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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 코이(zen koi), 조용한 연못 여행 - 잉어가 도를 닦아 용이 되는 모바일 게임IT 2015. 5. 3. 18:08
몽롱한 음악과 함께 느릿하게 연못 속을 유영하는 모바일 게임, '젠코이 (zen koi)'.
아마도 고요한 잉어라는 뜻일 것 같은 이 게임은 지루함과 고요함의 경계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한다. 심심해서 좀 했다가 고요함을 조금 맛보고는 이젠 좀 지루하다 싶으면 벌써 시간이 꽤 흘러있다. 뭔가 무지 바쁜 손놀림을 해야하는 게임을 별로 안 좋아한다면 해볼만 하다. 안타까운 것은 아직까지는 아이폰 용(iOS)만 출시되어 있다는 것.
게임을 실행하면 연못에 잉어 한 마리가 덜렁 있다. 이 잉어를 조종해서 먹이를 먹으면 된다. 거의 '먹이를 먹는 행위'가 전부라고 할 수 있다. 잘 못 조작했다고 죽지도 않고, 적이 나오지도 않고, 인간이 잡아가지도 않는다. 그냥 먹이만 먹으면 된다.
처음부터 나오는 가장 기본적인 먹이인 아메바(? 혹은 박테리아?) 처럼 생긴 저것은 (오른쪽 화면), 몸에 들러붙으면 잉어의 속력을 느리게 만든다. 잘 피해가면서 먹어야하는데, 몸에 들러붙으면 파란 풀잎으로 가면 떨어져나간다.
빨간 풀잎으로 가면 화면이 빨갛게 변하면서 잉어가 느려진다. 천천히 풀잎을 벗어나면 다시 정상 속도가 되니까 빨리 벗어나기만 하면 된다.
먹이를 먹어서 잉어를 진화시킨다. 레벨이 올라가면 능력치가 하나씩 생기고, 이 능력치로 민첩성, 속도, 희귀성 중 하나를 올릴 수 있다. 물론 나중엔 결국 모든 능력치를 풀로 다 올릴 수 있으니 처음엔 빨리 움직이는 먹이를 먹을 수 있도록 속도와 민첩성을 올리는 게 좋다.
게임 화면에서 오른쪽 하단의 동그란 버튼을 누르면 연못 확장을 위한 먹이 메뉴가 나온다. 제시된 먹이를 먹고 보석을 만들면 최종적으로 연못을 확장할 수 있다.
먹이 중에 넓치(?)처럼 생긴 넓적한 것은 여러번 시도를 해야 먹을 수 있다. 복어는 다가가면 몸이 커져서 먹을 수 없게 되는데, 얘는 뒤에서 살금살금 접근해서 와락 덮치면 먹을 수 있다. 어쨌든 잘 하면 된다.
그렇게 이런저런 먹이를 먹어서 최종적으로 연못 확장이 가능해지면 왼쪽 하단에 '연못 확장'이라는 네모난 버튼이 나온다. 이걸 누르면 잉어가 자동으로 연못을 확장할 수 있는 곳을 찾아간다. 목적지에서 찌잉-하면 연못이 확장된다.
연못이 커지면 새로운 먹이들이 나타나고, 그 먹이들을 먹으면 또 연못을 확장할 수 있다.
젠코이의 흥미로운 요소 중 하나는 '짝짓기'다. 먹이를 먹으며 다니다보면 갑자기 어디선가 다른 잉어 한 마리가 나타난다. 그럼 동그란 원이 생기는데, 상대 잉어가 이 원 밖을 벗어나지 않도록 잘 따라다니면 알을 낳게 된다.
이 알에서 새로운 잉어가 태어나고, 그 잉어를 다시 연못에 넣고 키울 수 있고 그렇게 생이 반복된다.
어느정도 레벨을 쌓고 능력치가 높아졌을 때 짝짓기를 해야 좋은 자식이 나온다. 적당한 레벨을 쌓았을 때는 굳이 내가 따라가지 않아도 웬 놈이 다가와서 들러붙는다. 이 때는 그리 좋은 능력을 가진 알을 얻을 수 없다.
하지만 레벨 쌓고 능력치 쌓아서 나중에 더 쎈 놈과 교배할거야하고 기다리기만 하다보면, 능력 좋은 놈이 나오긴 나오는데 그 놈은 내 능력으로 쫓아갈 수가 없다. 결국 알을 못 낳는다.
따라서 적당한 시기에 적당한 놈과 교배하는 것이 좋다. 인간 세상도 이와 마찬가지라서, 어느 정도 반짝일 때는 이놈저놈 들러붙어 성가시고, 기다리다보면 능력 좋은 놈이 나타나긴 나타나는데 그 놈은 나를 좋다 하지 않는다. 적당한 때 적당한 놈을 만나야 한다는 인생의 귀중한 깨달음을 전달해주는 거다. 이 게임의 핵심 메시지가 아닐까 싶다. 그야말로 '젠(ZEN)'이다. (감탄)
그렇게 먹이를 먹으며 독거노인으로 늙다보면 갑자기 하늘이 찌직-해서 잉어가 용이 된다. 독거노인이 용이 되다니. 능구렁이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일단 드레곤이라 적혀 있다.
이렇게 승천하면 얘는 콜렉션이 되는 것으로 끝난다. 드레곤이 되려면 연못 확장이 필수다. 레벨업보다는 연못 확장이다. 물론 좀 더 좋은 알을 낳아야지하며 기다리기만 하다보면 결국 쫓아갈 수 없는 능력자들만 나타나서 교배를 포기하고 결국 홀로 쓸쓸히 용이 되어 생을 마감하는 결과를 얻을 수도 있다. 이러면 게임 진행하는 데 큰 이득이 없다.
이렇게 각종 잉어와 드레곤들의 컬렉션을 수집해서 심심할 때 볼 수 있다. 이걸 목적으로 삼을 수도 있겠지만, 어차피 게임 지우면 사라질 데이터 따위 신경쓰지 않는 사람이라면 그냥 멍하니 연못을 헤엄치는 잉어를 보기 위한 게임을 해도 된다. 비 오는 날 낮에 하면 더욱 명상하는 분위기를 느껴볼 수도 있다. 구형 아이폰에서도 잘 작동돼서 오랜만에 좋은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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