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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텔레그램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 - 러시아의 주커버그, 파블 두로프
    IT 2014. 9. 27. 05:40

    최근에 올라온 '김어준의 파파 이스 23편'을 보고, 텔레그램(telegram) 메신저에 관한 이야기를 정리해보고싶어졌다. '김어준의 파파 이스'에서 짤막하게 나온 내용들을, 관련 자료들과 함께 다시 정리해놓는 차원이므로, 간단히 알고싶다면 동영상 앞부분을 보면 된다.

    김어준의 파파 이스 23편: http://www.hanitv.com/?mid=tv&category=52596




    텔레그램을 만든 사람들
     
    텔레그램을 만든 사람은 니콜라이 두로프(Nikolai Durov)파블 두로프(Pavel Durov)라는 사람이다. 니콜라이가 형이고, 파블이 동생이다. 둘의 인생 행로도 가만히 보면 참 흥미로운데, 텔레그램과 관련된 내용 외의 인생행로는 맨 아래 참고자료(위키피디아)를 보시라.

    이 둘은 러시아의 페이스북이라 불리는 '브이콘탁테(브이깐딱제, VKontakte)'라는 서비스를 만들어서 억만장자에 오른 사람들이다 (사이트 주소는 vk.com). 특히 파블 두로프는 러시아의 저커버그라고 불리기도 한다.

    파블 두로프는 자신의 27세 생일 때, 위키피디아 재단에 100만 달러(약 10억 원)를 기부하기도 했다. 게다가 2012년엔 5000루블짜리 러시아 지폐로 종이비행기를 접어서 창 밖으로 날려 해외토픽에 오르기도 했다.

    당시 환율로 5000루블은 약 18만원 정도였고, 창 밖으로 날려보낸 지폐 종이비행기는 약 230만 원어치였다고 한다 (관련기사: 페이스북 창업자 저커버그 밥 못 먹을 뻔…"현금이 없어!"). 파블 두로프는 이 기부행사(?)로 사람들이 축제 분위기를 즐기기를 바랬다는데, 현실은 이 지폐를 차지하기 위해 주먹다짐이 벌어졌다고 한다.

    (러시아 5000 루블 지폐. 자료출처: 러시아 중앙은행)


    러시아 정부 vs 파블 두로프

    2014년 4월, 러시아 정부(Russia's security agencies)는 파블 두로프에게 공문을 보냈다. 내용은, 우크라이나 시위대 중 공문에 적혀 있는 사람들의 인적사항을 달라는 것이었다. 공문에는 그 사람들의 vk 서비스 주소(아이디)가 적혀 있었다.

    여기서 우크라이나 시위는 유로메이든(Euromaidan)이라고 불리는 최근의 시위를 말한다. 러시아 영향권에서 벗어나 유로 가입을 지향하는 것으로 시작해서, 언론 통제와 집회의 자유 등의 문제로 번져간 시위인데, 한 마디로 요약하기는 좀 복잡한 면이 있으니 설명은 이 정도로 그치겠다.

    그것과 동시에, 알렉세이 나발니(Alexey Navalny)의 vk 페이지를 폐쇄시키라는 명령도 있었다고 한다. 알렉세이 나발니는 2011년 러시아 총선이 부정선거라고 항의하며 시위를 주도하여, 소위 '혁명의 기수'로 부각된 사람이다. 푸틴이 가장 두려워하는 사람 중 하나로 일컬어지기도 한다.

    즉 요약하자면, 러시아 정부에서 vk 서비스의 CEO였던 파블 두로프에게, 반 러시아 운동을 열심히 했던 우크라이나 시위대 중 몇몇의 인적사항을 넘기라 요구했고, 동시에 부정선거 규탄의 선두에 섰던 사람의 페이지를 폐쇄시키라고 명령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파블 두로프는, 러시아 정부에서 보낸 그 공문을 자신의 vk 페이지에 그대로 공개해버렸다.
     



    공문을 자신의 VK 페이지에 공개한 후 며칠 뒤, 파블 두로프는 CEO 자리에서 해임됐다. 그리고 그는 러시아를 떠나면서, "다시 돌아갈 생각 없다 (no plans to go back)"고 말 했다.

    참고로 이 사건은 2014년에 벌어졌지만, 텔레그램은 이미 2013년에 만들어져있었다.



    마치며

    일부에선 텔레그램을 두고, 러시아 메신저로 가는게 과연 안전한가라는 질문도 하는데, 텔레그램 홈페이지의 FAQ를 보면 이렇게 소개 돼 있다. 텔레그램의 본부(HQ)는 독일 베를린에 있다고.

    그러니까 만든 사람들이 러시아 사람들일 뿐, 지금 텔레그램은 러시아와 별 상관이 없다. 러시아 법으로 통제되지도 않고, 더군다나 저런 이력이 있는 사람이 운영하고 있다. 게다가 텔레그램은 영원히 무료라고 밝히면서, 아직 어느정도 운영해 갈 돈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 나중에 만약 돈이 떨어진다면 모금을 하든지 하겠다는 말과 함께.

    어떤 서비스에 대한 신뢰는, 그 서비스의 완성도와 검증된 기능으로 뛰어난 성능을 보이는 등의 서비스 자체에 대한 믿음으로 출발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와는 다르게, 그 서비스를 운영하는 CEO의 행적과 마인드로 신뢰를 줄 수도 있다. 내가 보기엔 이 파블 두로프라는 인물은 '메신저 프라이버시'라는 측면에서는 신뢰를 할만 한 인물로 보이고, 여러모로 흥미로운 인물이다. (여담이지만, Anarcho-capitalism 선언을 출판했다는 점에서 내 관심을 확 끌었다).

    이 스토리에 나오는 여러가지 이야기들의 가지를 뻗고 또 뻗어 나가면 엄청난 이야기들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여기서는 일단 텔레그램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는 정도로 정리하고 마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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