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띠깔루아에서 폴로나루아를 거쳐 캔디(Kandy)까지 로컬버스로 8시간 걸렸다. 중간에 한 번 갈아탔지만 거리에 비해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렸다.

 

이미 밤이 찾아온 어두컴컴한 터미널에 내렸더니 진을 치고 있던 툭툭기사들이 막 들러붙는다. 그 중 한 사람에게 게스트하우스로 가자고 했다. 지도도 하나 없으니 어쩔 수가 없었다.

 

아주 가까운 거리의 산동네(?) 쪽으로 갔다. 다른 동네에서 500 정도 할 방을 1500 내라 한다. 그냥 그렇게 바가지 씌우려고 진을 치고 있는 집 같았다. 그래서 손님도 하나도 없는 거겠지. 어찌어찌 1000으로 깎았고, 돈을 냈더니 체크아웃 시간이 아침 9시란다. 미친. 캔디 뿐만 아니라 이 나라 전체에 대한 정이 다 떨어져버렸다. 비단 이것 뿐만 아니라 이 나라에서 당한 게 너무 많아서.

 

그래놓고는 수시로 찾아와서 또 투어 안 하냐, 하루 더 묵을거냐 계속 반복해서 묻고 또 물어댔다. 정말 피곤하다.

 

 

 

 

짐도 풀지 않고 잠시 눈만 붙였다. 다음날 일어나자마자 휑하니 숙소를 뛰쳐나와서 거의 4시간동안 다른 숙소를 찾아다녔다.

 

산동네를 벗어나서 시내로 나가봤지만 외국인 관광객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고, 어찌어찌 관광지 같이 생긴 큰 호수 쪽으로 가니 그나마 관광객들이 좀 보였다. 론리플래닛을 들고 있는 사람에게 부탁해서 숙소 지도가 나와있는 페이지를 보고 외웠다.

 

론리에 나온 골든뷰(golden view) 게스트하우스를 찾아가니 이미 숙소 찾아 헤맨 시간이 4시간이었다. 이미 너무 지치기도 해서, 1800 루피 부르는 걸 그냥 오케이 하고 들어갔다. 근처에 숙소가 좀 보이긴 한데, 다 비슷할 것도 같고, 나머지는 여기보다 더 높이 있어서 나다니기도 불편할 것 같고. 근데 여기도 계속 며칠 머물거냐, 내일도 머물거냐, 투어는 안 하냐 하면서 투어 설명하고 어쩌고 귀찮게 한다. 아무래도 손님이 없어서 그런 것 같다. 여기서도 손님은 나 하나 뿐이었다.

 

손님이 이렇게도 없는데 지금 캔디는 축제 기간이라서 관광객들이 많고, 그래서 다른 숙소들은 다 비싸다고 구라를 친다. 나중에 보니 시내 쪽에서 축제 비슷한 걸 하긴 하던데, 워낙 규모가 작아서 뭐 그냥 매주 혹은 매월 하는 행사가 아닌가 싶었다.

 

 

 

 

 

아침 9시에 체크아웃 하라던 황당한 게스트하우스. 걔네들은 분명히 9시 넘어가면 추가 요금을 받으려 했던 속셈이다. 어떻게든 한 푼이라도 더 뜯어내려고 노력 또 노력을 했으니까.

 

그리고 나가서 다른 숙소를 찾아 4시간이나 거리를 헤매고 다녔던 것. 그렇게 잡은 론리에 나오는 게스트하우스는 또 비싸고 그리 마음에 들지 않는 곳.

 

그렇게 숙소에 치이고 또 치이는 여행은 비단 이번 뿐만이 아니었다. 수많은 여행들이 숙소를 중심으로 움직였고, 숙소를 찾는 데 많은 시간을 낭비했고, 또 숙소 때문에 발을 동동 구르기도 했다. 여러모로 그건 스트레스였다. 그래서 나중에 나는 여행 스타일을 완전히 싹 바꾸게 됐다. 속 편하게 노숙을 즐기는 여행으로. 그러자 숙소 때문에 생기는 스트레스가 확 줄어들어서 오히려 쾌적한 여행을 할 수 있게 되더라. 물론 위험한 곳 가려가며 잘 해야 하는데, 그 스킬도 하다보니 늘고. 그 전까지 숙소에 얽매였던 나 자신이 지금은 참 한심하게 느껴질 정도다. 그렇게 스스로도 발상의 전환을 해보는 건 어떨까 싶다. 물론 섣불리 노숙을 따라하라는 말은 아니다, 굉장히 위험할 수도 있으니까.

