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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월에 가을 날씨 산동네 - 누와라엘리야, 스리랑카
    해외여행/스리랑카 2009 2015. 11. 9. 02:37

    캔디에서 누와라엘리야(Nuwara Eliya)까지는 AC 미니버스 (에어컨 미니버스)로 170루피 (2009년). 캔디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라 금방 가는 편이다. 산길을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큰 일반버스는 힘이 부쳐서 속력을 크게 못 냈다. 미니버스가 큰 버스들을 여러 개 추월했을 정도.

     

    빨리 간다는 면에서 미니버스를 타고 간 것이 좋은 선택이긴 했는데, 사람이 꽉 차니까 창문도 꽉꽉 닫아놓은 상태여서 갑갑해서 숨이 막힐 지경이었던 것이 단점이었다.

     

     

     

    여기는 캔디(Kandy)의 버스 스탠드. 버스 앞에서 호객하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탈 버스를 잘 가르쳐 준다.

     

     

     

    누와라엘리야 가는 길. 꼬불꼬불한 산길을 뱅뱅 돌아 올라간다.

     

     

     

    내리자마자 먹은 빵. 스리랑카에서는 밥보다 빵을 더 많이 먹었다. 현지인들도 빵을 많이 먹는 것 같던데, 그래서인지 빵가게도 식당 만큼이나 많았다. 빵들이 꽤 맛있는 편이기도 했고.

     

     

     

    근데 의외로 과일들은 그리 훌륭하지 못 한 편이었다. 일단 과일 특유의 향이 너무 약하다. 과일 가게에서 나는 그 향내가 어스름해서 일단 향기에 끌리질 않는다고나 할까.

     

     

     

    누와라엘리야 버스 스탠드 한쪽 구석. 뭐 그냥 이런 곳이 인상 깊었다.

     

    이때가 7월 말경이었고, 스리랑카의 다른 곳들은 정말 더웠다. 뜨거운 건 둘째 치고, 햇살이 너무 따가워서 피부가 따끔거릴 정도. 그런데 같은 시기 누와라엘리야는 초가을 날씨였다. 낮인데도 서늘하고 바람은 다소 쌀쌀한 느낌.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나는 '딱 가을 날씨다'라며 기지개 펴며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선선해서 걷기도 좋다며 막 좋아했는데, 현지인들은 파카나 털모자 같은 두꺼운 겨울 옷을 입고 있었다. 이 사람들은 여기가 춥게 느껴지나보다. 물론 나도 그늘에 가만히 있으면 좀 쌀쌀하다 느껴지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얼어 죽을 것 같다는 느낌은 아니었다.

     

    누와라엘리야는 스리랑카가 영국 식민지였을 때 영국인들이 만든 휴양지 개념의 마을이라 한다. 걔네도 북반구에서 온 사람들이었으니 스리랑카의 따가운 햇살을 견디기 어려웠을 테다. 그래서 딱 초가을 날씨인 이 산골자기에 마을을 만들어 자주 찾았거나 아예 거주하거나 했을 테지.

     

     

     

     

     

     

     

    일단 살인적인 무더위가 없으니 여유도 생겼다. 아랫마을에서는 햇살 피하기 바빠서 빨리빨리 걸어서 이동했지만, 여기서는 길에서 사진도 좀 찍고 노닥거릴 수 있었다.

     

     

     

     

     

    버스스탠드에서 큰 마을 반대편 외곽 쪽으로 빠져나가니, 마치 한국의 모텔촌 처럼 게스트하우스가 빼곡히 들어선 곳이 나왔다. 게스트하우스들로 한 마을을 이루고 있을 정도로 많은 숙박업소들이 있었다. 도로 쪽에서부터 산 쪽으로 주르륵 숙소들이 있었는데, 시내로 나가기 좋은 아랫쪽 호텔들에는 외국인들도 꽤 있었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손님들이 거의 없는 편이었는데, 그래서 산 쪽으로 높이 기어올라갈수록 숙소 가격이 점점 더 싸졌다. 사람도 별로 없는데 누가 굳이 높은 곳까지 올라가서 숙소를 잡겠나, 나 같은 가난뱅이 여행자가 아니라면.

