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까두와에서 갈레로 아주 가까운 이동. 나중에 알고보니 히까두와 비치도 갈레의 일부분인 듯 하다. 마치 일광 해수욕장도 부산 영역 내에 있지만, 일광에서 부산으로 이동했다 하면 대충 뭔 느낌인지 알 수 있는 그런 거.

 

어쨌든 갈레 버스 터미널에서 내려 일단 PC방을 찾아봤다. 인터넷은 아예 포기한 상태고, 오직 외장하드에 SD카드를 백업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여기저기 물어서 결국 터미널 앞 쇼핑센터 4층에 위치한 PC방을 찾아갔다. 처음 건물 들어갈 땐 내부에 불이 다 꺼져있길래, 여긴 원래 이렇게 장사하나 싶었는데 알고보니 정전. PC방에서 한참 앉아 있으니까 다시 전기가 들어왔다. 1시간 250루피. PC 성능은 괜찮은 편이었고, 인터넷은 그냥 인도 수준.

 

 

갈레 Galle

 

 

갈레 Galle

 

 

갈레 Galle 포트

 

버스 스탠드(터미널)에 내리면 그 인근이 모두 시내다. 그런데 거기서 바다 쪽을 바라보면 꽤 큰 규모의 성채가 보인다. 그게 바로 갈레 포트 (Galle Fort). 그냥 오래된 유적지인 줄 알고 구경이나 해야지 하고 걸어가봤더니, 그 성곽 안에도 마을이 있다. 이것저것 있을 거 다 있고, 관광객들이 묵어가기 딱 좋은 분위기.

 

 

갈레 Galle

 

 

갈레 Galle

 

길 가다보니 코코넛 따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이 동네에 노랗게 익은 코코넛들이 여기저기 그냥 달려 있다. 이 사람들에게 야자나무도 다 주인이 있는 거냐 물었더니, '프리~'라고 한다. 그냥 먹고싶은 사람이 올라가서 따면 되는 건가보다. 딴 거 하나 툭툭 잘라서 나한테도 주더라. 방금 따 내린 코코넛은 더욱 시원한 맛.

 

 

갈레 Galle

 

 

갈레 Galle

 

 

갈레 Galle

 

 

갈레 Galle

 

세계 어디를 가봐도 꼭 사람 없을만 한 으슥한 곳에서 으슥한 짓 하는 커플들이 있다. 여기도 예외는 아니었고. 뭔가 본격적으로 하려고 하길래 방해될까봐 피해주는 센스.

 

 

갈레 Galle

 

 

갈레 Galle

 

 

갈레 Galle

 

갈레 포트는 성곽과 마을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곳이다. 성곽이 넓고 크게 빙 둘러져 있고, 그 안에 마을이 있는 형태인데, 한쪽은 바다를 접하고 있어서 성곽 위로 올라서면 바로 바다가 내려다보인다. 즉, 이 성곽 안쪽 마을 어딘가 숙소를 정하면 하루 중 어느 때라도, 심지어 늦은 밤이라도 휘휘 나가서 바다를 볼 수 있다.

 

대강의 형태 정도는 말로 표현할 수 있겠지만, 그런 모습을 하고 있는 이 동네 분위기는 어떻게 말로 전달해줄 수가 없다. 누와라엘리야가 선선한 날씨 때문에 마음에 들었지만 딱히 볼 거리나 할 것이 없어서 심심했다면, 여기는 햇살이 따갑기는 하지만 언제나 바닷바람이 불어오고, 바다를 볼 수 있으며, 성곽을 거니는 재미도 솔솔해서 아주 마음에 들었다.

 

만약 스리랑카를 다시 방문한다면 제일 먼저 가고싶은 곳이 바로 갈레다. 이 성곽 안에서만 머물면 되고, 또 만약 시내로 나간다해도 그리 먼 거리가 아니기 때문에 툭툭 탈 일도 거의 없다. 여러모로 좋다.

