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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위터 검열과 블랙아웃 그리고 연결고리들: SOPA, PIPA, 한미 FTA
    IT 2012. 1. 29. 17:33

    트위터(Twitter)가 새로운 운영 정책을 내 놓으면서 세계적으로 논란이 일어났다. 소위 '트위터 검열 제도'라고 불리는 이 정책 발표에, 일부 유명인사들은 "매우 나쁜 소식", "스스로 무덤을 팠다"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급기야 미국 시간으로 1월 28일, 이 정책에 항의하는 표시로 24시간 동안 트위터 사용을 하지 말자는 '트위터 블랙아웃(#TwitterBlackout)' 운동이 일어나기에 이르렀다.



    이런 와중에 국내(한국) 유저(user)들은 이 움직임을 너무 단편적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이 보였다. 그건 언론들의 보도를 봐도 마찬가지다. 물론 제대로 맥락을 짚지 못하는 것 보다도, 이를 보도하는 국내 언론이 소수에 불과하다는 것이 더욱 큰 문제지만.

    그래서 (귀찮지만) 간략하게 내용을 짚어볼까 한다. 물론 소위 '지식인'이나, 자타공인 트위터 영향력이 좀 있는 분들은, 이미 어느 정도 이런 맥락을 파악하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따라서 보다 전문적인 시각이나 의견은 그 분들에게 문의하도록 하자.

    이 글은 단지, 하찮은 인간인 내가, 그저 주위 사람들에게나 알릴 용도로, 아주 간단하고도 간략하고도 껍데기에 불과한 사실들만을 나열한, 보잘 것 없는 글임을 미리 말 해 두겠다.

     

    (트위터 메인 화면. http://twitter.com)




    트위터 검열 내용


    이른바 ‘트위터 검열 제도’라고 불리는 새 운영정책은 지난 26일, 트위터 공식 블로그에 게시 됐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의 항의로, 처음 올라온 이후에 좀 더 자세한 설명이 덧붙여져 수정, 보완된 상태다. 





    이 글에 설명된 것 중, 논란이 되는 핵심 사항만 간략하게 정리하자면 이렇다.




    “…트위터가 세계적으로 널리 서비스 되면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생각이 다른 나라에도 트위터가 들어가게 된다. 따라서 어떤 나라들은 역사적, 문화적 이유로 특정 컨텐츠를 차단하려 할 것이다. 예를 들자면 나치 옹호 컨텐츠를 제한하는 프랑스와 독일처럼 말이다.
     
    (중략)…여태까지 이런 나라들의 요청에 대해 할 수 있었던 것은, 해당 계정을 삭제하는 것 뿐이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해당 계정을 남겨둔 채로, 해당 국가의 사용자들에게만 보이지 않게 할 것이다.”



    즉, 여태까지는 해당 국가에서 어떤 요청을 받으면 (알게 모르게) 해당 계정을 삭제할 수 밖에 없었는데, 이제부터는 요청을 받으면 (자사 판단에 의해) '해당 계정은 이 국가에서 볼 수 없다'는 메시지를 내보내고, 컨텐츠 접근을 막겠다는 것이다.




    (트위터 공식 블로그에 올라온, 해당 국가에서 차단된 계정과 멘션의 예. 자료출처: http://blog.twitter.com/2012/01/tweets-still-must-flow.html)




    (트위터 블로그에 올라온 새로운 정책에 관한 글. 자료출처:  http://blog.twitter.com/2012/01/tweets-still-must-flow.html )




    트위터 검열의 문제점


    언뜻 보면, 트위터 측의 말대로, 계정이나 멘션을 삭제하는 것보다는 나은 정책으로 보인다. 계정이나 멘션은 그대로 두고, 해당 국가에서만 보이지 않도록 하겠다는 정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몇 가지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 




    -
    해당 국가와 트위터 본사의 임의적인 판단 만으로 이루어 진다.
    - 이러한 사실을 공식적으로 표명했다.
    - 하필이면 이 때다.
     




