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우리의 메신저가 '오늘 똥을 쌌는데 황금색이에요~'라는 대화밖에 없다 하더라도, 그런 대화를 누군가에게 감시당한다는 것 혹은 감시당할 수 있다는 것은 상당히 불쾌한 일이다. 광장에서 사람들에게 외치는 거라면 모를까, 개인적으로 사사로이 즐기는 대화는 프라이버시가 보장돼야 한다는 것은, 헌법의 행복 추구권까지 들먹이지 않더라도 그냥 상식적으로도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프라이버시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보장하지 않겠다고 권력을 가진 조직이 천명한다면? 혹은 보장되지 않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면? 당연히 갈아타야하는 거다. 이건, '문제될 게 없으면 당당하면 된다'라는 것과는 다르다. 프라이버시 문제다. 화장실에서 똥 싸는 일은 굉장히 자연스럽고도 당연하면서도 합법적인 일이다. 하지만 나는 그 누구에게도 내가 화장실에서 똥 싸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 권리가 있다. 그게 바로 프라이버시다.
비단 특정 권력집단에 의한 도청, 감청의 우려 뿐만이 아니라도, 사적인 대화를 마케팅이라는 명목으로 자기들 마음대로 사용할 여지는 충분히 있다. 대화 도중에 특정 단어에 밑줄을 긋는다든지, 특정 단어가 나오면 이모티콘을 보여준다든지 하는 것도 넓게 보면 사생활 침해다. 그나마 설정으로 그걸 끌 수 있게 해뒀다면 양반인데, 아예 그런 기능이 없다면 그건 좋은 서비스라 할 수 없다.
그런 귀찮은 것들에게서 해방될 수 있는 대안으로 '텔레그램'이 있다. 텔레그램은 애초에 러시아 당국의 감시를 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었다고 밝힐 정도로 프라이버시 문제에 신경쓰는 모습을 보여준다. 여태까지 다른 메신저에게선 찾아볼 수 없었던, '암호화'를 통한 '프라이버시 보장'을 가장 큰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일단 텔레그램의 UI(유저 인터페이스)는 왓츠앱(whats App)과 비슷하므로, 사용에 별 어려움이 없다. 현존하는 거의 모든 메신저 사용방식이 왓츠앱과 유사하므로, 어떤 메신저든 메신저를 사용해 본 사람들이라면 금방 익숙하게 사용할 수 있다.
이 메신저를 만든 사람은 VK라는 서비스의 창설자인데, VK는 주로 러시아 권에서 많이 사용되는 페이스북 같은 서비스다. 아마도 이 서비스가 망할 때까지 텔레그램을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어떤 메신저든 한 회사가 망하거나, 혹은 돈이 안 돼서 서비스를 접거나하면 서비스가 종료된다는 사실을 안다면,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
게다가 클라이언트 쪽 소스를 공개하고 있어서, 많은 사람들에게 검증받을 수 있어 더욱 투명하다는 장점 등, 여러 장점들이 있다. 특히 2013년 12월에는 중간에 누군가 대화 내용을 가로챘다고 가정하고, 암호화 된 그 내용을 해독하는 사람에게 20만 달러(약 2억 원)를 주겠다고 했으나, 2014년 1월까지 그 상을 탄 사람은 없었다. 즉, 중간에 대화 내용을 가로채봤자 현재로썬 해독하기 굉장히 어렵다는 뜻. (물론 중간에 암호화와는 상관없는 보안 문제가 발견되었는데, 그걸 리포팅해 준 사람에겐 10만 달러를 줬다고 한다).
세월이 하 수상하여 여기까지 흘러가게 되었는데, 어쩔 수 없다 적응하는 수 밖에. 참고로 텔레그램의 가장 큰 단점은 아직 음성통화가 지원되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이미 증권가에서는 텔레그램 메신저를 많이들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p.s. 참고 사이트
텔레그램 공식 웹사이트:
https://telegram.org/
위키피디아 텔레그램(영문):
http://en.wikipedia.org/wiki/Telegram_(software)#cite_note-11
p.s.2
설치해서 사용하는 건 굉장히 쉽습니다. 안드로이드든 아이폰이든, 영어로 'telegram'으로 검색해서 앱 설치하고, 맨 처음에 핸드폰 번호 인증만 한 번 하면 끝이에요. 핸드폰 번호는 그냥 우리가 평소에 쓰듯이, '010-뫄뫄뫄뫄'로 적으면 됩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