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데 아직도 여행 다닐 때 종이에 일일이 여행 정보를 써서는,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들고 다닌다. 비가 오면 글씨가 번져서 몇 번 버스를 타야 하는지 알아볼 수도 없는 글자들.
낙서하고 라면 국물 닦고는 쓰레기인 줄 알고 버리고 나면 '어라? 버리면 안 되는 거였어!'하고 좌절. 바람에 날아가고 개가 물어가고 난리도 아니다. 적어간 종이 잃어버리고 현지인들에게 물어보면, '길 건너서 타야 하는데?, '여기서 거기로 가는 버스 없는데?' 이런 대답이 나오기 일쑤.
사실 서울 살면서 남산이나 63빌딩 한 번도 못 가 본 사람들 많듯이, 지방 사람이라고 그 지역 유명한 관광지 가는 교통편을 잘 알거라고 생각하는 것 부터가 큰 오산. 하는 수 없이 피씨방 찾아 들어가 검색하니, 그 사이에 하루 두 번 다니는 버스는 이미 떠나고 없다. 그럼 이제, 아아 이게 여행의 낭만이다, 하며 위로하기.
이제 그런 상황이 조금은 나아질 수 있을 듯 하다. 한국관광공사로 오랜시간 쌓아 온 컨텐츠들을 스마트폰 용 앱으로 만들어서 무료로 배포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구석구석'이라는 이름으로 배포되는 이 앱에는 다양한 국내여행 정보들과 함께, 출퇴근 할 때 지하철에서 여행을 꿈 꾸며 읽어볼 만 한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여행용 허파에 바람 넣기 딱 좋다.
아이폰이든 안드로이드 폰이든 앱스토어에 가서 '대한민국 구석구석'으로 검색하면 이 앱을 다운로드 할 수 있다. 다 치기 귀찮으니 '구석구석' 정도만 쳐도 되겠다.
이 앱을 실행하면 (당연히) 첫 화면이 나오는데, 여기서 와이파이(Wi-Fi)든, 3G든, 통신이 되지 않으면 다음 화면으로 넘어가지 않는다. 즉, 오프라인으로는 아예 첫 화면 다음으로 넘어가지 않는다는 것. 그러니까 어떤 것이든 하나는 켜 놓고 앱을 실행해야 한다.
일단 메인화면에서 보이는 메뉴는 세 개다. '추천'은 말 그대로 추천지 소개인데, 이야기 형식으로 된 여행기 위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평소에 딱히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여행기를 읽을 생각으로 접근하기 좋다. 즉, 심심할 때 읽어볼 만 한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이 글들을 보고 이번 주말 여행지를 골라 볼 수 있겠다.
'전체보기'에서는 각 주제별로 한국관광공사가 여태까지 쌓아놓았던 많은 자료들을 뒤져볼 수 있다. 목적지를 정하고 여행을 떠난다면, 떠나기 전에 정보를 뒤져서 '보관함'에 자료들을 넣어두고 떠나면 꽤 유용할 듯 하다.
'어디로갈까'는 제목처럼 어디로 갈까 하며 여기저기 기웃거려 보기도 좋지만, 지역별로 리스트가 정리되어 있으므로 목적지를 대충 정했을 때도 좀 더 많은 정보를 얻기 위해 활용하기도 좋다.
나름대로 이 메뉴들을 잘 이용할 수 있는 시나리오를 짜 보자면,
1. 평소에 '추천'에 올라오는 여행기를 읽다가 마음에 드는 곳을 점찍어 둔다.
2. 소개된 곳과 주변 지역에 대해 좀 더 깊이 알기 위해 '어디로갈까'를 이용해서 그 지역 여행지를 알아본다.
3. 집에서 그곳까지 어떻게 갈지, 숙박은 어디서 하고, 음식은 어디서 먹을지 등을 좀 더 구체적으로 계획하기 위해서, 회사 화장실에 앉아 틈틈이 '전체보기'와 '검색' 이용해 세부 정보를 찾아둔다.
