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서울대공원이 있는 것 처럼 인천도 꽤 큰 도시니까 인천대공원 하나 쯤 있겠지, 하고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찾아갔다.
지하철을 타고 또 갈아타고 송내역까지 가서, 거기서 또 시내버스를 타고 가야 한다는 사실에 약간 짜증도 났지만, 맑고 푸른 하늘 아래 짜증을 내 봤자 내 손해. 언제 다시 찾아갈 지 알 수 없는 그 도시의 변두리에 있는 공원 하나를 찾아간다 생각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로 이어지는 차도 한쪽 버스 정류소에 덩그러니 내렸을 때만 해도 황망한 기분 이루 말 할 수 없을 지경이었는데, 막상 공원 입구에 들어서서 넓은 길 양쪽으로 키 높은 나무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는 것을 보니 언제 그랬냐는 듯 기분이 상쾌해지기 시작했다.
인천대공원은 현재 인천에서는 가장 큰 공원이라 한다. 공원 경계를 어디로 잡고 면적을 계산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숫자로 표시된 공원 면적만 봐서는 그리 크지 않게 나와 있는데, 막상 가서 여기저기 둘러보며 헤매다 보면 의외로 꽤 넓다는 느낌이 든다.
굴곡이 없는 평지와 가수로 사이로 산책로가 나 있어, 짧은 길도 길게 느껴지게 만들어 주는 효과도 있다. 무료로 입장하는 공원이지만,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산책로와 꽃밭 사이로, 하루 종일 잘 꾸며진 공원을 산책하며 한가롭게 햇살을 즐기는 여유를 가질 수 있는 곳이었다.
인천대공원에는 식물원을 비롯해서 장미원, 어린이동물원, 수목원, 관모산 등산로, 사계절 썰매장 등이 있다.
특히 장미원은 아주 다양한 색깔의 장미들이 화려하게 수 놓고 있는 곳이라 장미 향기에 흠뻑 취하기 좋고, 수목원은 굳이 높은 산을 오르지 않아도 깊은 숲 속에 들어간 듯한 느낌으로 산책하기 좋다. 그리고 사계절 썰매장은 주로 어린이들이 이용하는데, 여름엔 물썰매, 겨울엔 얼음썰매 등을 즐길 수 있어서 거의 항상 사람들로 붐비는 곳이다.
하지만 딱히 어떤 것을 구경해야겠다는 목적을 가지고 가는 것보다는, 여유롭게 시간을 가지고 이유 없이 찾아가서 한 바퀴 설렁설렁 걸어보는 것으로 충분하다. 대체로 평평한 지형을 하고 있어서, 특별히 등산로를 선택해서 올라가지 않는 이상은 별다른 힘든 일 없이 유유자적 걷기 좋기 때문이다.
공원 한 쪽 공터는 아스팔트로 광장이 만들어져 있어서, 자전거나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기 좋게 만들어 놨는데, 굳이 그 광장 안에서만 놀 필요는 없다. 공원 전체 길이 잘 돼 있기 때문에 온 동네를 누빌 수 있으니까. 그래서 여기저기 인라인 스케이트나 자전거 등을 타는 사람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자전거는 공원 입구에서 1시간에 2천 원으로 빌려주니, 아무 준비 없이 가도 된다.
공원 안에는 아주 조그만 섬 하나가 둥둥 떠 있는 작은 호수도 있고, 희한한 조각들이 마구 흩어져 있는 조각공원도 있으며, 규모는 좀 작지만 선인장 등이 전시되어 있는 따뜻한 식물원도 있다. 특히 식물원은 겨울에 찾아가면 몸 녹이기에 좋지 않을까 싶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눈길을 끄는 곳은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길이다. 대략 300미터 정도 길이에 메타세콰이어가 줄줄이 늘어서 있는 길을 걷고 있으면 절로 마음이 차분해지는 느낌. 굳이 메타세콰이어 길을 찾아 멀리 가지 않아도 인천대공원만 가면 꽤 멋진 길을 걸어볼 수 있으니, 기억해 뒀다가 문득 생각날 때 한 번씩 찾아가 봐도 좋겠다.
보기만 해도 시선이 탁 트이는 듯 한 느낌의 메타세콰이어 길 옆쪽으로는 162미터 높이의 관모산으로 올라갈 수 있는 등산로가 있다. 공원 전체가 다 숲 같은 분위기라 또 산을 올라갈 필요가 있겠나 싶은데, 사서 고생해서 올라가 전망을 보고 싶다면 한 번 올라가 봐도 아무도 말리지 않는다.
다른 쪽 옆으로는 벚나무 길이 쭉 뻗어 있는데, 제철에 가면 벚꽃이 눈보라처럼 휘날리는 모습을 볼 수도 있다하니 기억해두고 찾아가 볼 만 하다. 이 벚나무 길은 벚꽃 축제가 열릴 때면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 올 정도로 널리 알려진 곳이라 한다.
각종 식물들과 나무들을 종류별로 잘 정리해 놓아 삼림욕을 즐기며 산책을 즐길 수 있는 수목장은 정문 근처에 위치해 있는데, 원하는 단체는 숲 해설사의 설명도 들을 수 있다.
인천에서도 꽤 외곽에 위치해 있어, 승용차가 없으면 한 번 찾아가기 쉽지 않은 곳이라 그런지, 주말에도 그리 많은 사람들이 있지는 않았다.
특별히 엄청나게 위험한 놀이기구들을 즐기는 사람들이라면, 놀이기구 하나 없는 이 공원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겠다. 하지만 조용히 산책하며 호수를 바라보고 멍하니 있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딱 좋은 곳이다.
참고로 공원 여기저기에 은근히 외진 곳도 많아서 야외에서 뽀뽀하고 싶은 연인들에게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지만, 웬만하면 참자.
공원 내 자전거광장 옆으로 자연생태원 쪽 길을 따라 쭉 걸어가면 그 유명한 소래습지공원으로 갈 수 있다. 최근 '소래 생태길'이라는 이름으로 길을 다듬고 있는 중이라, 공원에서 공원으로 자연을 벗삼아, 이 동네 사는 사람들의 모습들을 곁눈질로 구경하며 걸어볼 수 있다.
물론 6킬로미터에 달하는 길이가 좀 부담 되지만, 돈 내고 갑갑한 실내에서 뜀박질 하느니, 이런 상쾌한 야외에서 걷기 운동 하면 살도 빠지고 밥맛도 좋아지고, 차비도 아끼고 구경도 하고, 시간도 보내고 심심하지도 않고, 사진도 찍고 구경도 하고, 일석 십이조 정도는 되겠다. 겁내지 말고 가보자, 기껏해야 십 리 쯤 가서 발 병 밖에 더 나겠는가.
p.s.
* 송내역 남광장 쪽으로 나가면 바로 보이는 버스 정류소에서, 시내버스 8, 11,14-1,16-1, 30번, 좌석버스 103번,103-1 등을 타고, '인천대공원 정문'에서 내리면 된다.
이외에도 찾아가는 방법은 많지만, 송내역에서 버스를 타면 약 10분 만에 인천대공원으로 갈 수 있다.
* 인천대공원 홈페이지: http://grandpark.incheon.go.kr/icweb/html/web27/02700100100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