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에서 내놓은 자료 때문에 많은 개발자들이 실소를 터트리고 허탈해하고 있다. 'SW 기술자 노임 단가표'에 근거한 금액을 SW 개발자 연봉으로 계산해서 내놓았기 때문이다.

 

핵심만 우선 짚어보자면,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인데, 'SW 기술자 노임 단가표'는 발주를 따내기 위해서 하청업체가 인건비를 계산할 때 써 넣는 금액이지, 개별 개발자들이 수령하는 임금 금액이 아니라는 거다.

 

 

 

전자신문의 기사에 대한 해명자료로 나온 미래부 자료

 

미래부는 해명자료를 내놓은 이유가 전자신문의 한 기사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기사 제목은 "노임단가표, SW기술자 쥐어짜는 족쇄로 작용" 이라고 하는데, 현재 인터넷에서는 이 기사를 찾아볼 수가 없다.

 

미래부 해명자료에서 밝히고 있는 기사 내용은 이렇다.

 

 

* 대기업, 공공기관 등에서 SW노임 단가표를 최저임금 기준으로 사용.
* 미국의 SW개발자는 여유롭게 4,000만원~5,000만원 연소득을 취득.
* 능력 있는 SW개발자에게 적절한 대가를 주지않는 SW 노임단가 기준.

 

(미래부 해명자료에서 발췌)

 

 

기사의 전문은 읽어볼 수 없지만, 같은날(1월 5일) 올라온 사설 하나로 대강 내용을 재확인 해볼 수 있다. 

 

[사설]노임단가가 SW산업을 망친다 (전자신문)

 

일단 이런 기사가 있었고, 그에 대한 반박으로 미래부 해명자료가 나왔다는 것만 간단히 알고 넘어가자.

 

 

 

미래부 해명자료

 

미래부 해명자료의 핵심부분만 발췌한 내용은 아래와 같다.

 

 

* 한국SW산업협회는 매년 1,000 여개 SW기업의 임금평균치를 반영, SW기술자노임단가표를 공표하고 있으며,

 

* 평균임금 역시 매년 5.4%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 SW기술자의 최저임금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기사내용은 사실과 다름.


* SW기술자 초․중․고급 수준은 연 4,700만원~6,800만원으로, 기사에서 인용된 미국 개발자 임금과 비교해도 낮은 수준으로 보기 어려우며, 국내 임금근로자의 연 평균임금과 비교해도 126% 이상임.
(임금근로자 연평균 임금 : 3,732만원(월 311만원, ‘13년 통계청))


* 다만, 현재 학력․경력 위주의 기술자 등급 분류로 인해 우수한 기술자가 제값을 못 받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한국SW산업협회에서 SW기술자의 직무별, 능력별 기준 도입에 대한 방안을 검토 중임.

 

(미래부 해명자료, 2015. 1. 5)

 

 

해명자료 전문이 담긴 파일을 아래 첨부하겠다. 이 해명자료를 기사 형태로 가공한 것을 정책브리핑 기사로도 볼 수 있다.

 

[사실은..]SW기술자 평균임금 매년 5.4% 이상 증가 (정책브리핑)

 

150105 즉시 (해명) 노임단가표 sw기술자 쥐어짜는 족쇄로작용(전자).pdf

 

 

 

여기서부터 문제가 시작된다.

 

 

 

SW 기술자 노임단가표

 

일단 'SW 기술자 노임단가표'를 간단히 알아보자. 공식적으로 'SW 기술자 노임단가표'라는 용어는 쓰고 있지 않는 듯 한데, 소프트웨어산업협회에서는 'SW 기술자 노임 대가'라고 쓰고, 미래부에서는 '임금실태조사 결과'라고 쓰고 있다.

 

어쨌든 아래 표들을 한 번 슥 훑어보면 대충 뭔지 알 수 있을 테다.

 

 

2014, SW 기술자 노임단가표 (미래부2014, SW 기술자 노임단가표 (미래부)

 

 

SW 기술자 등급분류 기준표 (2014)SW 기술자 등급분류 기준표 (2014)

 

 

 

 

위 'SW 기술자 노임 단가표'에 따르면, 정보처리기사 자격증을 따고 대학을 졸업하면 '초급기술자'가 된다. 그래서 바로 4700 만 원 정도의 연봉을 받는다고 미래부가 계산해놨다.

 

또한 기사 자격증 취득하고 3년 이상 현업에 종사한 사람은 '중급기술자'가 돼서, 연봉 5500만 원을 받는 굉장히 해피해피한 직종이다!

 

이런 계산대로라면 정말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한국에서 행복한 축에 속하는 직업이며, 일이 힘들다고 처우 개선 해달라는 건 돈도 많이 받는 놈들이 징징대는 것 정도로 밖엔 안 보일 거다.

 

그런데 다들 아시다시피 현실은 다르다.

