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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어와 구름다리의 섬, 장봉도 - 장봉도 인어상, 잔교 구름다리, 옹암 한들 진촌 해수욕장
    취재파일 2011. 11. 30. 08:10


    장봉도는 영종도 삼목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약 35분 정도 가면 닿을 수 있는 거리에 있는 섬이다. 신도, 시도, 모도 그 옆에 서쪽으로 위치해 있는 섬으로, ㄴ자 모양으로 길게 뻗어 있는 모양이라 의외로 길이가 꽤 길게 느껴진다.

    모도와 많이 떨어져 있지 않기 때문에, 모도에서 다리를 연결하면 좀 더 쉽게 찾아갈 수 있을 듯 한데, 아직은 걸어서는 갈 수 없어서 한 번 찾아가려면 배를 꽤 타야 하는 수고를 해야 하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하지만 신도까지는 배로 10분 밖에 안 걸리고, 장봉도까지는 거의 40분 가까이 걸리는 데도 사람들이 장봉도로 많이 가는 이유가 있다. 장봉도는 크기가 큰 만큼, 국사봉을 중심으로 펼쳐진 산책로를 따라 걷는 등산객들이 꽤 많이 찾아가고, 물놀이용 해수욕장이 많이 있어서 피서객이나 관광객들도 많이 찾아간다.

    영종도 삼목선착장에서 한 시간에 한 번씩 출발하는 배는 신도에 들렀다가 장봉도로 가기 때문에, 신도, 시도, 모도를 구경하고 하룻밤 묵은 다음 장봉도도 함께 묶어서 구경하고 나오면, 섬 네 개를 1박2일로 둘러보는 여행코스를 짤 수 있다. 아니면 장봉도에서 하루를 묵는 것으로 일정을 짜도 괜찮다. 하지만 하루 만에 이 모든 섬들을 다 둘러보는 것은 힘드니 무리하지 말자.















    장봉선착장과 인어상

    영종도 삼목선착장에서 배를 타면 장봉선착장에 도착한다. 일반인들이 이 섬으로 들어가는 유일한 길이다. 배를 타고 들어갈 때, 혹은 이 선착장 근처에서 동쪽을 바라보면 몇몇 무인도 너머로 신도, 시도, 모도가 보인다.

    선착장에서 표 파는 건물을 지나 길을 따라 조금만 들어가면, 바닷가 쪽 한 쪽 귀퉁이에 인어상이 보인다. 옛날 장봉도의 한 어부가 우연히 잡아 올린 인어를 다시 놓아주었더니, 그 후부터 물고기가 많이 잡히기 시작했다는 전설이 있어서, 이 인어상을 만들어 놓았다 한다.

    한창 예쁜 시기의 소녀를 모델로 했는지 아름다운 이목구비가 바다와 섬을 배경으로 애잔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는데, 주변에 대 놓은 차들 때문에 가려서 잘 안 보일 때가 많으므로 쉽게 찾을 수 없을 수도 있다.

    인어상 근처에서 등산로를 타면 바로 뒤에 보이는 작은 언덕 위의 팔각정으로 올라갈 수 있고, 그 너머로 홍콩익스프레스라는 드라마 셋트장으로 가거나, 장봉해림원으로도 갈 수 있다 한다.

















    잔교 구름다리, 생태습지

    선착장에서 내려 인어상을 지나 북쪽으로 난 길을 따라 쭉 가면 ‘잔교’라고 하는 구름다리가 나온다. 워낙 독특하고 인상적이라 배를 타고 장봉도에 들어올 때부터 눈에 띄는 이 다리는, 대말도라 불리는 작은 무인도로 이어져 있는 높은 다리다.

    다리 위에 올라서 보면 바다가 내려다 보이면서 약간 무서운 느낌도 들지만, 이내 멀리 오밀조밀 모여있는 섬들의 푸른 벌판을 감상하느라 정신을 잃게 된다. 다리 자체는 조금 멋 없게 지어진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누가 이걸 만들 생각을 했는지 참 칭찬해 주고 싶은 다리다. 장봉도의 첫인상을 만들어주는 상징적인 역할을 하면서도, 섬에 들어오자마자 좋은 볼거리를 제공해 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다리를 건너 작은 무인도까지 건너가면, 그 무인도 위에는 낮은 정자가 하나 바다를 바라보며 두둥실 떠 있다. 이 위에서 한 나절 배릿한 바닷바람 들이키며 따뜻한 햇살 아래 낮잠 한 숨 자도 좋을 듯싶다.

    물이 빠지면 이 다리 아래가 모두 갯벌로 변한다. 장봉도에서 작은 무인도까지, 그리고 그 너머로도 꽤 먼 거리까지 땅이 드러나서, 바지락, 조개, 굴, 소라, 낙지 등을 잡으러 들어가는 사람들이 이 갯벌 안으로 들어간다. 그래서 이 지역을 생태습지라고 부르기도 하나보다.

