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기리아를 구경하고 담블라로 돌아가서 바로 버스타고 폴로나루와(Polonnaruwa)로 갔다. 담블라에서 폴로나루와까지는 버스로 67루피(2009년).

 

버스 터미널 가기 전에 나름 시내라 할 수 있는 new town road 쯤에서 승객들을 내려주던데, 나보고는 여기서 내리라했지만 현지인들은 내리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아마도 외국인 관광객들이 주로 내리는 곳에 내려줬나보다.

 

내리자마자 툭툭들이 있었고, 싼 게스트하우스로 가자 하니까 이상한 골목과 벌판을 달려서 하룻밤 600루피짜리 숙소로 데려다 줬다. 동네가 그리 크지 않아서 많이 나가지는 않았지만, 시내와는 동떨어진 외곽인 건 확실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유적지 근처인 듯 했다. 툭툭 기사가 자기와 함께 투어하면 싸게 할 수 있다고, 입장료 안 내는 길로 가기 때문에 그만큼 돈 아낄 수 있다며 막 꼬셨는데, 일단 다 귀찮아서 숙소에만 집중했다.

 

 

 

버스에서 내릴 때만 해도 먹구름이 조금 덮여 있는 하늘이었는데, 가는 도중에 하늘이 붉게 변했다. 마치 석양이 지는 하늘처럼 붉은 색. 하지만 시간은 아직 한낮이어서 석양은 아니다. 갑자기 바람도 어디선가 막 불어왔다. 갑자기 태풍이라도 온 듯한 기운. 비바람이 몰아치기 전에 하늘이 이렇게나 붉게 물드는 것이 참 신기했다. 너무 붉어서 좀 불안하기도 했는데, 여기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다. 자주 있는 일인 듯.

 

 

 

 

 

붉은 하늘에서 비바람이 엄청나게 퍼붓더니 한두시간 쯤 뒤에는 또 언제 그랬냐는 듯이 파란 하늘이 나왔다.

 

이 동네는 신기하게도 한국말 하는 현지인들이 꽤 있었다. 폴로나루와도 나름 유적지로 유명한 곳이어서, 이쪽에서 게스트하우스 등을 운영하며 살고 있는 듯 했다.

 

숙소 근처에서 만났던 한 현지인은 한국에서 10년간 일 했다고 했다. 월급 70~80을 받아서 40은 집으로 송금하고 나머지로 먹고 사는 생활을 10년동안 했다고. 그렇게 해서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는데 이제는 여기서 땅도 사고 결혼해서 애도 있고, 먹고 살 만 해졌다고 한다. 아마도 이런 성공적인 코리안 드림 캐이스가 있으니까 여기 사람들이 코리안 드림을 꿈 꾸는 거겠지.

 

어쨌든 대단하다, 10년간 그렇게 돈을 모으다니. 여행 하면서 세계 여기저기서 한국에서 일 했던 현지인들을 만나본 적이 있는데, 한국에서 일 하면서 한국에서 돈을 써버려서 그리 많은 돈을 모으지는 못 한 사람들이 많았다. 아주 소수의 사람들만 악착같이 돈 모아서 고향에 집이나 땅을 사거나, 게스트하우스 같은 걸 열어서 먹고 살 만 한 터를 닦았고. 나도 악착같이 돈 모아서 어딘가 집이나 땅을 살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면 그렇게 모으겠는데...

 

 

 

폴로나루와는 나름 유적지로 유명하다. 유적지는 돌 덩어리다. 돌 덩어리 지겹다. 그래서 숙소에서 하룻밤 자기만 하고 다음날 바로 바티칼로아(Batticaloa)로 떠났다. 폴로나루와에서 바티칼로아까지는 버스로 130루피.

 

 

 

10 킬로미터 쯤 가서 버스가 퍼졌다. 뭔가 부품이 없는지, 한 번 보더니만 그냥 버스 세워놓고 마냥 기다린다. 허허벌판에서 멍하니 한 시간을 그렇게 보냈다. 다른 차가 와서 그 차로 갈아타고 다시 출발.