 

 

 

'SW 기술자 노임 단가표'는 개발자 임금 표가 아니다

 

단적으로 이 해명자료에서 계산해놓은 연봉 테이블은 미래부 측에서 잘 못 한 거다. 이건 추측이나 주장이 아니라, 엄연한 사실이고 근거자료도 있다. 바로 '소프트웨어산업협회' 홈페이지에 그 근거자료가 떡하니 나와있다.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가 '2014년도 적용 SW기술자 노임대가 공표'를 게시한 글에 분명히 이렇게 나와있다.

 

 

상기결과는 일급여기준이며, 기본급여+ 제수당 + 상여금 + 퇴직급여충당금 + 법인부담금을 모두 포함한 결과임. 

 

 

([노임대가] 2014년도 적용 SW기술자 노임대가 공표,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즉, 기본급여 외에 이런저런 것들이 다 포함되어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이 금액을 단순 합산하여 연봉을 계산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이건 회사가 책정하는 '인건비'이지, 노동자가 받는 '임금'이 아니다. 따라서 실제 노동자가 받는 임금은 이 금액보다 적을 수 밖에 없다.

 

그러므로 미래부가 마치 이 금액을 개발자들이 실수령하는 금액인 것 처럼 인식하고 합산하여 연봉을 계산한 것은 큰 잘못이다.

 

위 해명자료 등을 통해 추측해보건데, 전자신문 기사에서는 이 단가표가 개발자들의 최저임금으로 작용해서 문제라며, 그래서 개발자들이 돈을 더 많이 못 받는다고 쓴 것 같다. 그런데 많은 개발자들이 이렇게 생각할 거다. "이 단가표가 최저 임금이면 좋겠다!"라고.

 

 

 

노임 단가표와 현실의 차이

 

노임 단가표에 기본급 외에 여러가지가 포함되어 책정되어 있다. 여기에는 야근, 휴일 근무 등을 했을 때 지급해야 하는 각종 수당과, 상여금, 퇴직금, 고용보험 등에서 회사가 부담하는 법인부담금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 항목들을 어떻게 조정해서 수수료라든가 회사 수익으로 돌려 낸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저 단가표대로라면 SW 기술자 초중고급 연봉이 4700 ~ 6800 정도 돼야 하는데, 실제 현실에서는 대략 2000 정도 쳐 내면 맞지 않을까 싶다. 즉, 실제로는 초중고급 연봉이 2700 ~ 4800 정도라고 보는 게 그나마 현실적이라는 거다.

 

물론 연봉 6천 이상 되는 개발자도 보긴 봤다. 그런데 연봉 2700도 안 되는 개발자들을 더 많이 봤다. 그러니 이런 극단을 쳐내고 대략의 중심값을 잡는다면 저 수치 정도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 물론 그렇게 퉁치기엔 박봉에 시달리는 개발자들이 생각보다 엄청 많다는 현실이 여전히 발목을 잡지만 말이다.

 

 

신문기사도 그렇고, 미래부도 그렇고, 이 단가표대로 개발자들이 임금을 받고 있다고 전제하는 것은 큰 오류다. 따라서 그 이후에 따라오는 논리들도 무너져버린다.

 

 

 

다시 말하지만 인건비는 임금이 아니다

 

애초에 이 노임 단가표로 연봉을 계산한다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 협회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이 단가표는 하루(일) 기준이다.

 

쉽게 말해서, 계약직과 프리랜서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SI 시장 같은 곳에선 연봉 계산 자체가 무의미하다. 계약직 개발자가 6개월짜리 프로젝트에서 월 3백을 받았다고 해서, 그 사람의 연봉이 3600 이라고 계산하는 꼴이다. 야근 안 했다고 프로젝트 중간에 쫓겨날 수도 있고, 프로젝트 끝나고 나머지 모든 기간을 일 없어서 백수로 지낼 수도 있고, 다른 곳에 옮겨서 비슷하게 임금을 받을 거라는 보장도 없다.

 

일 기준으로 계산을 낸 수치이니 만큼, 일당 표로 보고 사용하는 게 맞다는 얘기다.

이 표를 활용할 때도 프로젝트 기간을 며칠로 계산해서 곱하기를 하는 사람들이 그걸 무시해버리다니.

 

 

그리고 노임 단가의 금액은 임금이 아니라 인건비다. 이 인건비는 업체들이 정부 관공서 등에 입찰을 하거나 보고서를 올릴 때 '회사에서 사람을 쓰기 위해 제시하는 금액'이다.

 

이때 단가표의 금액 외에 따로 책정된 제경비를 제출하기도 한다. 뭐 여러가지 이유야 있겠지만 일단 받아올 금액은 많으면 좋으니까. 그리고 어차피 경비 산출해서 올리면 '가격은 깎아야 제 맛'이라며 인건비 후려치기로 깎을 거니까.

