 벗었는데, 순제가 가까이 다가가자 겁탈하려 한다고 소리를 질렀다 한다. 누가 봐도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이라 누명을 뒤집어 쓰고 벌로 귀양을 간 곳이 바로 대청도다. 이후 그는 다시 돌아가 황제에 올랐지만, 이미 원나라는 기울기 시작했고, 그가 죽기 직전에는 새롭게 세워진 명나라에 밀려서 천도를 하기도 했다.
대략 그런 사연을 가진 원나라 태자가 귀양을 왔다는 이야기가 널리 알려져 있지만, 사실 대청도는 고려시대 때 단골 유배지였다 한다. 아마도 섬이 비교적 작고, 육지와 가깝기도 하면서도, 수도권에 가까워 그랬던 것이 아닌가 싶다.
역사적 유배지라는 암울한 이미지 말고도, 대청도를 대표하는 이색적인 것으로는 동백나무 자생 북한지가 있다. 주로 남해안 일대에서 자라는 동백나무가 대청도에도 있는데, 희한하게도 대청도보다 더 북쪽에서는 이 나무가 자라지 않는다 한다. 그래서 대청도의 동백나무 자생지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보존되고 있다.
이외에도 섬의 대부분의 산지로 이루어져 있어 주민들이 주로 어업에 종사한다는 것, 섬 둘레가 거의 모두 모래사장으로 돼 있고, 갯벌이 없어서 여름 휴양지로 쓰이기 안성맞춤이라는 특징 등이 있다.
지금은 그저 대청도로 향하는 사람들이 잠시 들러 구경하고 나가는 섬 정도로 인식되고 있지만, 점점 때가 덜 묻은 아름답고 조용한 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을 가능성이 충분한 섬이다.
옥죽포 모래사구
대청도에는 사막이라 부를 수 있을 만큼 크고 넓은 모래산이 있다. 옥죽포 근처에 있는 모래산인데, 이 지역은 대규모 해안사구가 발달해 있다.
오랜 시간 바람이 만들어 놓은 이 모래산은 발을 디딜 때마다 푹푹 빠져서 오르기가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꼭대기까지 오르면 수평선과 해안선, 포구 모습과 방풍림 등이 옹기종기 모여 앉은 독특한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마치 사막과 바다가 어우러져 있는 듯 한 느낌이다.
아이들이 마음대로 올라가서 뛰어 놀고 뒹굴 수 있기 때문에, 햇살 따뜻한 날 바다에 들어가기 직전에 몸 풀기 용으로 이용해도 좋겠다. 비료포대 같은 게 있으면 모래 썰매를 타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곳이다.
농여 해변
농여 해변은 사실 해수욕을 하기에는 좋은 곳이 아니다. 하지만 바다가 꼭 들어가라고 있는 것만 은 아니지 않은가. 이 해변은 지각활동으로 생성된 특이한 바위들이 많아서, 바다와 함께 어우러진 아름다운 해변 풍경을 느린 걸음으로 조용히 감상하기 좋다.
고목나무처럼 생겼다 해서 이름 붙은 고목바위도 있고, 횡압력을 강하게 받아서 수직으로 세워진 지층 단면을 볼 수도 있으며, 또 멀리 거북바위의 모습을 깨끗한 수평선 위에 띄워 볼 수 있는 아름다운 곳이다.
게다가 정체를, 가르쳐줬지만 까먹어버려서, 알 수 없는 신기한 생물들의 알과, 그들이 만들어놓은 이상한 것들이 기괴함과 동시에 아름다움을 더해주고 있어서 더욱 기억에 남는 곳이다. 신기하게도 거울처럼 쨍 하게 모든 것을 반영시키는 바다가 신비한 분위기 속에서 조용히 산책하기에 더 없이 좋은 곳이다.
지두리 해수욕장
대청도는 아무데나 바닷가로 나가기만 하면 해수욕장이 보일 만큼, 섬 전체가 하나의 해수욕장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이다. 그 중에서도 지두리 해수욕장은 경사가 완만하고, 3킬로미터에 달하는 모래사장이 일자형으로 쭉 뻗어 있어서 아이들이 놀기 좋은 곳이라 한다.
대청도 사람들이 자주 찾는 곳이라는 지두리 해수욕장은, 입구에 지은 지 얼마 안 된 듯한 깨끗한 샤워장이 있어서 물놀이를 하기에 더욱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 딱히 변변한 시설이 없어서 물놀이를 한 다음 옷 갈아입기가 난감한 다른 곳들과는 차이가 있는 곳이다.
섬 내에는 갯벌이 없어서 해산물을 잡는 재미는 크게 맛 볼 수 없지만, 물이 잠시 빠질 때에는 골뱅이 같은 것을 잡을 수도 있다 한다.
섬을 나가며
대청도는 정해진 일정 때문에 일행과 함께 반나절 만에 나와야 했던 것이 못내 아쉬울 정도로 아름다운 섬이었다. 어디를 가도 넓게 펼쳐진 모래사장과 끝없이 펼쳐진 바다가 있다는 것도 특징이었지만, 여기저기 이동할 때마다 산을 빙빙 돌아 넘어가야 하는 그 길 또한 인상적이었다.
개별적으로 간 여행이었다면 길 가운데서 숲과 어울려 바다를 내려다보는 여유로운 시간을 가질 수도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 곳이다. 백령도를 갔다가 잠시 들렀다 가더라도, 대청도는 꼭 한 번 들러볼 만 한 곳이다. 그렇게 약간 아쉬움도 남아야 다음에 또 다시 찾아오게 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