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개방형 OS'가 11월 30일 부로 완료 될 계획이라는 기사가 나왔다. 예전에도 개방형 OS를 추진하고 있다는 기사는 아주 조금씩 나왔지만, 이번 기회에 어떤 내용인지 좀 짚어보겠다.

기사:
정부 "윈도엑스피 퇴출 대응" 개방형 OS 확대 검토 전용백신도 무료배포 (4.08)
정부 개발 개방형OS 배포판 12월 첫 선 (9.10)
정부가 주도한 리눅스OS, 누가 쓰나? (10.21)


리눅스 민트 스크린 샷

리눅스 민트 스크린 샷



정부의 개방형 OS 만들기, 하모니카 프로젝트

미래창조과학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등이 추진중인 이번 개방형 OS 프로젝트의 이름은 '하모니카 프로젝트'. 5월부터 시작해서 11월 30일 종료될 예정이니, 약 7개월짜리 프로젝트. 총 예산은 2억 5천만 원이라 한다.


이 개방형 OS(하모니카 프로젝트)는 올해 초에 발표된 미래부(미래창조과학부)의 '공개SW 활성화 계획'의 일환으로 나온 것이다.

이 계획은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우 XP' 서비스 지원 종료로 한 차례 난리를 겪은 후, 특정 업체 종속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부랴부랴 마련된 계획이었다. 그래도 계획안으로 보면 큰 틀에서는 꽤 괜찮은 계획을 세워놨다.

이 개방형 OS를 잘 만들고 활용해서, 2020년에 윈도우 7의 서비스 지원이 종료될 때는 피해를 최소화해보자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한다.


미래창조과학부 공개SW 활성화 방안

(자료출처: 우분투 한국 커뮤니티, 미래창조과학부 공개SW 활성화 방안 요약 및 질의사항)



개방형 OS, '리눅스 민트'의 한글화?

어쨌든 그래서 '개방형 OS'를 만들고(?) 있는데, 기반은 '리눅스 민트'라고 한다. 기사에 나온 NIPA 관계자의 말을 보면, 대략 어떤 성격의 프로젝트인지 추측할 수 있다.

NIPA관계자는 "이미 리눅스 기반 데스크톱 배포판이 여럿 있기 때문에 굳이 새롭게 한국형 배포판을 만들 필요는 없다고 판단해 사용자 편의에 맞게 UI/UX를 개선하고 한글화를 지원하자는 차원에서 이뤄졌다"고... (정부가 주도한 리눅스OS, 누가 쓰나?)


즉, 작업의 범위는 한글화 작업과 UI 개선 정도라는 뜻이다. 리눅스 민트를 한국인 사용자들이 좀 더 사용하기 쉽게 개선했다 정도로 이해하면 될 듯 하다. 개선을 해서 배포하는데 한국형 배포판은 아니라고 하는 게 좀 의아하지만, 어쨌든 이걸 완성하고나면 국내 리눅스 커뮤니티와 협력해서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 작업을 추진할 계획이라 한다.

이정도면 일단 방향이 완전히 헛나가진 않았다고 본다. 혹시나 또 '한국형 OS'를 만들까봐 좀 걱정했는데 말이다.



개방형 OS의 이모저모

정부가 지금 추진하고 있는 '개방형 OS'에 대해,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인 내용들을 한 번 알아보자.

일단 이 프로젝트를 어떤 업체가 맡았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여기저기 뒤져봤더니, '공개SW포털(www.oss.kr)' 사이트의 '2014년 공개SW 개발지원사업 프로젝트 등록 현황'에 나와있었다.




'비즈니스온커뮤니케이션(http://www.businesson.co.kr/)'이라는 업체였는데... 솔직히 무슨 회사인지 모르겠다. 어쨌든 이 회사가 '개방형 OS 한글화 및 UI/UX 개선' 작업을 한다고 나와있다.
 

그리고 이 프로젝트의 홈페이지를 찾아가봤다 (http://hamonikr.org/). 아직 완성 전이라 그런지 좀 허름한 모습의 웹 페이지가 나오는데, 일단 디자인은 그렇다 치고 메인 화면의 글을 보니까...




엥? '배포판 빌드체계 구축', '다중사용자 한글화 개발지원 서비스'?

뭔가 배포판을 만들긴 만들었는데, 한글화까지 하는 건 아니고, 한글화 참여를 위한 번역 사이트만 만든다는 건가? '이걸 왜 만들지? 있는 거 써도 되는데...'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직 뭐가 어떻게 되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으므로 속단하지는 않겠다. 그냥 일단은 이런 사이트가 있구나 정도.