    장봉선착장에서 이 구름다리에 이르는 길 사이에는 숙박시설과 식당 등이 꽤 있기 때문에, 갯벌 체험과 다리 위에서 풍경을 즐기는 등으로도 반나절을 정신 없이 보내기에 충분하다.




















    옹암 해수욕장

    장봉선착장에서 서쪽으로, 섬 안쪽으로 고개 하나를 넘어 들어가면 바로 해수욕장 하나가 나온다. 장봉도의 많은 해수욕장 중 선착장에서 가장 가까운 해수욕장인데, 그래서 그런지 각종 편의시설과 캠핑장 등이 잘 정비되어 있다.

    약 800미터 길이의 백사장이 해변을 따라 펼쳐져 있고, 뒤로는 노송이 벽처럼 둘러쳐 있는데, 이 노송들의 나이가 대부분 몇 백 년 됐다 한다. 백사장 폭이 약간 좁은 느낌이 있긴 하지만, 경사가 완만하기도 하고, 간조 시에는 갯벌이 드러나 조개 등을 잡을 수 있어서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은 곳이라 한다.

    특히 버스 정류소 근처에는 꽤 큰 규모의 캠핑장이 조성되어 있어서, 성수기에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대략 짐작을 할 수 있다. 쓸쓸한 계절에는 많은 가게들이 문을 닫고 영업을 하지 않으니, 성수기 때를 생각하고 가면 안 되겠다.



    참고로 장봉도엔 아직 자전거를 빌려주는 곳이 없다. 장봉선착장 주변에서 수소문을 해봤지만, ‘자전거 빌려 주는 곳 있느냐고 묻는 사람이 많아서, 내년에는 준비 해 보려 한다’라는 대답만 들을 수 있었을 뿐이다.

    그러니 자가용을 가지고 가지 않았다면, 장봉도를 여행하는 방법은 딱 두 가지뿐이다. 버스를 타거나, 걸어서 가거나.

    버스는 대략 한 시간에 한 번씩 다니기 때문에, 여기저기 두루두루 둘러보기엔 그리 적합하다 할 수는 없다. 걷는 것은 언덕길이 조금 있어서 힘이 들 수는 있지만, 장봉선착장에서 북쪽 끝의 진촌 해수욕장까지 약 3~4시간 정도만 잡으면 걸어갈 수 있으니, 불가능하진 않다. 거기서 나올 때는 버스를 타고 한번에 나오면 된다.

    내 경우는 버스 시간이 자꾸 엇갈리기도 했고, 중간에 버스 정류소에 서 있었는데도 버스가 그냥 지나가기도 해서, 어쩔 수 없이 걸어서 끝까지 갈 수밖에 없었는데, 따가운 햇살에 전날 잠은 설치고, 뱃멀미 때문에 어질어질 다리가 후들거려서 참 즐거웠다.

















    한들 해수욕장

    장봉도는 장봉선착장에서 팔각정에 올라, 국사봉을 거쳐 진촌 해수욕장까지 가는 등산로가 널리 알려져 있다. 거기서 조금 더 나아가서, 섬 반대쪽 끄트머리에 위치한 가막머리까지 가기도 하는데, 섬에 도착하면 많은 지도들이 그 등산로를 안내하고 있다.

    등산객들의 말을 들어보니, 어느 신문에 소개되고 나서 사람들이 많이 찾아가고 있는 추세라 한다. 그렇게 좀 알려지다 보니, 등산보다는 술을 목적으로 하는 산악회나, 패거리로 몰려 다니며 시끄럽게 떠들며 괜히 시비 걸고 행패 부리는 산악회들도 많이 그 길을 걷고 있어서, 이내 그 길을 포기하고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차 길을 따라 걷는 것을 선택하게 됐다. 알려진 등산로를 간다면, 그 길이 어느 신문사에서 소개됐는지에 따라, 찾아가는 산악회들의 성격이 상당히 달라지므로 주의 할 필요가 있다.



    어쨌든 옹암 해수욕장에서 차 길을 따라 고개 하나를 굽어 돌아 넘어가니 멀리 또 해변이 보이기 시작했다. 중간에 등산로와 잠깐 만나기도 하기 때문에, 길을 갈아탈 수도 있으니 선택은 자유다. 하지만 등산로를 택하면 한들 해수욕장으로 내려가 볼 수는 없다.

    한들 해수욕장은 마치 막다른 골목 끄트머리에 자리잡은 것처럼 다소 외진 곳에 떨어져 있는 느낌이다. 등산로가 통하지도 않고, 섬을 드라이브 하면서 스쳐 지나기에도 다소 거리가 떨어져 있어서, 일부러 가보려고 마음 먹지 않는 이상은 들르기가 힘든 편이다.

    그래서 혼자 여행하는 사람들에겐 더욱 좋다. 유행을 쫓아가는 사람들의 무리들이 발걸음을 하지 않기 때문에 아직은 조용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차로 들어가려면 들어갈 수는 있기 때문에 사람이 아주 없지는 않은데, 적당한 인원은 해변을 활기차게 해 주기 때문에 그 정도는 괜찮다.