     

    버스 스탠드(버스 터미널) 바로 뒷편에도 게스트하우스들이 있었는데, 그쪽은 아무래도 시내와 가까운 편이라서 가격이 비쌌다. 대략 1500~1200루피 정도. 이쪽 산마을 모텔촌(?) 쪽으로 오니까 가격이 대략 1500~1000루피 정도로 나오던데, 같은 값이면 시설이 훨씬 좋았다.

     

     

    다들 시설이 좀 좋은 편이다보니 천 루피 밑으로는 잘 내려가지 않는다는 게 흠. 하지만 1000루피 쓸 생각하면 마음대로 골라잡을 수 있을 만큼 숙소들이 널렸다. 그 중 적당한 곳 하나 골라서 들어간 천 루피짜리 숙소. 대략 10달러 조금 안 되는 돈이다. 무엇보다 이 동네는 에어컨이 없어도 되니까 숙소 선택의 폭이 훨씬 더 넓어졌다.

     

    숙소 주인이 성수기에는 4천 짜리 방이라며 내 준 방은, 정말 성수기엔 그 정도 받기는 하겠구나 싶을 정도였다. 물론 허름한 침대에서 많은 점수를 깎아먹을 수 밖에 없는 곳이었지만, 일단 전망이 좋아서 선택. 제아무리 4천까지 올라간다는 방이라 해도, 이 숙소 전체가 다 텅 비어 놀고 있는데 지금 그게 무슨 소용이냐. 나는 1천에 묵었다. 참고로 이 동네 성수기는 4월이라고 한다. 4월에 가면 제대로 비싸게 숙소에 묵을 수 있다는 뜻 되겠다.

     

     

     

    게스트하우스 답게 이런저런 투어 패키지도 안내해줬다. 게스트하우스 바로 위로 뻗어있는 산으로 트래킹 가는 관광상품도 있는데 그게 1천 이란다. 산이 꽤 멋있어서 잠시 망설이기도 했는데, 새벽 8시에 출발한다고 해서 바로 포기. 그냥 혼자 올라가지 뭐. 차밭 투어도 500이라는데, 그건 그냥 버스 타고 가기로 결정.

     

     

     

    결국 그냥 방에 드러누워서 밥이나 먹었다. 스리랑카 여행 중엔 워낙 이상하고 엉뚱한 데로 자주 가서, 아예 식량을 싸들고 다녔다. 지금 생각하면 이해할 수 없지만, 병에 든 쨈도 싸들고 다녔다. 저거 병 무게만 해도 꽤 되는데. 이렇게 싸들고 다닌 식량은 여러모로 꽤 쓸모 있었다. 더위서 밖에 나가기 싫은 때나, 해가 져서 어두컴컴할 때 대충 한 끼 떼울 수 있었으니까.

     

    여기서도 쓸모가 있었다. 산 등성이 쯤에 숙소를 잡아서, 밥 먹으려면 이 근처 게스트하우스가 운영하는 비싼 식당을 가거나, 아니면 시내까지 몇 킬로미터 걸어 나가야만 했는데, 이렇게 대충 한 끼 떼우니 그냥 퍼질러 쉴 수도 있고 얼마나 좋으냐.

     

     

     

    먹을 것도 있고, 숙소도 맘에 들고 하다보니 그냥 노닥거렸다. 싸구려 비상식량이지만 뭔가 있어 보이게 사진도 찍어보고.

     

     

     

    노닥거리고 쉬다가 그래도 해 지기 전에 좀 다녀보자 해서 정신 가다듬고 길을 나선다. 이 동네는 길거리에 말들이 막 나다니네.

     

     

     

    말을 묶어놓지도 않았다. 차길 막 지나다니기도 하고, 한쪽 옆의 초원에서 막 뒹굴기도 하고.

     

     

     

     

     

    울타리도 없는 초원에 말들이 풀 뜯고 있고, 개 한마리가 게으르게 자고 있다. 말들이 일정 범위를 벗어나면 개가 귀신같이 알고 일어나서 다시 말을 일정 범위 안에 몰아 넣는다.

