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다크'와 '티벳' 두 단어만 보고, 이건 꼭 봐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 영화다.

 

다큐멘터리 영화가 다 그렇듯, 상영관 찾기가 쉽지 않아서, 거의 밤을 새고 새벽에 집을 나서서 조그만 상영관을 찾아갔다. 영화 보러 가는 길 자체가 하나의 여정이었을 정도였는데, 극장 가는 길도 이 영화에 어울리는 여정이었을 듯 싶다. 그렇게 만날 운명이었겠지.

 

 

지인은 이 영화를 보고 펑펑 울었다고 했다. 실제로 조그만 극장 안, 몇 안 되는 관객들 중에서도 영화 중간에 훌쩍훌쩍 눈물 훔치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나이를 뛰어넘은 인간애와 우정, 다시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르는 고향을 향한 그리움, 그리고 앞을 알 수 없는 암담한 상황 등이 아름다운 영상과 합쳐져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눈물이 쏟아지게 만들기 충분하다.

 

하지만 내 경우는 눈물보다는 경이로움이 더 컸다. 라다크 지역의 황량한 아름다움을 소름끼치도록 부드럽게 잡아낸 영상 때문이기도 했고, 정말 오랜 세월동안 공들여 촬영을 했다는 사실 때문이기도 했다. 아무런 사전지식 없이도 그냥 영화를 보고 있으면 느낄 수 있는 것들이지만, 실제로 이 영화는 장장 9년에 걸쳐 촬영했다고 한다.

 

특히 라다크라는 곳이 거칠고 척박한 땅인데도 묘하게 부드러운 빛과 선이 있는 곳인데, 눈으로는 보이는 그 황량하지만 부드러운 빛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담아내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이 영화에선 그걸  잘 해내고 있다. 

 

 

영화 내용은 스승과 린포체의 이야기라고 아주 간단하게 압축할 수 있다. 앙뚜라는 아이는 린포체다. 전생에 불공을 높이 쌓아 인간으로 다시 환생한 존재를 린포체라 한다. 그렇게 태어난 앙뚜를 성장시키고 교육시키는 스승 역할을 하는 사람이 우르갼이라는 사람이다. 이렇게 스승과 린포체라는 관계로 만난 두 사람을 오랜 시간에 걸쳐 담담하게 영상에 담은 영화다.  

 

하지만 티벳 불교라든가 환생 같은 것을 믿지 않는다 해도 상관없다. 영화는 티벳 불교의 신비로움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스승과 린포체라는 독특한 만남 속에서 함께 지내며 우러나오는 우정과 인간애를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 초반에는 라다크의 황량하지만 아름다운 풍경에 시선이 뺏긴다면, 후반부엔 라다크에서 시킴까지 약 삼천 킬로미터에 달하는 여정에 넋을 놓게 된다. 그 속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툭툭 던져지는 행동과 대화로 알 수 없는 감정이 북돋아나오는 묘한 영화다.

 

 

서사구조만을 보면 딱히 필요없다 싶은 영상들이 많긴 하지만, 가만히 보고 있으면 마치 명상 하는 느낌을 얻을 수도 있다. 라다크를 갔다온 적 있는 사람이라면, 영화를 보고나서 한동안 떠나고싶지만 떠날 수 없는 처지에 고생을 할 수도 있다. 어쨌든 내용을 해석하거나 분석하거나 설명하는 것이 필요없는, 그냥 가서 보면 된다.  

 

특히 라다크가 그리운 사람들에게 적극 추천한다. 아름다운 영상만으로도 별로 없는 개봉관을 찾아서 꾸역꾸역 찾아갈 의미가 충분히 있을 테다.

 

Posted by 빈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