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에게는 아직도 신혼여행지 정도로 알려져 있는 섬, 발리. 그곳에도 이른바 '협업 공간'이 있다.

 

협업공간은 주로 스타트업으로 회사를 만들기 전이나, 만든 후라도 자금이 부족해서 사무실을 낼 수 없는 형편인 경우, 혹은 프리랜서나 뭔가 해보려는 백수 등이 자신의 노트북 피씨를 들고 가서 놓고 일을 하는 공간이다. 공간을 운영하는 측은 소정의 사용료를 받거나 음료를 팔거나 해서 공간을 유지한다.

 

어떻게 보면 카페에서 노트북 놓고 일 하는 것과 비슷한 방식인데, 협업공간은 일을 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로 구성되기 때문에 카페보다 일에 더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된다. 게다가 컴퓨터와 인터넷으로 뭔가 하는 사람들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일단 공통의 관심사가 형성되고, 그런 사람들끼리 교류해서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도 있다는 장점이 있다.

 

 

(후붓 홈페이지 메인 이미지)

 

 

사실 그런 협업공간은 전 세계에 널려 있고, 한국에도 꽤 있다. 그런데 대체로 협업공간들은 도시에 자리잡고, 카페나 사무실 같은 분위기를 하고 있다. 나름 열린 공간으로 인테리어 하고, 현대적인 감각으로 꾸며놓긴 하지만, 창 밖으로 보이는 삭막한 도시의 그림자들은 어쩔 수가 없다. 그나마 창문이라도 있으면 다행인 곳들도 있고.

 

발리에 자리잡은 '후붓(HUBUD)'이라는 협업공간은 그런 도시형 협업공간에서 벗어난 곳으로 주목을 받았다. 아마도 '발리'라는 유명한 여행지에서 일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서양인들에게도 특이한 모습이었을 테다. 그래서인지 후붓은 이미 해외의 유명한 언론사들이 소개하기도 했다. 그 덕에 지금은 꽤 유명한 곳이 됐다.

 

 

(후붓 소개 동영상 중에서 캡처)

 

 

 

후붓은 다른 협업공간 혹은 벤처 인큐베이터와 비슷하게 내부적으로 각종 이벤트와 행사 등을 개최한다. 일주일에 한 번씩 등록한 모든 멤버들이 모여서 한 자리에서 밥을 먹는 기본적인 이벤트가 있고, 그 외에도 인도네시아 어를 배우거나, 비즈니스 기법을 배운다거나 하는 이벤트도 있다. 그리고 장기적인 과정으로 마케팅 기법, 워드프레스 사이트 제작 수업 등을 진행하기도 한다. 물론 이런 행사는 별도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후붓이 제공하는 공간에서 작업을 하려면 매월 정해진 금액을 내야 한다. 공간을 월 사용 시간으로 따져서 비용을 책정하고 있고, 후붓에서 작업을 하지 않더라도 맴버쉽을 유지하며 각종 행사 등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놨다.

 

24시간 운영된다고 하는 후붓 공간을 무한대로 사용할 수 있는 가장 비싼 요금제가 월 30만 원 정도다. 물론 인터넷은 비용에 포함된다. 발리의 인터넷 사정이 그리 좋은 편이 아니라서 속도는 썩 좋지 않지만, 그래도 발리 내에서는 가장 빠른 회선을 넣었다고 한다.

 

 

 

 

사실 후붓이 자리잡고 있는 곳은, 발리의 '우붓'이라는 마을이다. 발리 섬에서도 내륙 쪽인데, 예술가들이 모여 살기로 유명한 곳이다. 즉, 발리하면 떠오르는 멋있는 바다는 전혀 안 보이는 마을이라는 뜻이다. 바다를 보려면 차를 타고 한 시간 정도 나가야 한다.

 

그래도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바다로 나가서 서핑을 즐길 수 있고, 굳이 바다로 가지 않더라도 논이 쫙 펼쳐진 곳에서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장점이긴 하다. (물론 논이 쫙 펼쳐졌다는 것은 모기나 벌레도 많다는 숨은 뜻도 있다)

 

 

(사진: Ubud Writers & Readers Festival)

 

 

발리는 호주(오스트레일리아) 사람들이 특히나 여행으로 많이 가는 곳이다. 가깝기도 하고 물가도 싸니까. 국제공항 근처의 도시에는 호주인들이 바글바글하다. 그런 곳이니 이런 협업공간 하나 쯤 생길 만도 하다. 물가도 싸면서 아름다운 경치도 즐기고, 나름 장기여행의 기분을 만끽하면서도 자신의 일을 할 수 있으니까.

 

물론 여행지에서 일을 할 사람들이라면 호텔 방에서 해도 되긴 된다. 협업공간이 카페처럼 단순히 공간만 제공했다면 아마도 큰 호응을 끌어내지도 못 했을 거고, 사람들의 주목을 받지도 못 했을 테다. 후붓이 관심을 끌면서 참여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이유도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 아닐까. 일단은 여행지이고 한 숨 돌릴만 한 환경이 되기 때문에, 굳이 사업이나 돈 얘기 말고도 다양한 관심사에 따라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도 있다는 매력도 있으니까. 여러모로 부러운 곳이긴 하다.

 

 

세상에 이런 곳도 있고, 이렇게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알고, 우리도 이렇게 살 수는 없을까 고민하다보면 어쩌면 어떤 방법이 나와서 뜻 맞는 사람들이 모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일단은 그저 이런 곳도 있다는 정도만 알아놓도록 하자. (= 일단은 부러워하도록 하자)

 

 

 

 

 

p.s. 참고자료

* 후붓 홈페이지: http://www.hubud.org/

 

p.s. 2

최근 제주도에 창조 뭐시기로 글로벌 인재를 불러서 게스트하우스에서 재워가며 스타트업을 하게 해서 뭔가 붐을 일으키겠다는 계획의 기사 속에서 이 '후붓'이 소개되는 일이 있어서 써봤음. 이제 한국에서도 아는 사람들은 꽤 알고 있구나 싶었던 것도 있고, 제주도 같이 물가 비싼 곳에서 이런게 가능하겠냐라는 의문 제기도 있고. (내가 한다면 차라리 지리산에 만들겠다 등등을 쓰려고 했지만, 그냥 접자. 기회 되면 뜻 있는 사람들에게 말 할 수 있는 날이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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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빈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