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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다를 지키는 장군들의 바위 - 인천 옹진군 백령도, 두무진
    취재파일 2011. 11. 26. 10:43


    한여름의 기세가 아직 채 가시지 않은 가을 녘에 수십 명의 어린이들이 백령도로 여행을 떠났다. 보통 이런 단체여행이면 아이와 부모들이 한데 뒤엉켜 북적북적 정신 없지만, 이들은 ‘어린이 과학동아 어린이 기자단’이라는 이름으로, 부모 동반 없이 여행길에 올랐다. 

    ‘서해 5도 바로 알기’ 프로그램 중 백령도, 대청도 코스로 진행된 이번 행사는, 인천관광공사와 어린이 과학동아, 그리고 디엠지 문화포럼이 함께했다.











    이른 아침 피곤한 눈을 비비며 인천 연안여객터미널에 집결한 아이들은 아직 잠에서 덜 깬 듯한 모습도 보였지만, 배에 탑승하기 위해 출구를 지날 때는 이미 모두들 두 눈이 초롱초롱 호기심에 가득 차 있었다.

    배 출발하기 전에 김길종 인천관광공사 사장의 인사와 기념사진 촬영 등이 짤막하게 있었다. 그리고 어깨에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손에는 캐리어를 끌면서도, 기념 행사에 쓰였던 풍선들을 꼭 챙겨서 또 한 손에 쥐고 가는 모습. 밤 새도록 풍선을 불었다는 주최측의 수고가 조금이나마 보람을 찾은 느낌이었다.

















    백령도

    백령도는 서해 최북단의 섬으로,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름을 알고 있는 섬이다. 하지만 위치해 있는 곳이 그래서, 쉽게 찾아가기엔 부담스러운 곳이기도 하다.

    더군다나 만약을 대비해서 배가 최단거리로 가지 않고, 남쪽으로 빙 둘러서 가기 때문에 시간도 많이 걸리는 편이라 한다. 그래서 한 번 가는 데 배만 약 4시간 반 정도 타야만 한다.

    제법 큰 규모의 섬이지만, 그런 이유들 때문에 오지라는 평가를 받아도 크게 이상할 것 없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데 내가 가기 어렵다면 다른 사람들도 가기 어려운 법. 그리고 그렇게 사람들이 가기 어려운 곳이라면, 때묻지 않은 자연이 있을 확률이 높다는 추측도 해볼 수 있다.

    아주 짧은 일정이지만 백령도를 갔다 온 소감은, 죽기 전에 뱃멀미를 감수하고라도 한 번쯤은 가 볼 만 한 곳이라는 것. 고려의 충신 이대기가 백령도를 두고, ‘늙은 신의 마지막 작품’이라고 표현했다는 말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사진 만으로도 충분히 바람 들기에 딱 좋은 여행지다. 

















    어질어질 백령도

    성수기를 다소 비켜난 날이었지만, 배는 거의 만석이었다. 의외로 일반 관광객들도 많이 있는 것을 보니, 백령도를 어렵게 생각한 건 나 뿐인가 싶기도 했다.

    하긴 거의 매일 배 세 척이 이 섬을 오갈 정도고, 섬 안에 백령도만 대상으로 하는 여행사도 여럿 있을 정도니, 이미 떠오르는 여행지로 가 볼 만한 사람들은 다 가봤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 주위에는 백령도를 가봤다는 사람 하나도 없던데.



    어쨌든 인천대교를 지나 서해의 수많은 섬들을 옆으로 비켜나서, 갈매기도 따라오기 지칠 때쯤 어질어질 멀미에 가수면 상태에 빠졌고, 그렇게 ‘아아 더 이상은 무리야, 버틸 수 없어’하고 있을 때쯤 배는 대청도를 지나 백령도에 도착했다.

    쾌속선이라고는 하지만 뱃멀미에 민감한 사람으로서는, 거의 다섯 시간 가깝게 배를 타다가 땅을 밟으니 지진이 온 것처럼 땅이 울렁거렸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별 문제 없이 멀쩡하게 도착했지만.



    백령도 땅을 처음 밟으니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인상적인 장면은 해병대 장병들이었다. 휴가 마치고 복귀하는 것인지, 선착장 앞에서 줄 서서 어디론가 향하는 모습. 군사 요충지답게 상당히 많은 군인들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슬슬 정신차려 주변을 둘러보니, 선착장 바로 옆에 조금 보이는 절벽부터가 예사롭지 않았다. 뭐라고 딱히 형언할 수는 없지만, 뭔가 멀리, 미지의 세계로 왔다는 것이 확 느껴지는 분위기. 어쩌면 그것도 어지러움 탓인지도 모르겠지만.

















    우리 일행은 미리 준비된 관광버스와 숙소를 이용했지만, 개별적으로 백령도를 여행하려면 선착장 근처나 혹은 인근 우체국 근처로 걸어 들어가서 숙소를 정하면 된다 한다.

    버스기사 분의 말을 들어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여행사를 통해서 숙소나 랜트카 등을 미리 예약 하고 온다고 하는데, 백령도는 꽤 넓은 섬이고 교통편이 그리 발달하지 않은 편이라 다른 방법으로는 여행하기 어렵다고 한다. 하지만 의지만 있다면 백령도에서 시내버스가 다니니, 도전해 볼 만 할 지도 모른다. 도전은 자유지만, 괜히 나중에 남 탓 하지는 말자.

