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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멋진 차밭에서 실론티 열 잔 - 누와라엘리야, 스리랑카
    해외여행/스리랑카 2009 2015. 11. 9. 17:55

    스리랑카의 옛 이름은 실론(Ceylon)이었다.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이름. '실론티(Ceylon tea)'의 그 실론 맞다. 즉 지금 실론티는 결국 스리랑카의 차라는 뜻이다. 스리랑카는 그렇게 옛부터 차로 유명한 곳이었고, 지금도 그렇다. 실론티라는 이름 때문에 잘 모르는 사람들은 그 이름을 스리랑카와 연관짓지 못 하는 것 뿐.

     

    차로 유명한 스리랑카에서도 또 차로 유명한 곳이 바로 누와라엘리야. 여긴 정말 많은 차밭이 있고, 오래오래 역사와 전통을 지켜왔다고 주장하는 차 상인(공장)들도 있다. 그중에서 버스로 가기 좋은 차 공장 한 군데를 가봤다. 라부켈레 차 공장 (labukele tea factory).

     

     

     

     

    버스 스탠드(터미널)에서 미니버스 타고 가면 된다고 하길래, 공장 이름도 모르고 그냥 '차 공장 가는 버스'를 찾았다. 뭐 그냥 '티 팩토리'라고만 해도 잘 알려주고, 여기서 잘 내려주더라.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가는 곳이라 그런가보다. 시내에서 미니버스로 27루피 내고 타고 가니, 한참 달리다가 종점에서 내려준다. 버스는 한 시간 간격이었나 꽤 자주 있었기 때문에 다시 돌아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됐다.

     

     

     

     

     

    차 공장 외부는 정말 무슨 시멘트 공장 같은 분위기를 하고 있었는데, 관광객을 위해 마련된 카페 같은 공간을 가니까 나름 잘 꾸며져 있었다. 실내에서 비 피하며 있어도 되고, 테라스에서 차밭 구경하며 차를 마셔도 된다. 이 당시 누와라엘리야는 시도 때도 없이 비가 부슬부슬 내리다 멈추다 했기 때문에 난 안전하게 실내에 있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공장에선 홍차가 무료였다. 찻잔이나 주전자도 여태까지 봤던 스리랑카 분위기와는 좀 다른 깨끗하고 그급스러운 느낌. 예의상 초코케익 하나 100루피에 사고, 홍차를 홀짝홀짝 마셨다. 내가 홍차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맛 평가는 못 내리겠지만, 분위기는 꽤 괜찮았다. 아, 초코케익은 에러.

     

    부슬비가 내리는 카페에서 푸른 차밭을 보며 오리지날이라고 할 수 있는 실론티를 마셨다는 데 의의를 둔다. 당연히 여기서는 실론티를 판매도 한다. 가격은 내가 일기장에 적지 않았을 정도로 비쌌던 것 같다.  

     

     

     

     

     

     

     

     

     

    누와라엘리야의 흔한 커브길. 저런 코스가 여러 개 있다.

     

     

     

    시내에서 외곽으로 벗어나면 온 천지가 차밭이다.

     

     

     

     

     

     

     

    하루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차밭 노동자들. 어째 저들의 모습은 옛 영국 식민지 시절이나 지금이나 큰 변화는 없을 것 같은 느낌. 새까만 피부에 누추한 옷차림, 그리고 얼굴엔 아무런 표정도 없었다, 힘든 표정마저도.

     

     

     

    대충 혼자서 노닥거리고 다시 버스를 타고 시내로 돌아간다. 돌아가는 길에 다시 흩뿌리는 비.

     

     

     

    첫날 도착하자마자 빵을 사먹었던 빵집에 다음날 또 갔다. 버스 터미널 근처 아무 빵집이나 들어갔던 거였는데, 꽤 맛있고 가격도 적당해서 다시 갔던 것. 그랬더니 어제 7루피 더 받았었다며 오늘은 그만큼 깎아줬다. 이런것도 처음이네.

