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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둘레길 스탬프북 받으러 가기 - 쓸 데 없는 근성을 자극하는 서울 둘레길국내여행/서울 2016. 4. 20. 19:39
놀다가 우연히 발견한 '서울 둘레길'. 뭐 그냥 제주도 올레길이나 지리산 둘레길이나 기타 여러 둘레둘레 길들 본따서 이정표나 좀 세워뒀나보다 생각했는데, 인터넷을 뒤져보니 나름 재미있을 것 같아서 관심을 가지게 됐다. 아무렴, 맨날 뻔한 동네 마트 산책길보단 재미있겠지.
서울둘레길에 재미적 요소가 가미된 것이 바로 '스탬프 투어'다. 말 그대로 종이에 스탬프 찍고 다니는 건데, 둘레길 총 157km 구간에 있는 28개 스탬프를 다 찍어서 가져가면 상을 준다고 한다.
그러니까, "야, 그거 150 킬로미터나 산 타고 강 건너 걸어다니면 누가 상 주냐?!"하면, "그래, 상 준다!"라고 대답할 수 있는 거다. 물론 그 상장이 아무짝에도 쓸 데 없다는 건 비밀.
(서울둘레길을 완주하고 스탬프를 다 찍어가면 준다는 상장. 이미지: 서울둘레길 홈페이지)
뭐 그냥 길 만들어 놓고 걸어라 하거나 스탬프 찍으며 투어해봐라 하면, '응, 그래, 죽기 전에 언젠가 한 번 해 볼게' 하겠지만, 상(완주증)을 준다고 하니 묘한 욕심이 생긴다.
게다가 서울둘레길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2016년 4월 20일 현재, 이 완주증을 발급 받은 사람이 지금까지 총 7732명이라고 나온다. 지금이라도 빨리 샤샤샥 돌아보면 1만 명 안에 들어갈 수 있다는 쓸 데 없는 근성도 솟아오른다.
자 이제 두 가지가 갖춰졌다. 별 필요도 없는 욕심과 쓸 데 없는 근성. 이 조합이면 충분히 자기 자신을 개고생으로 내몰기 딱 좋다.
이제 그 첫 발을 디디기 위해 우선 준비물을 챙기러 가봤다. 지도와 스탬프북.
안내지도야 있으면 좋고 없으면 그만인 아이템이지만, 스탬프북이 있어야 도장을 찍고 상을 받을 수 있다. 물어보진 않았지만 아마도 그냥 A4지에 도장 찍어 갖다주면 안 되겠지 싶어서 애써 스탬프북을 받으러 갔다.
스탬프북은 여러군데서 받을 수 있지만, 내 경우 가장 용이한 곳은 역시 서울시청이었다. 사실 첫 시작지점을 잘 잡으면 시작하는 곳에서 스탬프북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배부처의 상황에 따라 스탬프북 물량이 없을 수도 있다고 나와 있더라. 아무래도 시청은 물량이 없을 확률이 가장 낮지 않을까.
안내지도와 스탬프북 배부처는 아래와 같다. (물량이 없을 수도 있다 함)
서울둘레길 안내센터
서울시청 1층 열린민원실
서울창포원 관리사무소
아차산관리사무소
양재시민의숲관리사무소
관악산관리사무소내 취향대로 뒷문으로 잠입. 들어가서 지하철 개표소 처럼 생긴 곳들은 다 무시하고, 1층의 '열린민원실'을 찾아갔다. 출입하면 안 될 것 같은 곳들은 그냥 다 지나치고, 사람들 많이 가는 곳으로 가보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열린민원실 입구에 딱 들어가자마자 살짝 왼편을 돌아보니 '서울둘레길 지도 배부'라는 푯말이 조그맣게 서 있었다. 지도를 박스떼기로 떡하니 갖다놨고, 그와 함께 스탬프북도 엄청나게 쌓여 있었다. 서울 한양 도성 스탬프 투어 종이라든가, 자락길 팜플렛 등 기타 이런저런 종이쪼가리들도 많이 놓여져 있으므로 딱 눈에 띈다. 슬며시 접근해서 셀프로 집어가면 된다.
여러가지 종이들이 많지만, 서울둘레길을 공략 할 목적이라면, 박스 안에 놓여져 있는 '서울둘레길 안내지도'와 그 위에 길다란 모양으로 늘어져 있는 '스탬프북' 이렇게 두 개만 있으면 된다. 나머지는 옵션.
이제 저 누런색 스탬프북을 아코디언 처럼 잘 접어 다니며 스탬프를 찍기만 하면 된다.
(빠져나오는 건 앞문으로 나왔다는 기록 사진. 별 의미는 없음.)
안타까운건 서울시청 열린민원실은 평일(월~금) 오전 9시부터 오후6시까지만 문을 연다는 것. 부지런하지 않으면 백수조차 들어가기 힘든 시간대다. 공휴일 밖에 시간이 안 난다면 다른 '관리사무소' 같은 곳에서 받을 수 밖에 없다.
완주인증서(상장)을 받기 위해서는 '서울둘레길 안내센터'에 방문해서 스탬프북을 제출해야 한다는데, 이 안내센터라는 것이 '남영동 우체국' 건너편에 있다 한다. 위치는 그러려니 하겠는데, 여기도 업무시간이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9시~18시까지다. 게다가 12시부터 1시까지 점심시간엔 또 일 처리를 안 하는 듯 하다.
어쩌면 이런 사정 때문에 둘레길 완주 인증서를 발급받은 사람 수가 적은 건 아닐까. 막상 휴일을 이용해서 스탬프는 다 찍어놓고도 저길 저 시간대에 찾아갈 수가 없어서 말이다. 이왕 재미 요소를 부여했다면 조금만 더 적극적으로 진행했으면 하는 안타까움이 든다.
어쨌든 얼마나 할 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준비물은 잘 챙겨왔다. 이제 쓸 데 없는 짓을 한 번 해보자.
근데 자료를 좀 찾아보다가 이게 뭔가 싶어졌다. 둘레길은 총 8개 코스로 나누어지는데, 아래 대략의 개요표를 보자.
한 코스가 막 9시간, 17시간! 17시간 짜리가 한 코스라니!
한 코스에 하루씩 잡는 건 아무래도 좀 무리다. 그래서 사람들도 한 개 코스를 잘개 쪼개서 다니는 것 같고. 서울둘레길 안내지도에도 21개로 세분화 된 코스표를 또 제공하고 있다.
시간 날 때마다 조금씩 연결해서 다니면 될 듯 하긴 한데, 아무래도 완주하려면 차비가 꽤 들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시작 전에 이미 시무룩해졌다. 괜히 운동하다가 오래 살게 되면 낭패라는 생각도 들고.
(서울둘레길 전체 지도)
참고로 '블랙야크'에서도 자체적으로 둘레길을 총 20구간으로 나누어 표로 제공하고 있고, 자기들 홈페이지를 통해 인증해서 완주하면 마일리지 포인트 같은 걸 주는가보다.
인증 방식이 '인증포인트'에서 셀카를 찍어서 홈페이지에 올리는 방식인데, 이 셀카가 만인에게 공개되는 방식인 것이 좀 흠이다. 그래도 하고싶다면 참여해 보는 것도 좋을 듯.
p.s.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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