    그 동안 문제가 되는 계정을 삭제하면 트위터 측은 사용자들의 비난을 면할 수 없었다 (사실 그런 이유로 스팸이나 광고 계정 외에는 계정 차단에 다소 소극적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정책 발표로, 트위터 측에서 해당 계정을 해당 국가에서만 안 보이게 조치하는 것으로, 이제 트위터 측은 유저들의 비난을 일정 정도 회피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한 것이다. 



    즉, 유저들에겐 '너네 국가에서 요청해서 어쩔 수 없었어'라는 변명을 할 수 있고, 해당 국가에겐 '우리는 당신들의 요구에 성실히 응답했다'라고 말 할 수 있다. 

    그러면서 '너네 나라에서 그 계정이 보이지 않는다면, 너네 나라 정부를 탓해라'라고 책임을 전가해서 비난을 회피할 수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우리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가치와 염원은 변화가 없는데, 너네 나라가 문제다'라고 떠넘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 일종의 꼼수다. 

    그리고 이 정책을 확실히 공지했으므로, 이 규정을 따를 수 밖에 없다는 일종의 정당성 또한 스스로 부여하고 있다. 



    (Forbes의 한 기사. 해당 기사는 트위터 측과 질문과 답변을 주고 받으며 계속 업데이트 중이다. 자료출처: http://www.forbes.com/sites/markgibbs/2012/01/26/twitter-commits-social-suicide/ )





    이 부분에서 많은 (해외)트위터 유저들은 이렇게 말 하고 있다.

    "네오나치 같은 문화적, 역사적 이유로 혐오스러운 계정이나 컨텐츠들은, 트위터 유저들이 알아서 스스로 차단하고 배척할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집단지성이고, 표현의 자유에 대응하는 대중의 힘이다."



    이미 국내에서도 잘못된 정보나 스팸 계정, 악의적인 사용자 등에 대해서, 트위터 유저들이 자체적으로 자정능력을 보였던 적이 있고, 지금도 그러고 있다. 개개인으로 보면 취약하지만, 이들이 뭉쳐서 군중을 이루면 좀 더 강해진다. 대중들 스스로 그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 트위터 측과 사용자들의 갈등이 있는 것이고, 사용자들의 의혹이 일어나는 것이다. 



    단적으로 예를 들어 보자. 얼마 전, 한 트위터 유저가 북한 쪽에서 운영하는 트위터 계정의 멘션(글) 몇 개를 RT(리트윗)하고, 그 내용들을 패러디 했다는 이유만으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은 적 있다. 이 문제는 아직 진행 중이고, 그 건은 아직도 조사 중이라고 알고 있다.

    이 건으로 추론해 보자면, 여태까지 트위터 측은 이 건에 대해 이도 저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북한 쪽에서 운영하는 계정은 나름 그 쪽에서는 정당하게 운영하는 것인데, 남한 쪽에서 보기에는 '역사적, 문화적' 이유로 '옳지 않은' 계정이다. 남한 정부에서 트위터 측에 이 계정의 차단을 요청해도, 트위터 측은 이 계정을 삭제할 수 없었던 거다.

    이젠 이 문제가 해결 된다. 남한(South Korea)에서는 이 북한 계정이 '안 보이도록' 설정 해 버리면 되기 때문이다. 아아 해피해피다. 이제 아예 이 계정이 보이지 않는다면, 남한 사람들이 이 계정의 멘션을 RT하거나 인용하거나 해서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잡혀갈 일이 줄어들 테니까. 정말 행복하지 않은가?



    (트위터를 이용하다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은 사람의 구속영장 사본. 자료출처: https://twitter.com/#!/seouldecadence )




    하필이면 이 때?!


