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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T 역량 평가 시험, 탑싯(TOPCIT) - ICT 취업 준비자에겐 또 하나의 토익(TOEIC)?
    IT 2014. 10. 31. 02:33

    어쩌면 이제 컴퓨터공학과 외 컴퓨터 관련 학과 대학생들은 졸업 전에 시험 하나를 더 준비해야 할 지도 모르겠다. 바로 '탑싯(TOPCIT)'이라는 시험. 'IT 역량 지수 평가 시험'이고, 아직은 시험단계라서 대학생과 업계 종사자 등을 대상으로 무료로 테스트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주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유료로 치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난 9월 22일부터 10월10일까지 'TOPCIT 정기평가' 응시원수 접수를 했는데, 정보통신 분야(ICT) 재직자와 대학생 4,650명이 원서를 냈다고 한다.

    이번이 2회째인 이 시험은 11월 1일 전국 주요대학 고사장에서 실시한다. 객관식, 서술형 등으로 이뤄진 총 65문항 1,000 점 만점으로 출제되는 절대평가 방식이다. 시험은 자체 개발한 CBT(Computer Based Test)로 치뤄진다.

    참고 언론 기사:
    ICT 분야 토익 'TOPCIT', 11월 제2회 정기평가 시행 (이데일리)
    ICT 역량평가 'TOPCIT'에 4천여명 응시 (연합뉴스)

    참고:
    TOPCITIT역량지수 평가(Test Of Practical Competency in IT)의 약자라고 함.


    (표준화된 개인의 IT역량 측정 도구로서 체계화된 시스템을 추구하는 TOPCIT 사업단의 의지를 표현하고 있다는 BI. 이미지 출처: TOPCIT 홈페이지)



    탑싯(TOPCIT), 야심차게 만든 느낌

    탑싯(TOPCIT)은 '미래창조과학부' 주관으로,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과 '한국생산성본부(KPC)'가 함께 만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산학계 총 231개 기관의 269명이 참여해서 공동 개발 했다고 밝히고 있다. 참여한 기관들을 보면 대충 알만 한 곳들이다.




    개발 배경은 이렇게 밝히고 있다. 대학교육이 실무지향 ICT 교육으로 조화로운 실행이 되어 전공 졸업생들의 역량이 향상될 수 있도록 하고, 인재활용을 통한 ICT 산업 활성화 등등.


    (이미지 출처: TOPCIT 홈페이지)



    뭐 어떻게 만들었든 누가 만들었든 다 좋다. 좋은 교육 이뤄지고, 그에 대한 평가 이뤄지고, 그에 따른 보상이 이뤄진다면 좋은 것 아니겠나. 그런데...



    대학생들에게 또 하나의 토익(TOEIC)이 되는 걸까

    '2014년 소프트웨어(SW) 서비스 관련 정부 지원사업, 제도' 문건을 보면 이런 그림이 나온다.



    여기서 눈에 띄는 문장이 있다. 'TOPCIT 점수는 14년부터 본격 시행되며, 향후 IT, SW 기업의 채용기준 예정'.

    즉, 테스트 기간을 거친 뒤에 이 시험이 본격 궤도에 오르면, IT, SW 기업 채용 시 이 점수가 활용 될 계획이라는 거다.

    이건 탑싯(TOPCIT) 홈페이지의 FAQ를 보면 좀 더 뚜렷해진다.


    기업에서 원하는 ICT/SW인재를 채용하지 못하고 있다거나 대학 졸업생을 채용해도 신규직원으로서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은 ICT/SW산업계의 공통된 목소리입니다. 때문에 많은 ICT/SW기업들이 자체적으로 지필평가, 면접평가를 시행하거나 신규직원을 위한 별도의 교육과정을 운영하며 유·무형의 비용을 투입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기업에서 원하는 IT, SW 인재를 구하지 못하고 있고, 졸업생 채용해도 능력이 부족하다고 업계에서 목소리를 내고 있으니까, 바로 채용해서 쓸 수 있게 하기 위해서 이 시험을 치게 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래서



    미래창조과학부는 TOPCIT이 ICT기업의 채용·교육 도구로 활용될 수 있도록 유관 기업과 협약체결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현재 40개 기업이 MOU에 참여하였으며, 향후 더 많은 기업들이 ICT인력을 선발할 때 TOPCIT 점수를 요구할 전망입니다. 관련 내용은 7월 초 리뉴얼된 TOPCIT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기업의 비용을 아껴주기 위해서 TOPCIT 시험을 시행하는데, 이 시험이 좀 더 넓게 활용되게 하기 위해, 좀 더 많은 기업들이 이 시험 점수를 입사 서류 전형에 포함시키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대학교에서는 TOPCIT을 통해 재학생의 ICT/SW역량 수준을 비교·분석함으로써 교육성과를 객관적으로 측정하는 것이 가능하고, 이를 통해 교육과정의 질적 개선을 도모할 수 있습니다. 또한 학생들의 진로 및 취업교육에도 활용할 수 있으며, 대학 교육과정 개편 시에 TOPCIT 출제기준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대학교에서도 TOPCIT 시험에 대비해서 교육과정을 개편할 수도 있지만, (아직) 강요는 하지 않겠다. 정도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자, 다시 쉽게 요약해보자. 그냥 한 문장으로 압축된다.