4. 고고씽~
첫 화면에 나오는 '추천' 여행지 리스트 중 하나를 눌러 보면, 글과 사진이 나온다. 형식은 그냥 일반 웹 컨텐츠 형식이라 딱히 새로울 것은 없지만, 중요한 것은 내용이다. 거의 항상 가 볼만 한 곳들이 소개되고 있으니, 열기만 하면 여행 바람 들기 딱 좋다.
글을 보다가 스마트폰의 '메뉴' 버튼을 누르면 메뉴가 쭉 올라오는데, 글자를 크게 하거나, 작게 할 수 있는 메뉴가 있어서 점점 흐릿해지는 노안으로 고생하는 젊은이들에게 큰 도움이 되겠다.
여기서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글자 크기를 내 눈에 맞게 조정해도 그 글을 벗어나서 다른 글을 읽으려고 열면, 다시 기본 글자크기로 되어 있다는 것. 이건 아예 '설정'으로 빼내서 글자크기를 딱 못 박을 수 있도록 하면 좋지 않을까.
특징적인 것은 '보관함저장'인데, 이 버튼을 누르면 지금 보고 있는 글이 '보관함'에 저장된다. 일종의 '즐겨찾기'가 되겠다.
보관함에 글을 저장해 놓으면 나중에 시간이 지나서 이 글이 어디론가 다른 글들과 뒤섞여 해변의 바늘이 돼 버려도, 보관함만 뒤지면 다시 그 글을 볼 수 있기 때문에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보관함 저장은 추천 여행지 말고도 다른 글들에서도 선택할 수 있으므로, 이번 주말에 여행 갈 곳들만 보관함에 쭉 모아 놓으면, 여행지에 가서 일일이 카테고리를 뒤지고 찾지 않아도 된다. 이 기능은 꽤 유용하다.
'보관함'으로 가려면, '추천', '전체보기', '어디로갈까' 메뉴 중 어디에서나 스마트폰의 '메뉴' 버튼을 누르면 된다. 그러면 아래에서 메뉴들이 쭉 나오는데, 여기서 보관함으로 갈 수 있는 버튼이 나온다. 이 부분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데, 나는 보관함을 따로 메뉴로 떼 내는 게 더 낫지 않나 싶기도 하다.
어쨌든 메인화면에서 메뉴 버튼을 누르면 나오는 메뉴들 중에는 꽤 유용한 것들이 있는데, '보관함'과 '주변정보', '검색'을 주목할 만 하다.
'설정' 메뉴에서는 트위터 계정 설정 외에는 크게 중요한 것이 없다고 볼 수 있는데, 상황에 따라 요긴하게 쓰일 수도 있다. 여행정보를 안내해주는 '1330 소개'가 있기 때문인데, 물론 전화로 1330을 누르면 통화할 수도 있지만, 이 번호가 생각나지 않을 때 이용할 만 하다. 다만, 설정 메뉴에 이런 것이 있다는 걸 까먹을 수도 있다는 게 약간 흠.
그런데 여기서 '홈' 메뉴 버튼은 왜 있는지 모르겠다. 눌러도 아무 반응도 없고, 어디론가 이동하지도 않는다. 그리고 사실 작동한다해도 크게 의미 있는 기능은 아닐 듯 하다. 그러니 이건 그냥 빼고 버튼 배치를 좀 더 예쁘게 하든지, 아니면 다른 유용한 버튼으로 바꾸는 게 낫겠다.
(보관함에서 '홈'을 누르면 메인화면으로 나오는 동작을 하긴 하는데, 사실 보관함에서는 '백 back' 버튼만 눌러도 메인화면으로 갈 수 있다. 차라리 글(컨텐츠) 읽다가 나오는 메뉴에서 '홈' 버튼이 있으면 '백' 버튼을 여러번 누르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겠는데, 거기서는 또 '홈' 버튼이 없다.)