    해외 유저들, 특히 미국 유저들이 불 같이 화를 내고 일어난 이유 중에는 '하필이면 이 때'라는 이유도 있다. 이 항의가 얼마나 많았던지, 트위터 공식 블로그에서도 이 부분에 대한 해명을 해 놓았다. 공식적인 답변은 "시기에는 특별한 이유가 없다"라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큰 의혹이 있는데, 이것은 얼마 전 미국에서 크게 문제가 되었던 SOPA, PIPA 법안 문제와 맞물려 있다. 이 부분은 SOPA, PIPA에 대해 어느 정도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기에, 다소 지루하고 따분한 설명으로 이어져야만 한다. 

    (아아 젝일, 간단하게 쓰고 치우려 했는데 점점 깊이 들어가야 하네. 왜 아무도 쓰지 않는 거지? 누가 썼으면 나도 링크 하나 덜렁 남기면 됐잖아!)



    왜 SOPA, PIPA까지 들어가야 하냐면, 이렇게 설명할 수 있다. 월 스트리트 점령 (Occupy Wall Street) 시위대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 채, 그 현상만을 뉴스로 본다면 어떤 생각이 들겠는가. 

    "히피 같은 젊은 실업자 놈들이 할 일 없으니 밥 처먹고 길거리 나와서 민폐나 끼치는 구나" 이렇게 생각할 수 있는 거다. 마치 옛날에 민주화 운동을 하던 대학생들에게 어른들이 "대학 보내 놨더니 맨날 데모 질만 쳐 하고, 공부도 안 하고 뭐 하는 짓이냐"라고 했던 것처럼.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어째서 일어났는지 맥락을 짚지 못하고 단편적으로만 보면, 아무리 의미 있는 것들도 무의미하게 보이고, 이해할 수 없는 사안이 돼 버린다는 거다. 이번 트위터 발표도 분명히 이런 류의 '맥락'이 있고, 그 맥락은 SOPA, PIPA와 닿아 있다.



    (지난 1월 18일 (한국시간으론 19일 정도), 위키피디아 영문판은 이런 페이지를 메인 화면으로 내보이며 24시간 동안 서비스를 중지했다. 사진출처: http://www.flickr.com/photos/32233977@N00/6719527337 )




    SOPA, PIPA란 무엇인가


    이 부분은 예전에 SOPA, PIPA와 관련하여 위키피디아, 구글, 페이스 북 등의 항의가 대대적으로 일어났던, 지난 19일 (미국시간 18일), OccupyWallStreet에 개제되었던 글의 전문을 번역한 것으로 대체하겠다. 

    개인 페이스북과 구글플러스를 이용해서 가끔씩 OccupyWallStreet 홈페이지 글들을 번역해서 올리곤 하는데, 한국 사람들은 딱히 관심을 가지지 않는 듯 하고, 대충 번역하는 거라 블로그에는 올리지 않는 내용들이다. 따라서 이 번역도 썩 훌륭하진 않은데, 대략 내용만 파악한다는 의미에서 보시기 바란다. 

    참고로, 19일, 영문 위키피디아가 블랙아웃하며 24시간 동안 서비스를 중지했을 때, OccupyWallStreet 홈페이지도 전면에 SOPA, PIPA에 반대한다는 이 글만 걸어놓고 있었다.

     


    OccupyWallStreet is on strike to protest SOPA
    SOPA에 항의하기 위해 파업하는 OccupyWallStreet



    SOPA란 무엇인가?

    SOPA (Stop Online Piracy Act, 온라인 저작권 침해 금지 법안)은 2011년 10월 미국 하원에 제출된 법안이다. 저작권 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저작권자들에게 추가적인 도구들을 제공하는 한편, 법을 강제 집행하도록 하는 이 법안은, 다른 법안인 PIPA로 인해 한 발 물러나 있지만, 둘 다 기업들의 가상적인 재산의 도난을 방지하는 것이 목적이다.



    SOPA와 PIPA는 어떻게 인터넷을 공격할까?