 

 

갈레 Galle

 

 

갈레 Galle

 

 

갈레 Galle

 

성곽과 마을을 두루두루 구경하다가 동네 안쪽 골목에서 한 노인을 만났다. 게스트하우스 구하냐길래 그렇다고 했더니 따라오란다. 인상이 좋길래 순순히 따라갔는데, 이웃 집 숙소를 소개해줬다. 정작 자기는 게스트하우스 같은 거 하고 있지도 않고. 그러면서 이웃들 모여서 막 웃고 떠들고 하는 것이 여기서는 참 정겹게 느껴졌다. 아마도 골목 안쪽에 위치한 곳이라 손님 구하기가 어려웠던 집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처음엔 1천이라고 부르던 것을, 방 구경하며 조금 둘러보니까 바로 하루 8백으로 해주겠다고 셀프 디스카운트 해준다. 아무 고민 없이 오케이. 당연히 이 가격에 에어컨은 없는데, 이 동네는 한여름이었지만 에어컨 없이도 그럭저럭 버틸 만 하다.

 

 

갈레 Galle

 

 

갈레 Galle

 

 

갈레 Galle

 

하루종일 아무것도 안 먹고 여기저기 구경하며 돌아다녔다. 숙소를 잡으니 배고픔이 느껴져서 슬슬 밖으로 나가는 중. 이 동네에도 식당은 꽤 있다. 서양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약간 고급스럽게 보이는 식당들도 있고. 당연히 그런 식당은 안 보이는 걸로.

 

본격적으로 뭔가 먹어야지 하며 동네 여기저기 식당들을 기웃기웃하며 관찰하고 있는데, 한 식당 주인이 나를 보더니 막 뛰어나와서 부른다.

 

"너, 일본인이니?"

"아니"

"우리집 메뉴판 일본어로 좀 써 줘"

"일본인 아니라니까"

"자 여기, 영어로 된 메뉴판은 있어"

"일본인 아니야"

"적어주면 밥 한 끼 줄게"

"일본인 아니라고!"

 

웃으며 정겨운 대화를 하고 바이바이. 끝끝내 그 식당 주인은 '저 일본인은 왜 메뉴판 일본어로 적어 달라는 간단한 요청을 거절하는 걸까'하는 불만 섞인 의아한 표정을 하고 힘 없이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모든 대화는 영어로 했는데, 저런 말을 할 줄 아니까 내가 한 말도 분명히 알아 들었을 거다. 그런데도 계속 그러는 걸 보면, 글쎄, 그냥 사람은 자기가 보고싶은 것, 듣고싶은 것만 보고 듣는다는 것일까.

 

 

갈레 Galle

 

 

갈레 Galle

 

 

갈레 Galle

 

딱히 마음에 드는 식당은 보이지 않아서 그냥 또 마을 탐방이 돼버렸는데, 그렇게 돌아다니다보니 딱히 뭔가 먹고싶지도 않아졌고,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조차 다 귀찮아졌다. 그냥 동네 분위기에 취했다고나 할까. 뭔가 알 수 없는 마력이 있다.

 

 

갈레 Galle

 

사진 잘 찍어놓으면 뭔가 공주 풍의 방 처럼 보이기도 하는 숙소 방. 여기서 이틀을 지냈다. 주변도 조용하고 밤에는 희미하게 파도소리가 약간씩 들리기도 했다. 이상하게도 뭔가 토굴 같은 느낌이라 방 안에만 들어오면 그리 덥지 않았는데, 그래도 밤에 모기장 안에서 자기는 좀 더운 느낌. 그냥 대충 견딜만은 하다.

 

 

갈레 Galle

 

 

갈레 Galle

 

이 동네도 축제 기간이라고 여기저기서 난리다. 방에 들어와 잠시 쉬는데 한 무리의 이슬람 복장 사람들이 나즈막이 노래를 부르며 줄 지어 걸어갔다. 생각지도 못 한 곳에서 의외의 이벤트를 보니, 현실감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꿈인가 싶을 정도.

 

그날 밤에 동네 마실을 다니다가 보니, 어느 사원 같은 곳에 이 사람들이 모여서 촛불 켜고 모여 있었다. 나름 무슨 의식 같은 걸 하는 듯 했다. 밤이 너무 어두워서 사진을 못 찍은 것도 있지만, 갈레에서 찍었던 사진들 일부는 잃어버리고 말았다. 실수로 SD카드를 주머니에 넣은 채로 옷을 빨아버렸기 때문. 어쩔 수 없지. 다 운명이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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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빈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