'주변정보'는 내가 위치한 장소 주변에 한국관광공사 컨텐츠로 등록된 관광지, 문화시설, 음식점 등이 지도 위에 검색되어 나온다. 이 기능으로 알아본 결과,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됐는데, 서울대입구역 주변에는 관광지도 없고, 문화시설도 없다는 것. 오직 음식점만 몇 군데 검색되어 나온다. 어떤지 한 번 가봐야지.
'보관함'은 그냥 리스트 형식이다. 앞서 말했듯, 글 읽다가 '보관함저장' 버튼을 눌러서 저장한 글들의 리스트를 쭉 볼 수 있고, 리스트 중 하나를 누르면 글을 읽을 수 있는 형식이다.
여기서 좀 난감한 것은, '보관함'을 만든 것 까진 잘 한 일인데, 와이파이든 3G든 통신이 되지 않으면 이 앱 자체가 실행이 되지 않는다는 것 (정확히 말하면, 초기화면에서 넘어가지 않는다).
따라서 나처럼 돈 아까워서 3G 안 쓰는 사람이, 시골 구석에 가서 와이파이도 안 되는 곳에 뚝 떨어졌다면, 보관함에 수백개의 진주 같은 컨텐츠를 보관해 놓았더라도 전혀 볼 수가 없다.
아아 부디 가난뱅이에게 자비를 좀 배풀어 줬으면 싶다. 3G 혹은 4G 안 써도 여행 좀 편하게 다녀보고 싶다. '보관함'과 '저장함'을 따로 만들면 어떨까 (그렇게 되면 보관함은 즐겨찾기로 이름을 바꾸는 게 낫겠다).
지금같이 즐겨찾기 같은 기능 외에, 아예 글 전체를 복사해서 저장해 두고, 오프라인에서도 글을 읽을 수 있게 해 주는 기능이 있으면 좋겠다. 그러면 저 산골 오지 전화가 안 터지는 곳에 가서도 편리하게 이 앱을 이용할 수 있을 텐데. 이건 정말 간절히(?) 바라는 기능이다.
'전체보기' 메뉴는 주제별로 분류된 여행 관련 컨텐츠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어떤 주제의 여행을 하고 싶은가에 따라 메뉴에 들어가 볼 수도 있고, 해당 지역의 교통정보, 숙박 등을 찾기 위해서 활용하기도 좋다.
'지역별' 분류도 되어 있어서 여행 정보로도 활용할 수 있는데, 숙박 같은 경우는 사실 소개되지 않은 숙박시설이 더 많을 테니까 대략 감을 잡아보는 용도로 활용할 수 있겠다. 물론 여기서 추천하는 숙박시설이 전혀 비싸다고 생각되지 않는다면 그냥 찾아가서 이용해도 되겠고 (나는 좀...).
'전체보기'가 테마별로 분류되어 있다면, '어디로갈까'는 지역별로 분류되어 있는 형태다. 메뉴 이름을 웹페이지 이름 그대로 따 오지 말고, '테마별', '지역별'로 갖다 붙인다면 한국관광공사 웹페이지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사용하다보면 대충 익숙해져서 잘 이용하게 되겠지만, '전체보기'라는 이름은 너무 두루뭉실하고, '어디로갈까'는 꼭 목적지 못 정한 방랑자만 이용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하지만 '어디로갈까'도 목적지 이미 정해놓은 사람이, 해당 지역을 조사하기 위해 이용하기 좋은 메뉴다.
그러니 사용자들은 이 메뉴들을 '테마'와 '지역'이라고 이해하고 활용하도록 하자.
나도 이 앱 뒤지다가 이제서야 알게 된 사실인데, 1330 전화가 내국인 여행정보 제공 뿐만 아니라, 외국인들을 대상으로도 서비스를 한다는 것. 길 물어보는 외국인과 말이 안 통할 경우, 이 번호로 전화를 걸어주면 대략 다음 생에는 아름다운 인생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여기서 슬쩍 개선사항을 넣어보자면, '한국관광공사 어플리케이션 소개' 페이지에서는 눈에 띄는 탐나는 어플들이 소개되어 있는데, 그냥 소개만 돼 있다는 것. 링크를 걸어서 바로 다운로드 페이지로 갈 수 있게 돼 있는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사소한 부분이지만 신경을 써 줬으면 싶은 부분.