    SOPA 103항과 PIPA 4항은, 저작권자가 편지 등으로 정당한 요청을 할 경우, 결제 프로세스와 광고 네트워크에게 계정 폐쇄(shut down)를 할 수 있다. 이 시스템은, 통보 및 게시중단 규정으로 강하게 비판 받았던 디지털 밀레니엄 저작권 법(Digital Millenium Copyright Act)을 모델로 했다. 이 법 규정은 유튜브(YouTube) 같은 서비스에 저작권자가 신고 할 경우, 해당 저작권 위반 컨텐츠를 제거하도록 되어 있다.


    SOPA 104항은, 정부에서 어떠한 메시지를 받지 않았더라도, 호스트(Host)에서 불법적인 카피 행위를 했을 경우, ISP (Internet Service Provider)가 독자적으로 해당 웹사이트를 차단해도 법적인 면책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것은 NBC를 소유하고 있는 컴캐스트(Comcast) 같은 대규모 ISP들의 이익이 크게 충돌하는 부분이다. 컴캐스트가 NBC와 경쟁관계에 있는 외국의 비디오 서비스를 폐쇄한다 해도, 아무도 그것을 막을 수 없다. 그것이 "합리적인 믿음"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할지라도, 그건 단지 "미국 재산 도난 전용 방지책"일 뿐이다. 그리고 사실, 컴캐스트는 SOPA를 지원하는 기업 중 하나다.


    이 미친 법으로 그들은, SOPA에서 정의된 미국 밖에 서버가 있는 사이트들을,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모든 외국 사이트들에게 제재를 가할 수 있다.


    즉 SOPA는 가장 간단한 수준에서 인터넷의 기본적인 성격에 무조건반사(자동적인 반작용)을 일으킨다. 이것은 명확하게, 미국에게 쓸모 없고 불편한 존재들을 무시하도록 디자인 된 것이다.

    왜냐면 미국의 저작권자들은 일반적으로, 외국의 웹사이트를 미국 법정에 세워서 그들의 불법 카피와 배포를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SOPA는 그들(외국 사이트들)을 미국의 ISP와 광고 네트워크, 결제 프로세스 뒤에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것은 복수(revenge)를 위한 억지논리를 법으로 만든 것이다. 즉, 영화 제작사가 진짜 해적들을 처벌할 수 없으니까, 해적 대신 네트워크를 공격하는 것이다.




    SOPA와 PIPA는 당신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까?

    PIPA

    * (PIPA는) 미국의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ISP)들에게, 저작권 침해가 가능하다고 간주된 웹사이트의 접근을 막도록 할 수 있다.

    * (PIPA는) 검색엔진, 블로그 사이트, 디렉토리, 그리고 일반적인 사이트들에게, 블랙리스트로 등록된 사이트들을 그들의 웹사이트에서 삭제하도록 합법적인 행동을 취할 수 있다.

    * (PIPA는) 법률(저작권)을 위반한 웹사이트의 광고 서비스의 계정을 삭제하도록 할 것이다.

    * 기업들은 이 법안이 통과된 후에 생기는 새로운 웹사이트들이, 저작권 침해에 대해 협조하지 않는다고 생각되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힘을 가진다.



    SOPA

    * 미국 법무장관은, 법을 어긴다고 전해지는 웹사이트들에 대한 접근을 막기 위해, 검색엔진, 광고주, DNS 공급자, 서버, 결제 시스템 등에게 (해당 웹사이트에 대한 차단을 요구하는) 법원 명령을 내릴 수 있다.

    * SOPA는 민간 기업들이 저작권 정책을 위반한다고 느끼는 웹사이트들에 대한 개별적인 리스트를 만들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것은 합법적인 마피아의 느낌이라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이런 회사들은 해당 웹사이트의 결제 시스템에 직접적으로 접근해서, 그 웹사이트와 연관된 결제들을 모두 끊어버릴 수 있다. 이런 결제 시스템과 웹사이트들은 잘리기 전 5일 내에 행동을 취해야만 한다.

    * 결제 시스템은, 이 사이트가 저작권을 위반하고 있다는 강력한 믿음만 있다면, 그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그 어떤 사이트라도 잘라버릴 수 있다.