    곱고 밝은 백사장에 수심 얕은 바다가 펼쳐져 있는 한들 해수욕장 주변에도 민박이나 캠핑장 같은 것들이 마련되어 있긴 하지만, 성수기가 아니면 대체로 개점휴업 상태로 보였다. 그래서 어느 빈 가게 앞 평상 나무그늘 아래서 지친 다리 쉬어가기 딱 좋다.

    여기도 물이 빠지면 넓은 갯벌이 드러나기 때문에, 각종 해산물을 잡을 수 있다. 장봉도에서 조용한 오후 한 때를 보내고 싶다면 이곳을 강력히 추천하고 싶다.






















    진촌 해수욕장

    한들 해수욕장에서 다시 나와 북쪽으로 길을 따라 걸어가면 작고 아담한 마을을 지날 수 있다. 작지만 있을 것은 다 있는 마을인데, 여기서는 농촌의 분위기를 한껏 느낄 수 있고, 상점에서 이것저것 사 먹을 수도 있다. 그리고 농협 등이 있어서 ATM기를 이용할 수도 있다.

    왕복 일차선 정도의 좁은 도로가 이 마을을 가로지르고 있는데, 이 길을 따라 계속해서 북쪽으로 올라가면 진촌 해수욕장으로 갈 수 있다. 분위기는 농촌 마을이지만, 풀어놓은 개가 없어서 걸을 때 위험하지 않다.

    진촌 해수욕장도 앞서 보았던 해수욕장들과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산자락 끝에 위치한 해변이라 다소 숨겨져 있는 듯 아늑한 분위기가 다른 곳들과는 다른 면이다. 그리고 비교적 넓은 백사장과 더욱 푸르게 느껴지는 바다를 볼 수 있고, 그 위를 떠다니는 비행기 또한 아주 가깝게 보이는 곳이다.



    장봉도 등산로의 종착점 역할을 하는 곳이라 산악회들의 술판이 벌어지기도 하는데, 그런 산악회 사람들은 해변의 조용함과 아름다움을 즐길 줄 모르기 때문에 해변에서는 조용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진촌 해수욕장은 진촌마을에서 언덕을 하나 넘어 들어가야 나오는 특성 상, 도보여행 시에는 마지막 있는 힘을 다 짜내어 걸어가야 한다는 특징이 있는데, 일단 도착하면 여행의 끝 무렵을 토닥이며 여유롭게 앉아 쉬어 갈 수 있으니 여기까지 한 번 가 보도록 하자.

    진촌마을은 장봉도 버스의 종점이기 때문에 버스를 타기도 쉽다. 길 가에 마련된 버스 정류소에 멍하니 앉아 버스 올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정류소 주변에는 해변도 없고, 딱히 볼 것도 없어서 좀 밍밍하긴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집에는 가야하고 다시 걸어가기는 너무 힘드니까.

    좀 더 고생을 해보고 싶다면 북서쪽 끝에 있는 가막머리까지 가 보는 것도 좋을 지도 모르겠다. 등산로가 거기까지 뻗쳐 있기 때문에 거기까지 가는 사람들도 꽤 많은데, 문제는 갔다가 다시 돌아 나와야 한다는 것. 거기서는 버스도 없으니 알아서 잘 판단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장봉도를 나오며

    서너 시간 고생고생 고개 몇 개를 넘고 마을을 가로질러 오르락 내리락 중간에 길도 헷갈려 가며 걸었던 길은, 버스를 타면 약 20분 만에 돌아와버린다. 돌아오면서 걸었던 길을 다시 복습해 보며 감상에 젖을 수도 있지만, 약간 허무한 기분은 어쩔 수가 없다. 체력이 좋으면 등산로를 따라 진촌 해수욕장까지 갔다가, 차도를 따라 장봉 선착장까지 나오는 코스도 좋겠다. 그러면 거의 하루를 온종일 장봉도에서 보낼 수 있을 테다.

    장봉도는 아직 신도, 시도, 모도처럼 자전거라든가 편의점 같은 시설들이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은 곳이다. 어쩌면 그래서 더욱 등산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알려진 후에 딱히 성수기 비수기 할 것 없이 하루 코스로 찾아오는 등산객들이 많아져서, 특정 장소에는 아주 소란스러운 분위기가 펼쳐지고 있다.

    그래도 섬 전체가 다 그런 것은 아니니, 가깝게 하루 코스로 혹은 1박2일 코스로 찾아갈 섬으로 장봉도를 선택해 볼 만 하다. 그리고 조용한 곳에 머물기를 원한다면, 등산객들이 찾지 않을 만 한, 등산로를 벗어난 곳으로 가면 된다는 점을 알아두면 좋다. 특히 선착장 북쪽의 구름다리 주변도 의외로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으니, 아름답게 하루 머물다 가려고 마음만 먹는다면, 충분히 조용히 즐길 수 있는 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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