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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카두와 해변은 아름답고 시끄러웠지 - 히카두와, 스리랑카해외여행/스리랑카 2009 2015. 11. 10. 23:44
아무래도 누와라엘리야에 더 있었어야 했다. 산동네에서 겨우 이틀 지냈을 뿐인데 그 서늘한 날씨에 적응되어서 스리랑카 아랫동네 기후가 어땠는지 잠시 잊었다. 하지만 그것도 이미 버스를 타고 산 아래로 다 내려가고 나서야 알 수 있었다. 그렇다고 다시 돌아가기는 또 내키지 않는 일. 평생 언제 또 여길 오게 될 지 알 수 없으니 조금이라도 더 돌아다녀보기로 한다.
누와라엘리야에서 콜롬보(Colombo)는 에어컨 미니 버스로 330루피. 논스톱이라고 강조했지만 그건 중간에 다른 터미널에 들르지 않는다는 것 뿐, 길에서 손 들면 다 세워주더라. 그나마 희미한 에어컨이나마 나와서 다행. 그렇게 길에서 손님 태우고 또 길에서 내려주고 또 태우고, 가다서다 반복하다가 드디어 콜롬보 버스 스탠드 도착. 대략 5시간 걸렸다.
콜롬보에서 내리긴 했는데, 길이 여기도 막혀 있고, 저기도 막혀 있고, 경찰한테 물으니 저 뒤로 돌아가라, 이리로 가라 저리로 가라 그렇게 헤맸다. Fort 지역 벗어나기가 너무 힘들었다. 경찰인지 군인인지 길거리 건물 사이 귀퉁이에 바리케이드 치고 총 겨누고 있기도 하고.
콜롬보 YMCA가 싼 숙소도 운영하고 있다길래 물어물어 찾아갔는데, 내외부가 모두 더럽고 허름한 건물부터가 인상깊었다. 문 안으로 들어가니 이미 와서 기다리고 있는 손님들이 열 명이 넘었는데 데스크엔 직원이 아무도 없었다. 그게 아주 익숙한 듯 사람들은 음침하게 기다리고 있기만 했고. 한참을 기다려도 아무 일도 안 일어나길래 그냥 나왔다.
사실상 수도 역할을 하고 있는 콜롬보. 국제공항 이름도 콜롬보 국제공항. 그렇게 유명한 도시에 도착했지만, 딱히 볼만 한 것도 없고, 별로 흥미도 안 가고, 정도 안 가고. 그래서 한 시간 정도 떠돌아다니다가 다시 버스를 탔다. 얼마나 재미가 없었는지 콜롬보 시내에선 사진도 찍은 게 없다.
위 사진과 이 페이지 모든 사진은 히까두와 모습이다.
히카두와(Hikkaduwa)를 왜 갔는지는 모르겠는데, 아마도 바다가 예쁘다는 말을 듣고 간 게 아닌가 싶다. 갈레(Galle) 가는 길에 있기도 했고.
콜롬보에서 히카두와까지는 일반 빅 버스로 87루피. 이것도 당연히 길에서 손 드는 사람들 다 태우기 때문에 100킬로미터 남짓한 거리인데도 3시간 정도 걸렸다. 그래도 이쪽 길은 해변을 따라 달리기 때문에 넋 놓고 경치 구경하기 좋기 때문에 그리 지겹게 느껴지진 않는다.
히까두와 도착하니 버스는 딱 해변으로 나가는 길 가에 세워준다. 근데 이 동네, 뭔가 잔뜩 꾸며놓고, 대낮부터 밤까지 술 먹고 춤 추고 난리다. 딱 한국의 피서철 해수욕장 밤 모습. 무슨 카니발이라면서 금토일 삼일간 난장판을 벌인다고 한다. 아마 이 때가 특별한 축제 기간이었던 것 같다. 다음날 갈레 가니까 거기도 축제를 했으니까.
어쨌든 그 시끄러운 난장판을 겪으면서 다음날 바로 떠나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됐다. 숙소는 대충 기차길 옆에 보이는 아무 곳이나 적당한 곳으로 정했다. 딱히 깎자고도 안 했지만 저녁에 들어가니 700으로 해주더라, 콜롬보 사람들은 바로 옆방에 2천에 묵고 있다면서.
이 당시, 스리랑카 전체적으로 경찰들은 저렇게 총을 들고 다녔다. 제대로 메고 다니지도 않는다, 그냥 손으로 덜렁덜렁 들고 다니는데, 궁금해서 물어보니 당연히 장전 된 총이란다. 언제든 쏠 준비가 돼 있다는 뜻.
그래도 축제라고 돈 좀 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그런지 해변은 화기애애하다. 난 그냥 조용한 바닷가에서 나머지 시간을 조용히 보내보자 생각하고 왔을 뿐인데. 그나마 이쪽 지역에서는 불쾌한 일이 별로 없어서 다행. 숙소 아줌마가 전날 밤에 15루피 없다며 내일 주겠다고 한 거 못 받고 나온 게 가장 크게 나빴던 일이었을 정도. 당연히 그 정도는 기분나쁜 일 축에 들지도 않는 사소한 일일 뿐이고.
이 동네에서 콜라 1.5리터짜리는 160루피, 500밀리 짜리는 75루피였다. 그런데 냉장고에 넣어뒀던 'cool' 콜라는 각각 180루피, 80루피였다. 냉장고에 넣어둔 콜라 가격이 더 비싼 거다. 이 동네만 그런 건지, 아니면 다른 곳들도 다 그랬는데 여태까지 몰랐던 건지는 모르겠는데, 최소한 갈레에서는 그렇게 다르게 받지 않았다.
별 일 없이 바닷가에서 하룻밤 묵고 다음날 바로 '갈레'로 갔다. 그냥 쓸 데 없이 하룻밤 묵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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