    (SOPA에 반대하는 공동 행동의 날(미국날짜 18일)에 OWS(Occupy Wall Street)가 공개한 페이지. 자료출처: http://occupywallst.org/sopa/ ) 




    PIPA, SOPA가 우리에게 미칠 영향


    많은 사람들이 PIPA, SOPA는 미국 내의 문제이고, 우리와는 별 상관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저 나라도 골 때리는 구나"하고 넘어가기 일쑤다. 하지만 내용을 조금만 알고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이 법안들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미칠 영향 중 아주 쉽고 간단한 것을 하나 예를 들어 보겠다.

    여러분들이 만약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고, 그 블로그에 애드센스 같은 광고를 붙여 놓았다고 하자. 그리고 글 하나를 올리다가 사진이 한 장 필요해서, 외국 사이트에서 무심코 긁어 온 사진을 개시했다고 하자. 

    이 경우 (좀 극단적이긴 하지만) 미국 회사들 생각으로, 저작권을 지키지 않는 블로그다 생각되면, 바로 애드센스 같은 광고 계정 그냥 폐쇄시킬 수 있다. 그리고 해당 블로그는 미국인들이 볼 수 없게 차단될 수 있다. 문제 되는 페이지 하나만 차단되는 것이 아니라, 사이트 전체를 차단한다는 말이다. 

    따라서 이 법안은 미국기업들의 서비스를 보호하기 위해, 외국의 서비스들을 타켓으로 만든 법안이라고도 볼 수 있다.



    (SOPA에 반대하는 공동 행동의 날(미국날짜 18일)에 구글이 공개한 페이지의 이미지. 자료출처: https://www.google.com/landing/takeaction/ )




    한미 FTA와 저작권 문제(PIPA, SOPA)


    우리나라의 경우는 '한미 FTA' 때문에 이 문제와 좀 더 깊은 연관이 있다 (물론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겠지만). 

    한미 FTA 18장 지적재산권 파트와 그 부속서한인 온라인 불법복제 방지 조항에 따르면, 한국과 미국은 인터넷에서 컨텐츠들을 무단 복제, 배포, 전송하는 사이트들을 공동으로 노력하고 진행해서 폐쇄하는 활동을 충실히 행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이 협정이 국내 지적재산권 법보다 우선 순위를 갖는다는 것은 이미 잘 알 테다).


    대한민국과 미합중국 간의 자유무역협정 한글본(2011.6.3) 
    한미 FTA 발효는 이미 기정 사실로 되어 있는 상태인데, 이 상황에서 미국에서 SOPA 법안, 혹은 이와 유사한 법안이 통과된다면 어떤 일이 펼쳐지겠는가. 한국에서도 이 법 규정이 그대로 적용되어 규제가 이루어 질 것이라는 사실을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즉, 미국 회사들의 입김으로 한국의 웹하드와 파일공유(P2P) 사이트가 폐쇄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행여나 클라우드 서비스에 운영 실수라도 있으면 한순간 폐쇄 조치를 당할 수도 있다. 더군다나 각 사이트를 이용하는 유저들이 저작권을 무시하고 컨텐츠 퍼 나르기를 계속 한다면, 네이버나 다음 같은 대형 포털 조차 폐쇄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이것은 공상과학소설이 아니라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단적으로 메가업로드(MegaUpload) 폐쇄 사건의 예를 보자. 지난 19일, 미 연방수사국(FBI)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파일 공유 사이트인 메가업로드(MegaUpload)를 폐쇄하고, 설립자 킴 닷컴을 체포했다.

    사이트 폐쇄와 설립자 체포에 대해 미국 법무부는 "메가업로드가 불법 복제 파일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이를 방치했다"라고 이유를 밝혔다.

    즉, 저작권 침해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고, 자유롭게 사용자들이 알아서 이용하도록 공간을 만들고 놔 두는 것만으로도 죄가 된다는 것이다.