    "정부에서 시험을 만들어 평가하는데, 그 점수를 기업 입사전형에 반영하여, 기업에서 원하는 인재를 구하기 쉽게 하겠다."




    탑싯(TOPCIT), 과연 필요한가

    TOPCIT 홈페이지에서 응시 대상은 '고등학교 졸업 이상의 학력 소지자라면 누구나, ICT/SW 산업 분야로 진입하려는 모든 예비 인력'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이건 비단 대학생 뿐만 아니라, 학원을 통해 SW 산업으로 뛰어들려는 사람들에게도 요구될 수 있다. 여기서 일단 우려되는 점이 있다. 대학과 학원 교육의 입시 위주화이다. 이게 우려로 끝날 일이 아닌게, 이미 현실화 될 조짐이 보인다.


    부산대 ICT 전공생 졸업시험 대신 'TOPCIT' 본다 (연합뉴스)
    숭실대-정보통신산업진흥원 'TOPCIT 활용' 업무협약 (머니투데이)
    : "TOPCIT을 활용한 대학교육과정 개선 및 졸업인증제도 도입을 위한 업무협약을 했다"


    아무리 시험을 좋게 잘 만든다고 해도, 실무를 따라갈 순 없다. 실무자를 평가하기란 그래서 어려운 거고. 교육이 시험을 위해 존재하면, 교육기관을 다녀야 할 이유는 오로지 졸업장 하나 밖에 없다.


    게다가 요즘 SW 업계가 얼마나 세분화되고 다양화 됐는데, 이런 시험 하나로 소위 'IT 역량'이란 걸 평가할 수 있단 말인가. 그 평가 방식과 평가 내용도 개개인의 주관에 따라 다 틀릴 수 밖에 없는데.

    예를 들어, 'SW 개발자는 PC를 어느 정도 수리 할 수 있어야 하는가, 아니면 아예 못 해도 상관 없는가'. 이건 개개인의 주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가치관이다. 그런데 여기서 '개발자라면 당연히 어느 정도 PC 수리는 할 수 있어야지'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문제 출제를 한다면?

    일단 시험 관계자들과 문제 출제위원들의 'IT 산업 현실 분석 능력 역량'부터 측정해야하지 않을까? 그를 위해서 시험 하나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토익(TOEIC) 고득점자가 넘쳐나지만 밖에서 외국인 만나면 일상 대화도 제대로 못 하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탑싯(TOPCIT) 또한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다. 999점 짜리 고득점자들이 수두룩한데도 막상 현업에선 또 그다지 도움 안 되는 상황 말이다.

    프론트엔드(front-end) 개발자가 '네트워크 실무'와 '보안 이론'을 알면 좋긴 하다. 근데 그런 사람들에게 과연 그런 능력이 현실적으로 필요할까? 그리고 그런 지식으로 '프론트엔드 개발자'를 뽑는 것이 과연 타당할까?

    '나는 코딩이 좋아요'하며 평생 코딩하며 살고싶은 사람에게 'IT 비즈니스 활용',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 이런 과목이 필요한가 말이다 (탑싯 시험엠 비즈니스 영역도 있다).

    물론 배워놓으면 피가 되고 살이 되겠다. 하지만 그걸 배우려면 시간을 소비해야 하는데, 그럼 당연히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생긴다. 그 포기해야 하는 것이 운영체제론이나, 컴파일러, AI, 그래픽스, 알고리즘 등이 되지는 않을까? 그렇게 대학 교육을 진행하는 것이 과연 옮은가?


    왜 대학생들이나 예비 취업자들에게 또 다른 부담을 주는가. 이미 토익 만으로도 충분히 고통받고 있는 젊은 청춘들에게 말이다. 아프니까 청춘이라 좀 더 아파보라는 건가, 혹은 젊을 때 고생은 사서 해야하니 돈 내고 시험 보는 고생을 국가에서 제공하는 건가.

    더 써봤자 잡설만 늘어날 듯 하니, 어차피 이 시험을 앞으로 계속 치를 거라면 이런 요구를 하고 싶다는 말만 하고 마치겠다.


    1. 문제 출제 위원들의 자질을 평가할 수 있는 시험을 도입하라. (ICT 산업 현실 분석 능력 역량 시험)

    2, 비즈니스 영역과 기술영역을 분리하고, 기술영역도 각 현업에 맞게 세분화하라. (예: 웹 프론트 엔드 개발 영역, 어플리케이션 프론트 엔드 개발 영역, 웹 서버 개발 영역, 게임 서버 개발 영역, 어플리케이션 서버 개발 영역, 프론트 엔드 HTML 및 스크립트 영역, 안드로이드 개발 영역 등등(아직 한참 남았지만))
     
    3. 아예 하려면 확실히 해서, 고득점자는 사시, 행시 패스에 준하는 국가기관 상급 공무원으로 채용하라 (그에 맞게 시험 자체도 사시 행시 수준으로 높이고).

    4. 이거 할 돈으로 스타트업 기업들 투자나 좀 해라.



    p.s.
    TOPCIT 홈페이지: http://www.topci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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