공개 소프트웨어 활성화, 이번엔 성공할까

윈도우 XP 지원 종료 때 크게 파문이 일었던 것과 최근 끊임없이 논란이 일었던 엑티브엑스(ActiveX) 문제 등이 합쳐져서, 요즘은 조금씩 의미있는 개선들이 생길 조짐이 보이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전자정부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되었는데, 여기에는 행정업무용 파일의 저장 형식을 표준화하자고 돼 있다. 사실상 ODF(Open Document Format)를 사용하자는 내용으로 해석되고 있다 (물론 hwp로 표준화 하겠다고 시행령으로 정해버리면 답이 없지만).

개방형 문서서식(ODF) 확대 조짐 '확산될까?' (9.04)
 

그리고 액티브엑스도 점점 제거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 상태다.

전자상거래에서 사용되는 액티브X 완전히 연내 제거 (10.15)


물론, 어떻게 될런지는 두고봐야 할 일이지만, 그래도 이번엔 뭔가 좀 바뀌지 않을까 싶다 (천송이 코트 팔아야 하니까). 이런 움직임에 한컴 또한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한컴, 7년만에 리눅스용 오피스 개발..왜? (10.14)




어쩌면 행정문서 포맷이 ODF로 통일되고 액티브엑스가 모든 사이트에서 사라진다면, 모든 공무원들의 PC OS를 리눅스로 바꾸는 것도 가능해질 수도 있다. 아마 그런 장기 계획을 세우고 이런 '개방형 OS' 사업을 하는 것 아닐까. 2020년 윈도우 7 지원이 중단될 것도 염두에 두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여기서 살짝 불안감이 뭉실뭉실 피어오르는데...



과거 '한국형 OS' 시도처럼 될까

정부가 지금 추진하고 있는 개방형 OS 하모니카 프로젝트에 대해서, 인터넷의 각종 커뮤니티 등에서는 부정적인 의견들이 많다. 그도 그럴것이, 예전에 정부가 '한국형 OS'를 만들겠다고 한 적이 있었고. 그 프로젝트들은 모두 흐지부지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먼저 오랜 옛날, 인터넷 기어다니던 1990년 초반에 '케이 도스(K-DOS)'라는 것을 시도했다. 뭐, 너무 오래된 이야기니까 이건 길게 하지말자. 한 마디로 그냥 망했다.

2000년 초반엔 위피(WIPI)라는 게 있었다. 이건 OS가 아니지만, 핸드폰 무선인터넷의 기본 플랫폼을 정부에서 추진했다는 점에서 비슷한 맥락이다. 2005년 쯤 위피 탑재 의무화가 추진됐고, 몇 년 하다가 의무화 폐지 수순을 밟고는 수많은 원성을 뒤로한 채 유유히 사라졌다. 


2005년에는 한국소프트웨어 진흥원(KIPA)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함께(?) 만든, '부요 리눅스'라는 것이 있었다. 소문에 따르면, 아직도 어느 허름한 관공서 구석에 리눅스가 돌아가는 PC가 있는 곳이 있다 하는데, 이 '부요 리눅스'가 아닌가 짐작된다. 하지만 이건 이제 거의 흔적조차 남지 않았다. 피어본 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토종”OS 라고요? (오픈웹, 부요 리눅스 관련 이야기가 나옴, 2011년 글)


그리고 2011년엔 정부가 삼성, LG와 손잡고 '한국판 안드로이드'를 만든다고 발표해서 한동안 논란이 일었다. 이건 아마 기억하는 분들이 꽤 있으리라 본다.

정부 "차세대 OS 주도하자" 팔걷어 (2011.8)
한국판 안드로이드 만든다...정부, 삼성-LG와 손잡고 모바일OS 개발 착수 (2011.8)


제3차 월드베스트소프트웨어(WBS) 프로젝트를 통해, 삼성, LG 등과 공동 컨소시엄을 구성해서 3년 내에 한국형 OS를 개발한다는 야심찬 계획이었다. 이 컨소시엄에 정부가 지원하는 돈이 540억이라고 알려졌다. 그런데 업체들은 '당혹스럽다', '아직 확정된 내용이 없다'는 등의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그 후는 어떻게 됐는지 알 수가 없다. 
 

이런 일련의 사건들 때문에 정부가 뭔가 개발한다고 하면, 특히 OS같은 것은 일단 부정적으로 보게 될 수 밖에 없지 않나 싶다. 과연 이번에 만드는 '개방형 OS'는 어떻게 될까.