    (메가업로드는 현재, 사이트가 폐쇄되어 안내 메시지만 나오고 있다. 사이트: http://megaupload.com/ )


     

    트위터와 SOPA, PIPA


    SOPA, PIPA에 관한 이야기는 더 깊게 들어가면 끝없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일단 적당한 선에서 자르고, 다시 이야기의 논점으로 돌아가자. 

    그렇다면 이 SOPA, PIPA는 트위터와 어떤 관계가 있는가.



    앞서도 말 했지만 미국 시간으로 지난 18일, 시위대가 미 의회 앞에서 항의 시위를 했고, 대형 사이트 몇몇도 이 문제에 동참했다 (이 때 국내 언론들은 미 의회 앞 시위를 그저 Occupy Wall Street 시위대하고만 연관지어 보도했다).

    이 날 위키피디아 영문판은 24시간 동안 검은 화면에 SOPA, PIPA 반대 메시지만 내보내며 서비스를 중단하는 극단적인 항의 표현을 했다 (한국어 서비스는 정상 작동 했음). 



    이와 함께 구글도 메인 페이지에 SOPA, PIPA 반대 메시지를 내보냈다. 한 줄짜리 메시지였는데, 그 문구를 클릭하면 해당 페이지로 들어가서 좀 더 자세한 것을 알 수 있도록 해 놓는 방법이었다. 

    그리고 페이스북의 CEO인, 마크 저커버그도 3년 동안 하지 않던 트위터를 다시 하면서, 이 법안에 대한 반대 의사를 확실히 했다. 물론 페이스북 서비스 자체는 정상적으로 유지했지만, 자신의 페이스 북에 반대 입장을 고지하고, 트위터로 이를 알리면서, 최고 경영자의 의지를 확실하게 표명했다. 그 외, 모질라, 텀블러, 레딧 등도 확실히 법안에 반대한다는 입장 표명을 했다.



    (SOPA 법안 문제에 대한 페이스북의 공식 입장을 개제한 페이지. https://www.facebook.com/FacebookDC?sk=app_329139750453932 )




    하지만 트위터는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트위터 CEO인 '딕 코스토로'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글로벌 서비스 업체가 한 나라의 이슈 때문에 서비스를 중단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어리석은 짓'이라는 표현이 논란이 됐다. 유저들은 '그럼 위키피디아가 어리석은 짓을 한다는 말인가'라는 류의 항의를 했고, 딕 코스토로는 '트위터 서비스 중단에 관한 입장 표명이었을 뿐이다'라고 해명했다.

    동시에 자신도 "SOPA 반대 운동은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그 후로 트위터는 SOPA 반대에 대한 별다른 공식적인 입장 표명이나 운동을 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 '트위터 블랙아웃(#TwitterBlackout)'을 통한 '트위터 보이콧'은, 이 맥락의 연장선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미 SOPA 법안이 유야무야 없었던 것처럼 보이긴 한다. 하지만 SOPA 문제는 아직 완전히 꺼진 불씨가 아니다.

    게다가
    '디지털 밀레니엄 저작권 법(Digital Millenium Copyright Act)'을 바탕으로 PIPA가 나왔을 때도 수많은 반발로 막아냈는데, 이번에 또 PIPA와 비슷한 SOPA를 들고 나와서 문제가 되었으니, 언제 또 이런 류의 법안을 들고 나올지도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 상황에서 상당히 파급력 있는 트위터라는 서비스가, 이 법안에 대한 반대 움직임에 별다른 동참도 없었을 뿐더러, 이번에는 이 법안에 마치 수긍하는 듯 한, 혹은 미리 준비하는 듯 한 정책을 발표한 것이다. 

    '왜 하필이면 이 때냐?'라는 의문은 이런 맥락에서 나왔고, 따라서 다른 문제들과 함께 이 부분에 대한 의혹도 불거진 것이다.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거대 기업들 틈바구니 속에서 너만 살아 남자고 용 쓰는 것이 아니냐'라는 의혹인 것이다.