 

 

 

캔디에서는 거의 호수 주변만 왔다갔다하며 산책하고 있었을 뿐이다. 굳이 여기저기 볼거리 찾아다니며 또 스트레스 받고 싶지 않아서.

 

똑같은 곳이라도 누군가는 정말 즐거웠고 좋은 사람들만 만나서 행복한 여행이었다고 글을 올릴 테다. 그건 거짓말이 아니라, 돈을 쓰면 가능한 일이다. 똑같은 곳이라도 돈을 얼마나 쓰느냐에 따라 경험은 완전히 달라진다. 그게 여행이다. 특히 돈 없이 다니면 그 나라 혹은 그 지역 사람들의 밑바닥을 볼 수 있는데, 그 밑바닥이 돈 있는 사람에게 해 주는 것과 크게 차이가 없는 곳이 있는가 하면, 완전히 극과 극인 곳도 있다. 물론 대부분의 지역들은 극과 극이다. 아, 이것이 너희들의 밑바닥이로구나 하는 경험은, 돈이 없어야 볼 수 있는 아주 귀한(?) 경험이다. 라고 위로를 해보자.

 

 

 

 

 

호숫가에 뭔가 입장료 내고 들어가는 곳 발견. 당연히 내국인과 외국인의 입장료가 다르고, 외국인은 500루피나 받아먹더라. 들어갈까 말까 한참을 망설이다가 뭐 평생에 단 한 번인데 하며 들어갔으나, 십 분도 지나지 않아서 돈 아깝다고 후회했다.

 

 

 

 

 

 

 

고전 건축물을 현대 기술로 깨끗하게 만들어 놓은 것은 그냥 어색하고 빈곤해 보일 뿐이다. 현지인들은 아마도 그런 걸 잘 느끼지 못 하겠지. 나무로 된 다 쓰러져가는 오래된 건축물들을 곤크리트 발라가며 깨끗하게 하나 둘 재단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서서히 그 분위기에 적응 할 테니까. 하지만 외국인의 눈으로 한꺼번에 그 모든 걸 보면 확실히 느낌이 온다. 재단장 한 오래된 건축물들은 확실히 어색하다. 아마 한국의 전통 건축물들도 외국인들에겐 그렇게 보이겠지.

 

 

 

 

 

 

 

뭔가 이런 저런 그런 것들이 조금 있던 500루피 짜리 공원. 뻔히 현지인 가격 아는데 외국인들에게 비싸게 입장료 받아 먹으면, 그렇게 받아 먹었는데도 그에 상응하는 볼거리나 재미나 감동도 없다면, 그곳은 그저 '바가지 쓴 곳'이라고만 기억된다. 역사고 전통이고 알 게 뭐냐, 비싼 돈 내고 들어갔는데도 아무것도 없었던 바가지 쓴 곳일 뿐인데.

 

 

 

 

 

 

 

사진이나 몇 장 찍고 나온다.

 

 

 

축제 때문인지 이 동네는 코끼리가 많이 보였다. 이렇게 보면 뭔가 귀여워 보이거나 하겠지만, 사실 저 사진 바깥에는 거의 택시 크기만 한 코끼리 똥이 쌓여 있었다. 먹거나 씻는 도중에도 계속 똥을 질질 싸는데, 훌륭하게도 똥울 멈춘 찰라의 순간을 잡아냈다. 정말 내가 생각해도 대단하다. 자세히 보면 꼬리 쪽에 똥이 묻어있다.

 

 

 

 

 

캔디(Kandy)에는 꽤 큰 호수가 있어서 나름 아무도 안 만나고 산책하기 좋았다. 호수를 거니는 외국인들도 꽤 있어서, 호숫가를 걷고 있으면 툭툭 기사도 거의 들러붙지 않는다. 캔디는 꽤 큰 도시고, 그래서 시내 쪽도 뭔가 이것저것 많았지만, 난 오랜만에 한적하게 걸었던 이 호수만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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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빈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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