     

    현지인들도 빵을 많이 먹기 때문에, 그냥 빵은 이 나라 주식에 가까운 거려니 하고 나도 거의 빵만 먹고 다녔는데, 길가에 볶음밥 파는 집이 있길래 무심코 들어가봤다. 치킨 볶음밥이 200루피로 다른 동네보다 많이 비싼 편이었지만, 유쾌한 사람들이 있어서 기분은 좋았다. 이래저래 누와라엘리야는 마음에 든다. 아무래도 날씨가 나에게 맞아서 마음의 여유가 생긴 것부터가 시작이겠지.

     

     

     

    희한한 건, 야채나 과일도 많이 팔고는 있는데 향이 별로 없었다. 향이 안 나니 맛있겠다는 느낌도 없고. 그래도 한 번 시도나 해보자 하며 길거리에서 색깔 좋은 사과 하나를 20루피 주고 사먹어보니, 맛도 그냥 밍숭맹숭했다. 그래서 결국 저녁거리와 다음날 아점거리도 빵을 사 가는 걸로 낙찰. 이 동네서 정말 빵 엄청 사먹었다.

     

     

     

     

     

    누와라엘리야 시내는 이런 모습. 예쁘장한 모텔촌 쪽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다. 뭔가 많이 비어보이는데 있을 건 또 다 있다. 파카나 털모자는 물론이고, 겨울철 산행용 등산장비 파는 곳도 있을 정도다. 물론 비싸다.

     

     

     

     

     

    시내에서 꽤 이쁜 축에 속했던 우체국 건물.

     

     

     

     

     

    시내에서 이런 길을 걸어서 숙소가 있는 곳으로 간다. 이 길 어딘가에 현지인 집들도 많은지, 출퇴근 시간엔 꽤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기도 한다. 딱히 그리 특별할 것 없는 길이긴 했지만, 누와라엘리야 하면 이 길을 걸었던 것이 먼저 떠오른다. 자주 걸어다녔던 것 말고도, 양 옆으로 큰 나무가 우거져 있던 그 분위기, 아무것도 나올 것 같지 않은 길을 가다보면 완전히 다른 세계라 할 수 있는 서로 다른 분위기의 마을로 통하는 길이라는 것이 인상깊었다.

     

     

     

    처음 봤을 땐 '호텔 연세'인 줄 알았던 곳. 도로변에 위치해서 나다기니 좋기도 하고, 모텔촌 입구에 깨끗하게 딱 자리잡고 있어서 눈에 잘 띄기도 한다. 그래서 그런지 여기는 손님이 많았다. 이쪽에서 산으로 난 길로 쭉 올라가면 대충 세어도 백 채는 돼 보이는 수많은 게스트하우스들이 나온다.  

     

     

     

     

     

    누와라엘리야. 서늘한 날씨를 즐기며 꼬물꼬물 혼자 노닥거리며 있기는 좋은데, 딱히 뭔가 할 것은 없는 동네다. 버스 터미널에 죽치고 있으면서 내가 지나다닐 때마다 아는 척 해주며 '내일은 트래킹 안 가냐'며 호객하던 트래킹 가이드라는 사람과 트래킹이나 갈까하는 생각을 한 시간에 한 번씩 할 정도로 심심한 동네. 하지만 그만큼 날씨나 사람에게 안 치이고 여유롭게 쉬어갈 수 있는 동네이기도 하다. 물론 성수기에 가면 많이 다르겠지만.

     

     

     

    결국 숙소 뒤로 보이던 저 산은 올라가보지 못 했다. 트래킹도 저 산으로 가는 거라고 하던데. 그냥 됐다, 선선한 곳에서 오랜만에 잘 쉬면 됐지 산은 무슨 산. 이미 이 숙소 있는 곳이 산이구만.

     

    꽤 마음에 들었던 곳이라 이틀을 묵고 노닥거리며 다시 길을 떠났다. 일단 가깝고 교통도 좋은 콜롬보로.

     

     

     

    누와라엘리야에서 내려오자마자 다시 땡볕이 시작된다. 이틀간 산 위에 있으면서 땡볕이 뭐야 하며 잊고 지냈는데. 내려가지 말았어야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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