     

     

     

     

     

     

     

    딱히 차밭 투어를 가지 않아도, 걷다보면 여기저기서 차밭을 마주칠 수 있었다. 누와라엘리야 전체에 차밭이 퍼져 있기 때문에, 대충 아무데나로 가도 실컷 구경할 수 있다. 그만큼 누와라엘리야는 차로 유명한 곳이다. 스리랑카에서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곳이다. 라고 하더라.

     

    사실 여기 가기 전까지는 누와라엘리야라는 지명도 처음 들어봤다. 스리랑카가 차로 유명한 곳이란 건 알고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누와라엘리야가 유명하다는 건 전혀 알지 못 했다. 여기 가서야 그 유명세를 알 수 있었는데, 그럴 만도 하다. 거의 마을을 중심으로 온 사방이 차밭이니까.

     

     

     

     

     

     

     

    또다른 모텔촌(?) 입구. 모텔촌 입구는 여러개가 있는데, 산 쪽으로 올라가면 결국 만나게 된다. 물론 길 다르게 타면 엉뚱한 곳으로 가게 되겠지만. 그 정도로 이곳 숙소촌은 규모가 크다. 성수기엔 모든 숙소들이 꽉 찬다고 하는데, 저 숙소들이 모두 사람으로 꽉 찬다면 정말 엄청난 인원이 몰려와야 할 듯 싶다.

     

    이 당시 이곳에 사는 현지인들은 누와라엘리야에서 F1이 열렸다며 막 자랑하던데, 뭐 일단 관광객들 수용할 숙소는 적당히 있는 게 맞는 듯 싶다. 근데 그 F1이 뭔지는 아무도 모르더라. F1 열렸다 해서, 무슨 F1? 이라고 물으니, F1! 에에에프- 워어어언! 이라고만 말 할 뿐이었다. 에프원이 뭐 한두개냐, 키보드 펑션키에도 F1 있다. 대체 무슨 에프원인지 알고 싶었지만, 그냥 다짜고짜 F1 이라며, 그것도 모르냐 바보새꺄라는 식으로 쳐다보길래 그냥 다 포기하고, 아이고 좋겠다 해주고 말 뿐.

     

     

     

    여기는 누와라엘리야 버스 스탠드 바로 옆쪽에 있는 관광안내소. 다른 곳들은 허름한 판자 건물인데, 여기는 그나마 꽤 번듯하게 돼 있어서 한 번 들어가봤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역시나 지도는 '없다' 한 마디로 끝.

     

    그런데 안에서 안내해주는 교활하게 생긴 아저씨는 나를 붙잡고 놔주질 않는다. 결국 알고보니 이 사람, 이 바로 뒷쪽에 있는 게스트하우스 주인이더라. 어쩐지 게스트하우스 많은 곳들 알려달라하니까 이 바로 뒷쪽에 있는 게스트하우스만 알려주고는 딴 데는 가봤자 별 소용없다는 식으로 말 하더니만. 그러면서 처음에 명함도 하나 줬는데, 내가 딴 데 들러보고 가든지 하겠다 하니까 줬던 명함 빼았아 간다. 거 참, 여행다니며 줬던 명함 다시 뺏어가는 사람은 또 처음일세. 그렇게 장사하면 누가 거길 가겠냐, 뻔히 답 나오는데.

     

    어쨌든 스리랑카의 여행안내소는 웬만하면 안 들어가는 게 낫다는 결론을 다시 굳건히 지키게 된 에피소드. 지금은 좀 나아졌을런지 알 수는 없지만, 별로 그럴 것 같지는 않다.

     

     

     

    물가 조사. 쌀이 종류따라 가격이 틀리긴 하지만, 대략 중간 값 정도가 65루피. 즉, 쌀 1킬로에 700원 정도. 참고로 누와라엘리야는 다른 곳에서 100루피 하는 볶음밥이 200루피 할 정도로 이런 것들이 좀 비싼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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