    (SOPA 반대 시위. 사진출처: http://www.flickr.com/photos/88913244@N00/6726561831 )

     


    앞서도 말 했지만, SOPA 문제가 일단 소강상태를 보이고는 있어도, 아직 완전히 꺼진 불씨가 아니다.

    위키피디아를 비롯한 몇몇 인터넷 사이트들이 항의를 표시했던 그 즈음에, 이 법안을 지지하는 미디어업계도 맞대응 했다. 뉴욕 타임스스퀘어 전광판과 온라인 광고 등을 통해, '인터넷이 블랙아웃(blackout)되면 할 일들: 책 읽기, TV 보기, 영화 보기, 음악 듣기'라는 문구를 내보내며 위키피디아의 서비스 중단을 비웃었던 것이다. 

    즉, 페이스북이나 구글을 비롯한 반대파들도 만만치가 않지만, 이 법안을 찬성하는 쪽은 정말 무시무시할 정도로 거대한 미디어 집단들이다. 찬성입장인 단체들 중 큰 것만 몇 개 추려내도, 미국영화산업협회(MPAA), 미 상공회의소(USCC), 음반산업협회(RIAA), 엔터테인먼트 소프트웨어 협회(ESA) 등이다. 이들에 비하면 구글이나 페이스북 정도는 외소해 보이기까지 할 정도다.



    이렇게 팽팽한 긴장 상태가 미국의 대선까지 계속될 것으로 예측된 가운데, '밀리면 진다'라는 생각과 함께, 적극 동참하지 않은 트위터에 대한 유저들의 실망감이 축적된 상태였다. 그래서 그 일련의 사건들 속에서 이런 정책 발표를 했다는 것도, 이번 트위터 블랙아웃 운동의 큰 요인 중 하나인 것이다. 




    인터넷도 디스토피아로 향하는가


    일단 SOPA 법안이 어떻게 처리될 지는 논외로 두더라도, 트위터의 정책이 어떤 식으로 어떻게 적용되어 흘러갈지도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아마 현재로서는 트위터 본사도 예측할 수 없을 테다. 

    이 와중에 트위터 사용자들이 의지할 것이라고는 서로간의 유대와, 트위터 사의 '우리는 표현의 자유를 존중한다'라는 말 뿐이다. 이 상황은 분명, 상당히 불확실하고도 불안정한 상태다. 또한 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행동이라는 것이 고작 하루 동안 트위터를 사용하지 않는 것뿐이라는 사실에, 사람들은 무력감을 호소하고 있기도 하다.



    이런 와중에 일부 소수 의견으로 '독점'의 폐단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즉, 지금 현재 트위터 같은 인터넷 미디어 창구가 트위터 밖에 없다는 한계에 대한 목소리다. 

    어쩌면 전세계 트위터 사용자들은 이제, '표현의 자유'를 지켜 줄 또 다른 어떤 서비스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고, 그것을 갈망하고 있는 상태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번 사건은 이런 내면의 우회적인 표출일지도 모른다. 이런 일련의 사건들 속에서 어떤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이 있다면 이제 때가 왔다는 사인으로 받아들여도 되지 않을까. 



    어쨌든, 아무쪼록 아직은 트위터가 표현의 자유를 계속 존중해 주기만을 바랄 뿐이다. 그리고 앞으로 나올 그 어떤 소셜 서비스들도, '표현의 자유'를 충분히 인식하고 존중해 주기를 희망한다. 극도로 심화되는 자본주의 물결 아래, 빈 공간에 모여 서로 이야기하고 항의할 공간마저 없어진다는 것은 정말 숨 쉴 공기를 빼앗기는 것과 같은 일이니까. 

    최근 디스토피아 출현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까지 나와서 전세계적인 시대적 우울이 감돌고 있는데, 인류가 힘을 모으면 다시 유토피아로 뱃머리를 잡을 수 있다는 희망이 부디 보였으면 좋겠다.




    참고자료 
    - 한미FTA 발효땐 네이버도 폐쇄?, http://news.hankooki.com/lpage/economy/201201/h2012012809453821500.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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