 

계속 반복해서 얘기하고 있는데, 정리하고 마치자. 이 표는 발주를 위한 인건비 금액이며, 실제로 노동자가 수령하는 임금이 아니다. 따라서 이 금액을 기초로 SW 개발자 임금 수준을 논하는 것은 옳지 않다.

 

 

 

미국 개발자 임금과 비교해도 낮은 수준으로 보기 어렵다?

 

위에서 말했듯이 노임 단가 표가 실제로 개발자들이 받는 임금이 아니므로, 이 금액을 기초로 미국 개발자들의 임금 수준과 비교하는 것 또한 옳지 않다.

 

그래도 어거지로, 미래부가 계산한 연봉이 맞다고 치고 한 번 비교해 보자. 재미삼아.

 

 

미래부가 계산한 우리나라 SW 개발자 초중고급 연봉은 4700~6800 이다. 이대로라면 한국 개발자 평균 연봉은 5578만 원이 된다. 그래, 한국 SW 개발자 연봉 평균이 5500만 원이라고 치자. 한 번 쳐 보자.

 

자 이제 미국 개발자 연봉 평균 나가신다.

 

 

 

 

미국 노동부(department of labor)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수치다 (페이지 링크). 2012년 평균 연봉이 93,350 달러라고 나온다. 한화로 하면 대략 '1억 원'이다.

 

다시 상기해보자. '인건비'일 뿐이고 실제로 개발자들은 그보다 훨씬 적게 받는 수치인 'SW기술자 노임 단가'를 그대로 적용하더라도 한국 개발자 평균 연봉은 2014년에 5500만 원. 미국 SW 개발자의 평균 연봉은 2012년에 1억 원. 전혀 비슷하지도 않은 금액이다. 더블이다, 더블.

 

참고로 이런 현실을 뒷받침해주는 언론 기사도 있다.

 

 

한국에선 '슈퍼 을' IT 개발자, 미국 가니 연봉 1억!

너무나 다른 한미 IT 환경…"창조 경제? 개발자 처우부터 개선해야"

(프레시안, 2013. 4.12)

 

 

 

마치며

 

사실 'SW 기술자 노임 단가 (노임 대가) 표'는 옛날 정통부 시절부터 수시로 논란이 돼 왔다. 그 옛날부터 개발자들은 이 표의 금액은 현실과 다르다고 말해왔다. 제경비 뿐만 아니라 중계 수수료 등이 포함되어 있어서, 실제로 받는 임금은 단가표에 나와있는 금액의 절반 정도로 보면 된다고 말이다.

 

그렇지만 정부나 언론은 이 단가표를 기준으로 꾸준히 '우와, 개발자가 이렇게 돈을 받는다!'라고 잊을 만 하면 한 번씩 터트려 줬고, 그걸 볼 때마다 일선 개발자들은 열 받고, 이런 현실은 지금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만약 여러분이 저 윗사람이라고 가정해보라. 게다가 지금 소프트웨어 산업 현실에 대해 거의 아는 게 없는 사람이라고 가정해보라. 이 상태에서 이런 보고서가 올라온다. "지금 SW 개발자들 연봉이 4700 ~ 6800 입니다"라고.

 

2015년 인상된 공무원 연봉으로 1급 공무원 12호봉 월급이 대략 500만 원이다. 그럼 "오호~ 개발자들 꽤 잘 받네?"라는 생각이 들 테다. 거기다가 이런저런 업체들이 "'싼' 개발자가 없어요"에서 '싼'은 빼고, "개발자가 없어요"라고 계속해서 말 한다.

 

그럼 이런 생각이 들겠지. "어라? 이렇게 돈 잘 버는 직업인데 맨날 사람이 모자르네? 국민들이 이 좋은 일자리를 잘 모르는 가보다. 막 교육시켜서 들여보내자!". 이건 나름 합리적인 판단이다, 주어진 자료 하에서 말이다.

 

 

부디, 정책의 기초가 되는 기본 자료부터 제대로 조사하고 잘 정리했으면 싶다. 단적으로 아직 우리나라 IT 시장에 개발자가 몇 명이나 되는지도 확실히 모르지 않나. SI 쪽으로 가보면 계약직이 몇이나 되는지, 프리랜서가 몇이나 되는지 조사한 자료도 아직 없지 않나. 이런 상황에서 무슨 SW 산업을 육성하고, 개발자 처우를 개선하고, 소프트웨어 강국을 만든단 말인가.

 

한 번 쯤은 쉼표를 찍고 대대적인 전수조사를 해 볼 필요가 있다. 업계 전체를 총괄해서 각 개개인의 통장을 까는 수준의 전수조사를 통해 계산한 수치로 임금 평균이 저 정도 나온다면, 나도 그 때는 그냥 인정하고 승복하겠다. 내 실력이 없어서 저 노임 단가에 훨씬 못 미치는 금액을 받고 여태까지 일 해 온 거라고.

 

Posted by 빈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