 

폴로나루와에서 바티깔로아 가는 길은 경비가 삼엄했다. 수시로 간단한 검문, 검색이 있었고, 어느 지점에서는 아예 검문소에 버스를 세우고 모든 승객을 내리게 했다. 완전무장 한 군인들이 모든 승객들의 신분증을 검사하고, 버스 내부도 다 검사했다. 뭔가 문제 있는 사람들도 몇 있어서, 실랑이를 하다가 결국 버스에 다시 타지 못하고 검문소에 남기도 했다. 나는 외국인이라서 여권만 보여주니 아무 말도 없었지만.

 

검문소 사진을 차마 찍을 수 없었는데 (사진 찍으면 총 쏠 것 같아서), 검문소도 한국의 그런 검문소와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다. 전쟁영화에서 볼 수 있는 그런 참호 같은 분위기. 총알이 꽂혀 있는 기관총 같은 것도 있었고, 무장한 군인들도 총을 어깨에 매고 다니는 것이 아니라 손에 들고 다녔다. 승객들 신분증 검사할 때도 한 손엔 총을 들고 했고. 검문소 뒷쪽으론 나무가 많은 숲이 펼쳐져 있었는데, 그 나무들을 모두 불 태우는 작업을 하고 있는 듯 했다. 아마도 남아있는 게릴라 잔당 소탕 작전을 했던 게 아닌가 싶다. 마치 전쟁터 한 귀퉁이를 방문한 것 같은 느낌. 아마도 지금은 안정된 상태라 그런 분위기까지는 아닐 듯 싶다.

 

 

 

 

 

가이드북도 없고, 지도도 없고, 관광안내소 가도 지도 없다 그러고. 낯 선 곳에서 아무렇게나 다니다가 결국은 바닷가로 나갔다. 아무래도 바닷가는 행여나 숙소를 못 잡더라도 노숙하기 좋으니까. 근데 스리랑카에서 노숙 하다간 경찰한테 잡혀 갈 지도 모른다.

 

갈레리 비치라고 하던가. 백프로 현지인들만 있는 바닷가로 나가서 한참을 있었다. 폐허 같은 분위기가 묘하게 인상적인 해변이었다.

 

 

 

 

 

바띠깔로아는 노래하는 물고기 (Singing fish) 이야기를 듣고 찾아간 거였다. 산호초 아래서 물고기들이 내는 소리가 울려 퍼져서 마치 물고기들이 노래를 하는 것 같다고 해서, 싱잉 피쉬라고 부른다고. 그게 유명하다고 여기저기 인터넷에 글이 올라와 있었다. 근데 막상 찾아가서 물어보니 현지인들은 아무도 몰랐다.

 

숙소 주인도, 밥집 주인도, 심지어 투어리스트 인포메이션이라고 써 붙여놓은 관광안내소 무뚝뚝한 직원조차도, 아무도 노래하는 물고기는 모른다고 했다. 특히 관광안내소 직원의 답변이 가관이었다. 싱잉 피쉬를 보려면 어디로 가야하느냐 물었더니, 뭐 그냥 아무 바닷가나 가면 물고기가 노래해주겠지하며 웃었다.

 

결국 그렇게 인터넷으로만 유명한 싱잉 피쉬는 현지에서 실마리조차 찾지 못하고 말았다. 그냥 헤메다가 해변 좀 구경하다가 떠난 허망한 곳, 바띠깔로아.

 

 

 

어찌어찌 우연히 찾아간 그린 가든 호텔이라는 이름의 숙소. 나름 에어컨 나온다고 2250 루피나 받아먹었다. 뭐 딱히 자료가 없으니 대안도 없었고. 근처 식당을 가서 'Fried noodle'을 시켰더니, 팅팅 불은 라면에 물 짜서 나온걸 먹으라고 줬다. 그것도 메뉴판에 220루피라고 적혀 있던 것을 세금과 서비스 차지를 붙여서 270루피 받아먹고. 시내 보석 가게에서 1달러 114루피로 환전.

 

동네 걷다가 샌들 윗부분이 뚝 떨어져서 청 테이프로 칭칭 감고 다녔다. 이후 여행 내내 청 테이프 칭칭 감은 신발을 부끄럼도 없이 신고 다녔다. 아무래도 스리랑카는 모든 게 비쌀 듯 해서 다시 인도 가서 사려고.

 

딱히 할 것도 없는 동네, 하룻밤 자고 다시 또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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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빈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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