그리고 '어디로갈까'를 통해서 들어간 세부 정보 글에서는 메뉴가 깨져서 나왔다는 것. 이건 아무래도 많이 쓰이는 해상도에만 최적화를 시킨 결과일 듯 싶다. 개발자로써 그 고충과 어려움은 익히 이해하지만, 조금 꼼수를 부려서라도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인데 저렇게 확 깨져서 나오니 내 마음도 깨진다.
참고로 이 앱을 구동한 스마트폰은, (일부에선 그게 스마트폰이냐라며 핀잔을 주는) 갤럭시 지오, 320x480 해상도다. 사실 잘 안 쓰이는 해상도긴 하다. 눕혀서 보니 메뉴가 안 깨지는 걸 보면, 좀 더 큰 해상도이 폰을 사용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저 메뉴가 안 깨져 보이리라 짐작된다.
'어디로갈까' 메뉴로 들어가서, 세부 컨텐츠를 보면 '전화'와 '지도' 메뉴가 나오는데, 이게 꽤 유용하다. 사실 전화는, 전화통화 싫어하는 나 같은 사람에겐 그다지 필요 없는 부분이지만, 지도 메뉴는 꽤 많이 활용할 수 있을 듯 싶다.
지도 메뉴를 선택하면 일단 전국 지도에서 위치가 먼저 나오는데, 이 지도는 손가락으로 확대 하면 당연히 확대가 된다. 한가지 안타까운 것은, 내 위치와 연동해서 목적지를 알아낼 수 없다는 것. 이 부분은 좀 보완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어쨌든 지금은 오프라인이 될 때를 대비해서 이 지도를 스크린캡처 해서 저장해서 활용해도 좋겠다.
'이용안내'나 '가는길'에 대한 정보가 없는 컨텐츠도 꽤 있지만, 그래도 어쨌든 이렇게라도 정보를 찾을 수 있다는 것에 의미를 두자. 이용이야 찾아가서 잘 이용하면 되는 거고, 가는 길은 지도에 위치 나오니까 걸어서라도 가면 된다.
그런 메뉴보다는 '주변정보'가 더욱 중요하다 생각되는데, 이건 자주 갈 수 없는 여행지의 여행 동선을 짜는데 꽤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다행히 주변정보는 대체로 많이 나오는 편이고, 주변 여행지 뿐만 아니라 숙박업소 등도 함께 나오기 때문에 유용하게 활용할 만 하다.
여기서도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주변정보로 나와있는 내용들도 링크를 걸어서 상세정보를 볼 수 있도록 했다면 좀 더 편리하지 않았을까 하는 것. 주변정보로 나온 곳들의 내용을 보려면 다시 검색을 해야 하는데, 기간을 두고 조금씩이라도 링크를 걸어주는 수고를 좀 해 준다면 이용자들이 좀 더 편해지리라 생각된다.
이렇게 간략하게(?) 한국관광공사의 '대한민국 구석구석' 앱을 둘러봤는데, 사실 무료 앱이니까 무조건 다운로드 받아서 한 번 휙 둘러보면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앱이다. 기능상으로 조금 안타까운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여행을 좋아하거나 자주 다닌다면 지금도 꽤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기능들이 많으니까 활용해 보자.
p.s.
기타 개선점인데, '예상치 못한 오류'로 강제로 종료한다는 메시지가 꽤 여러번 떴다. 메모리 관리와 버그 관련해서 좀 세밀하게 작업을 했으면 싶다. 기껏 신경써서 만든 앱인데 이런 기초적인 오류로 욕 먹으면 좀 슬프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