OS 개발보다 시급한 문제들

2020년까지 공무원들의 PC에 리눅스를 깔겠다는 계획을 세웠다면 이번 '개방형 OS'로 한 번 밀고나가 보는 것도 나쁘진 않다고 본다. 기사를 보니 아직 당장은 어디 활용할 계획이 잡혀 있지 않은 듯 하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런 OS를 갈아탈 계획을 세우는 것보다 훨씬 더 급하고 중요한 일들이 있다. 앞서 언급됐던 ODF를 표준 문서포맷으로 사용한다든가, 액티브엑스를 완전히 걷어낸다든가 하는 것이 추진중인 것은 정말 환영할만 한 일이다.
 

하지만 엑티브액스 제거 작업과 함께, 정부 및 유관기관들의 웹 사이트부터 '웹 표준'을 엄격히 지켜서 만드는 작업도 병행해야하지 않을까. 제대로 됐는지 체크하고 수정하는 작업도 함께 말이다. 최근 '웹 접근성' 지침을 지키도록 의무화 하기는 했는데, 이건 엄밀히 말해서 웹 표준을 지키는 것과는 좀 다른 내용이다.

이것만 제대로 해도 OS를 어떤 것을 쓰든 상관없이 누구나 정부 웹 사이트들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을 테다. 그럼 굳이 돈 들여서 정부 주도로 OS같은 걸 만들 필요도 없고. 제대로만 하면 모바일에서도 잘 활용할 수 있으니, 공무원들도 아이패드 같은 거 들고 업무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질 수 있다. (아아 꿈 같은 얘기다)

내 입장은, 웹은 이제 청년으로 황금기를 맞이하고 있다고 본다. '대세는 웹이다'라는 입장이고, 큰 이변이 없는 한, 꽤 오래 지속될 거라고 본다. 그래서 OS나 개별 어플리케이션에 집중하기보다는, 웹에 대한 정책이나 접근방법 등을 정하고 제대로 된 웹 사이트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예를 들면, 영국 정부의 '디지털 서비스 설계 10대 원칙' 같은 것 말이다 (이러면 또 원칙 적은 문서 하나 덜렁 만들고 끝~ 할 것 같지만).

영국 정부의 디지털 서비스 설계 10대 원칙 (슬로우뉴스)


이외에도 정부 주도로 리눅스를 도입하고 널리 사용하게 하려면, 혹은 공무원들만이라도 강제로 사용하게 만들려면, 우선 공개 소프트웨어들을 사용할 수 있게 교육하고 보급하는 일이 먼저다.

어느 순간 갑자기, "자, 이제부터 리눅스 쓴다" 해버리면 또 혼란이 생기고, 거부감이 일고, 문제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 지금부터라도 차근차근 공개 소프트웨어들을 쓰도록 만들어 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서, 운영체제(OS)는 윈도우를 쓰더라도, 어플리케이션(프로그램)은 공개 소프트웨어를 쓰도록 해야 리눅스로 바꿔도 거부감이 안 생긴다는 뜻이다.

이런 것들과 관련된 컨텐츠를 생산한다거나, 메뉴얼을 만든다거나, 보급하고 알리는 일을 하는 것은 일반 기업들은 하기 어려운 일이다. 돈이 안 되니까. 이런 부분에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뛰어들어야하지 않을까. 공개 소프트웨어 만들려고 하지는 말고, 있는 것들 찾아내서 알리는 데만 집중해도 엄청나게 큰 판을 만들 수 있는데 말이다.


하다보니 쓸 데 없이 말이 길어졌다. 딴 것 다 필요없고, 그냥 엑티브액스만 모두 제거해 달라. 그것만 해도 한국 정부 웹 사이트들은 진일보 할 수 있을 테니까.



참고자료
Linux Mint 홈페이지: http://www.linuxmint.com
리눅스 민트 위키피디아
우분투 한국 커뮤니티, 미래창조과학부 공개SW 활성화 방안 요약 및 질의사항 (pdf 있음)
개방형 OS, 하모니카 프로젝트 홈페이지: http://hamonikr.org/
한국 리눅스 민트 사용자 모임: http://linuxmint.kr/
공개SW포털, 2014년 공개 SW 개발지원사업 프로젝트 등록 현황
비즈니스온커뮤니케이션: http://www.businesson.co.kr/
K-DOS 개발 뒷 얘기 (KLDP)
엔하위키, WIPI


p.s.
이 글 쓰는 내내 북한이 개발했다는 '붉은별 3.0'이 자꾸 생각나는 이유는 대체 뭘까 (리눅스 기반에 Wine 올린 듯)

북한, 자체 PC OS '붉은별3.0' 개발 (02.05)

(이미지 출처: 위키피디아(영문), Red Star 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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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빈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