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1일~12일 양일간 동대문구 장안동에서 '제3회 세계 거리 춤 축제'가 열렸다. 동대문구의 변두리(?)에서 열리는 거라, 처음엔 그냥 흔하디 흔한 지역 축제겠거니하고 산책할 겸 나가봤는데, 의외로 꽤 괜찮은 행사였다.
장한평 역에서 장안동 사거리까지 약 1.5킬로미터의 7차선 차도 전체를 축제의 장으로 이틀간 운영한 웅대한(?) 스케일.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몰렸어도 비교적 인파에 부대끼지 않고 여유있는 공간 활용이 가능했다.
지역 축제를 가면 거의 항상 불만스러운 것이 좁은 공간에 각종 부스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행사 공간 또한 따로 필요해서, 조금만 이동을 하려해도 사람들에게 떠밀리듯 다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장안동에서 열린 세계거리춤축제는 널찍한 공간을 확보하고 있어서 일단 마음에 들었다.
공연 무대도 나름 신경써서 배치한 것이 느껴졌다. 장안 사거리에 메인 스테이지를 두고, 장한평 역 쪽에 비보이 댄스 배틀 대회를 여는 무대를 뒀다. 그 사이사이에 조그만 공연 무대를 둬서, 각 공연을 즐길 때 다른 공연들의 소리로 방해를 받지 않을 만큼의 거리를 두고 있었다.
부스들은 여느 지역축제와 다르지 않게 술과 먹거리가 주를 이루고 있었지만, 그 사이사이에 지역 홍보라거나, 외국인이 운영하는 것 등의 조금은 색다른 부스들도 참여하고 있었다. 축제에서 딱히 술을 즐기지 않는 사람들에게 이런 부스들은 정말 필요하다. 앞으로 술이 아닌 다른 특색있는 부스들을 조금씩 더 늘리면 좋을 듯 싶다.
공간이 넓다보니 아이들 놀이기구도 꽤 규모 있는 것들도 들어와 있고.
장안동 세계 거리 춤 축제의 핵심은 아무래도 메인 스테이지에서 벌어지는 각종 춤 공연과 경연대회, 그리고 반대쪽 끄트머리 쯤에 자리잡은 서브 스테이지에서 펼쳐진 비보이 배틀 대회(World Street Dance Championship - SD4)였다.
비보이 배틀은 일반인이 평소에 쉽게 접할 수 없는 것이어서 더욱 내 관심을 끌었다. 이건 다음 글에 따로 다루겠다.
한가지 안타까운 점이 있다면, 비단 이 축제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지역 축제들이 한결같이 보이고 있는 현상인데, 축제 이름에 꼭 월드(world)를 넣어야만 하느냐라는 것. 사실 이 단어는 여기저기서 너무 남발하고 있어서 요즘은 축제에 세계, 월드 같은 단어가 들어가면 촌스러워 보이기도 한다.
게다가 세계적인 축제를 만들어 가겠다는 의지라면, '월드'라는 단어보다는 '한국(Korea)'라는 단어를 쓰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세계거리춤축제'가 세계적으로 알려져서 지구촌 사람들이 참여하는 큰 무대가 된다면, '세계'보다는 '한국거리춤축제'라고 하는 것이 더욱 이해하기도 쉽고, 의미도 분명해진다. 축제 이름에 '세계'를 넣는다는 것 자체가 '국내, 내국인'으로 대상을 한정한다는 의미 또한 내포해버리는 거다.
말이 나와서 나와버렸지만 어쨌든 축제 이름은 그렇다 치고, '세계거리춤축제'는 꽤 흥미로운 행사였다. 올해는 이미 끝나버렸지만, 내년 행사는 꼭 기억했다가 한번 쯤 챙겨서 가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