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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하곤 인연 없던 석굴사원 - 담불라, 스리랑카
    해외여행/스리랑카 2009 2015. 10. 27. 03:46

    스리랑카의 담불라(Dambulla)는 석굴사원으로 유명하다. 말 그대로 석굴 안에 부처상들이 잔뜩 들어 있는 사원이다. 사실 담불라는 이것 말고는 딱히 볼 것이 없는 동네이기도 하다. 그냥 딱 하나 이것만 보러 가는 곳.

     

    하지만 스리랑카 여기저기를 이동하다보면 한번 쯤 거쳐가는 곳이기도 해서, 잠시 쉬었다 갈 겸 겸사겸사해서 둘러볼 수 있다. 내 경우도 아누라다푸라에서 시기리아 가는 도중에, 한번에 시기리아로 이동하면 밤에 도착할 것 같아서 담불라에서 쉬었다 가자는 생각에 들렀었다. 

     

     

     

    담불라는 작은 동네이기 때문에 사원 찾아가기는 쉽다. 숙소를 어디에 잡았냐에 따라 거리가 멀거나 가까울 수 있지만, 대충 걸어갈만 한 거리다. 물론 땡볕에 걷는 게 지친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서 툭툭을 타고 가면 당연히 더 편하다.

     

    참고로 2009년에 내가 잡은 숙소 가격은 대략 이랬다. 에어컨 없는 선풍기 방, 뜨거운 물 나오면 1200루피, 안 나오면 1000루피. 하지만 7월엔 무척 덥고 모기도 많기 때문에, 선풍기 방에선 제대로 잠을 잘 생각을 하면 안 된다. 당연히 모기장은 있었지만, 모기장을 치면 선풍기 바람이 안 들어와서 엄청나게 덥다.

     

    나도 이 때 거의 밤을 새다시피 하고 새벽에 잠시 잠들었다. 몸도 마음도 많이 힘들고 지친 상태라서 그냥 바로 시기리아로 갈까 하다가, 그래도 평생 한 번인데, 다시는 안 올 건데, 하며 꾸역꾸역 석굴사원을 찾아 올라가봤다.

     

     

     

    기묘하게 생긴 건물 옆쪽으로 사람들 따라서 산을 올라간다. 지친데 더 지치기 딱 좋다.

     

     

     

     

     

    동남아 쪽 돌아다니면서 여기저기 널부러진 원숭이들을 하도 많이 봐서 이젠 원숭이는 봐도 별 감흥도 안 온다. 개, 고양이, 원숭이 등의 동물들은 그 나라, 그 동네 사람들의 성향에 따라 성깔이 나온다. 특히 개나 고양이가 이방인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그 동네 인심(?)이나 분위기를 가늠해볼 수도 있다. 대체로 개나 고양이가 순하면 그 지역 사람들도 순한 경향이 있다. 그런데 원숭이는 조금 다르기도 하다. 사람들이 순하면 원숭이는 좀 더 공격적으로 사람들의 물건들을 탐하는 성향을 띄기도 하는 듯. 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느낌이다.

     

     

     

    돌산을 꾸역꾸역 올라가면 그래도 산이라고 조금 시원한 바람이 불어올 때 쯤 조그만 건물 하나가 나온다. 저기로 들어가면 석굴사원을 구경할 수 있다. 더 윗쪽에 더 많은 석굴사원이 있다고 들었는데, 그건 공개 안 한다고.

     

     

     

    석굴사원 외부는 이렇게 생겼다. 저 안으로 들어가면 굴 속에 부처 상들이 주르르 널부러져 있다. 아마도 여행 좋아하는 사람들은 티비나 인터넷 글 등에서 한 번 쯤은 봤을 거다. 나중에 알고보니 꽤 유명한 곳이더라.

     

     

     

    하지만 난 밖에서 건물 사진과 풍경 사진을 찍으며 바람이나 좀 쐬고 앉아있었지.

     

     

     

    이 건물 안에서 한 사람이 앉아서 티켓을 내라고 한다. 얼마냐? 했더니 티켓은 밑에 기괴하게 생긴 건물 쪽에서 사와야 하는 거란다. 올라올 때 티켓 판매소 같은 것 전혀 못 봤는데.

     

    표 하나 사자고 이 산을 또 내려갔다 올라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시기리아 가려고 하다가 그래도 한 번 보고나 가자 하며 시큰둥하게 올라온 내가? 게다가 표값도 천 루피인가 한단다. 대략 1만원 돈. 됐다, 꺼져. 굴 속의 부처 상 따위 동남아에서 질리도록 봤다. 이걸로 끝이다.

     

    (참고로 2015년에는 외국인 입장권 표값이 1500루피 한다고 들었다.)

     

     

     

    쌩까고 등 돌린 부처상을 보며 내려감.

     

     

     

    저기 앞에 보이는 그 어디선가 표를 사야 한다 함. 내려와서도 매표소 따윈 보이지 않았음, 물론 찾아보지도 않았지만.

     

    그보다 건물을 올려다보니 인터넷이라고 쓰여진 곳이 보였다. 피씨방이었다. 카메라 메모리에 사진이 꽉 찼는데 아직 외장하드로 옮기질 못 해서 사진이나 옮기자고 들어갔다. 이때가 2009년이었다. 2009년이면,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그래도 뭔가 꽤 좋은 컴퓨터들이 있었던 시대다. 그런데 여기 피씨방을 들어가니 덩치 큰 CRT 모니터가 땋. 뭔가 컴퓨터도 버겁게 겨우겨우 돌아가는 느낌.

     

    겨우 사진 백업 하나 하는데도 컴퓨터가 엄청나게 힘들어한다. 그나마 되는 걸 다행스러워해야 한다는 듯이. 8기가 짜리였나 하나 카피하는 데 10분 넘게 걸린 것으로 기억한다. 중간에 브라우저 열고 한국쪽 인터넷에 접속해봤지만 아무것도 뜨지 않았다. 엄청 느려서 그랬던 거다.

     

    겨우겨우 메모리 카드 하나 백업하고 나왔는데 20분 사용했다고 160루피 냈다. 이때 환율이 1달러 114루피. 아누라다푸라에서 담불라까지 가는 큰 일반버스가 103루피였는데 (에어컨 미니버스는 200루피). 사원 앞 노점상에서 사먹은 작은 수박 한 통이 20루피였는데.

     

     

     

    뭐 그렇게 쓸 데 없이 산이나 한 번 타고 내려와서는 수박이나 사먹었다는 이야기. 20루피짜리 수박은 작다고 표현은 했지만 혼자서 다 먹을 수 없는 크기여서 수박 파는 소녀에게 거의 반 정도는 너 먹으라고 줘 버렸다. 그거 들고 다니기도 힘들고.

     

    일기장을 보니 산을 탄 때가 아침 9시 였다. 평소 같으면 어림도 없는 시간에 일어나 움직였던 것은 당연히 숙소가 너무 더웠기 때문. 내려와서 수박으로 한 끼 떼운 시간이 오전 11시. 여기서 시기리아는 가까우니 이쯤에서 슬슬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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