    백령도로 검색해서 나오는 대부분의 백령도 내 여행사들은 숙박과 랜트카, 단체버스, 가이드 등을 구비해 놓고 있다 한다. 물론 그 모두를 선택하면 가격이 비싸지니, 성향과 일정 등에 맞게 여행사와 합의해서 선택하면 된다. 여기서 나름 좋았던 숙소는 따로 알려 주진 않겠다, 알려준다고 별다른 이익을 얻는 것도 아니니까. 그래서 백령 여행사의 아일랜드 캐슬로 갔다.
















    현빈과 백령도

    이런저런 여행정보 등을 들으면서 쓸 데 없는 잡담을 하다가, 갑자기 주최측의 한 처자는 버스 운전기사 아저씨에게 대뜸, “현빈은 잘 있어요?”라고 무슨 친구 소식 묻듯이 물었다.

    그랬더니 아저씨는, “현빈이 무슨 행사 있다고 어제 육지로 나갔는데” 라고. 그러자 버스 안 가득 울려 퍼지는 탄식들. “아아, 나 집에 갈래!”

    ‘뭐야, 현빈 보러 온 거였어? 이거 팬클럽이었어?’라는 생각이 드는 찰라, 아저씨는 처자들의 아픈 가슴에 비수를 꽂았다. “어제 내가 태워주면서 우리 딸 주려고 사인 받았지”. 넘겨주는 커다란 스케치북엔 한 가득 현빈 사인. 이내 들려오는 탄식, “나도 갖고 싶다”.




    이래저래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어쨌든 현빈이 백령도 관광 활성화에 일조를 하고 있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무슨 행사 같은 것을 할 때 팬클럽 아이들이 대거 배를 타고 오기도 하고, 그런 것이 아니더라도 현빈 때문에 백령도가 더 많이 알려지기도 했다 한다.

    평소엔 가봤자 현빈 뒤통수 구경하기도 어렵지만, 어쨌든 그래도 결과적으론 좋은 일이 아닐까 싶었다.



















    두무진 선대암

    백령도에서 처음으로 구경한 것은, 백령도의 대표적인 관광지라고도 할 수 있는 두무진이었다. 넘실대는 푸른 바다 위에 기암절벽들이 신기한 모습으로 우뚝 서 있는 모습이, 마치 장군들이 모여서 회의를 하고 있는 듯 한 모습처럼 보인다고 해서 두무진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안 그래도 어지러운데 또 유람선을 타고 바다로 나가야 한다는 사실이 골머리를 아프게 했지만, 그나마 잔잔한 바다에 날씨도 맑아서 큰 무리가 없었던 일정이었다. 그런데 사실 이곳은 날씨가 좋을 때보다는 나쁠 때가 더 많다고. 용왕이 나를 반겨서 날이 맑은 거라고 우기다가 심청이 될 뻔 한 아름다운 추억을 남기게 해 준 두무진.


     














    유람선을 타고 가는 내내 선장님이 이건 신선대, 저건 형제바위, 그건 장군바위, 저 너머는 코끼리바위 등등 가르쳐줬지만, 사진에 보이는 바위들이 어떤 바위인지는 따로 알려주지 않겠다.

    궁금하면 두무진 가서 유람선 타고 직접 들어보시기 바란다. 이게 다 백령도 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한 내 나름의 노력, 왜이리 변명이 구차하냐, 사실은 까먹어서 뭐가 뭔지 모른다.

    신기한 바위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는데, 바위도 바위지만 그 아래 새파란 거울처럼 깔려진 바다와 함께 어울린 모습을 보고 있자니, 이름 같은 건 귀에 잘 들어오지도 않았다. 대강 코끼리바위는 코끼리처럼 생겨서 기억에 남지만, 다른 것들은 그저 두무진의 바위들. 이름을 제대로 불러줘야 나에게 날아와 한 마리 나비가 되겠지만, 이들은 나비가 되기엔 너무나 무겁고 장중한 바위들이라 괜찮다. 볼 게 많으면 잠깐 귀는 닫아도 된다.


     














    물개바위라는, 바다 위로 길쭉하게 나와있는 바위에는 가끔 물범이 나와 있기도 한다는데, 안타깝게도 이번엔 그 모습을 볼 수 없었다. 그대신, 그 근처에서 물 위로 머리만 살짝 내놓은 물범을 보긴 했는데, 카메라의 한계로 제대로 담을 수는 없었다. 괜찮다, 물범과 나는 눈빛으로 통했으니까.

    그렇게 한 시간 남짓 작은 유람선을 타고 두무진을 구경하고, 배는 다시 처음 탑승했던 연화리 선착장으로 돌아왔다. 선착장 주변도 작은 어촌의 여유로운 모습을 하고 있어서 좀 더 노닥거리고 싶은 생각이 드는 곳이지만, 단체여행은 일정에 맞게 움직여야 해서 바로 이동할 수 밖에 없는 서러움. 여러분들은 부디 가서 여유롭게 동네도 둘러보고 쉬엄쉬엄 다녀보시기 바란다.

    두무진은 통일기원비 쪽으로 가면 육로로 접근할 수 있는 길도 있다 한다. 그쪽도 바다에서 보는 것만큼 아름다운 모습을 자랑한다는 말을 듣고는, 못 가본 것이 못내 안타까웠다. 하지만 내가 안 가봤으니 내가 본 것 보다 좋을 리는 없다고 단호하게 잘라서 내 마음대로 생각해버릴 테다.


















    참고자료
    인천관광공사: http://www.into.or.kr/
    인천항 여객터미널: http://dom.icferry.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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