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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지하철 다른 사람 태워주기 운동 - 무임승차로 추방될 수 있는 이민자들해외소식 2018. 1. 21. 00:46
뉴욕 지하철 역사 내부. 한 사람이 바닥에 쓰러져 있고, 그 위를 형사(NYPD)가 덮치고 있다. 형사는 바닥에 깔린 사람을 꼼짝 못하게 누르고는 수갑을 채운다. 이윽고 역무원인지 다른 경찰인지 모르겠지만, 다른 사람들이 이 형사를 도와주려고 달려온다.
주위 시민들은 다들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아는 눈치다. 일각에선 항의하는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어떤 사람은 이렇게 동영상을 찍어서 트위터에 올리기도 했다. "정상적인, 하지만 정상이 아닌"이라는 문구와 함께.
바닥에 깔린 사람은 늙은 여인이지만 흉악범 취급을 받고 있다. 대체 어떤 흉악한 일을 저질렀기에 바닥에 눕혀져 수갑까지 채우려 할까. 알고보니 정말 천인공노할 흉악한 짓을 저질렀다.
바로, 지하철 무임승차.
뉴욕 지하철 무임승차
그렇다, 오직 그것 뿐이다, 지하철 무임승차. 물론 순순히 경찰서로 따라오지 않고 항의를 해서 심한 처분을 당했을 테다. 어쨌든 이 사람의 죄목은 무임승차고, 편도 2.75달러(uSD)를 내지 않은 흉악한 짓의 댓가로 오늘 감옥에 갈지도 모른다.
물론 무임승차는 옳지 않은 행위다. 하지만 저렇게까지 해야할 심각한 범죄도 아니다. 문제는 이런 모습이 그동안 많이 보였다는 것.
그래서 지난 2011년,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 시위 때를 전후해서 일부 뉴욕 시민들 사이에서 지하철 무제한 통행권을 다른 사람을 위해 사용해주자는 운동도 일어났다.
아이디어는 간단했다. 뉴욕 지하철에는 정해진 기간동안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는 승차권이 있다. 2017년 기준으로 7일 무제한 패스가 32달러, 30일권이 120달러다. 지하철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무제한 패스를 사용하고 있으므로, 목적지에서 내릴때 다른 사람이 무료로 탑승할 수 있게 승차권을 긁어주자는 내용이다.
사실 그때의 이런 운동은 소수의 사람들의 주장으로 흐지부지 끝났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운동은 가늘게 명맥을 유지하다가 2016년 이후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2011년의 운동이 '가난은 죄가 아니다'라는 슬로건에 집중했다면, 지금의 지하철 운동은 가난과 함께 이민자 문제로 번져셔 커졌다고 볼 수 있다.
뉴욕 그랜드 센트럴 역. 사진: Free-Photos, CC0
무임승차로 추방될 수도 있는 이민자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면서 미국의 이민자 관리가 엄격해졌고, 입국은 막으면서 추방은 늘리는 흐름이 있다는 건 이미 알 테다.
영주권자를 포함한 이민자들의 불안감이 고조되는 분위기 속에서, 지하철 무임승차 같은 경범죄도 추방의 사유가 될 수 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뉴욕 지하철 무임승차 기록은 NYPD가 관리하는데, 이 데이터베이스를 연방정부와 공유한다는 것이다. 이러면 당연히 ICE(이민세관단속국)도 이 기록들을 볼 수 있다.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단순히 이렇게 생각할 테다. "그러면 승차권 잘 사서 다니면 되잖아". 하지만 뉴욕 지하철 사정이 그렇지 않다.
예를 들면, 무제한 패스를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짐이 많으니까 일단 통과하고 찍어야지 하면서, 긴급통로로 통과하다가 잡히는 경우도 있다. 아무리 무제한 패스를 보여줘도 경찰은 일단 딱지를 뗀다. 경찰서에 이의 제기를 하라고 하지만, 벌금을 내는 것 외엔 별다른 방법이 없다. 그러면 당연히 경범죄 기록이 전산에 남게 된다.
다른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서 들어가길래 무심코 들어갔다가 (표가 있는데도) 딱지를 끊었다든지, 혹은 일행과 대화를 하면서 지나가다가 깜빡했는데 딱지를 끊었다든지 하는 예도 있다. 이런 사소한 실수 하나로 최소 100달러 넘는 벌금 딱지를 떼는 건 물론이고, 추방의 불안감에 떨기까지 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최근에 수개월에 한 번씩 계속해서 요금을 인상한 것도 한 몫 한다. 뉴욕 물가를 따져도 지하철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편도 기본 2.75달러는 싼 요금이 아니다. 그래서 가난한 사람뿐만 아니라 전체 시민들의 불만 또한 쌓여가고 있는 상황이다.
급기야 한 이민단체가 이런 불안감을 드러내며, 무임승차 단속이 추방을 위한 것 아니냐는 항의를 하자, 뉴욕시경(NYPD)는 공식적으로 이를 부인하고 나섰다.
> "지하철 무임승차해도 추방되진 않는다" (미주 한국일보, 2017.03.01)
하지만 이 주장은 한 달만에 바뀌었다. 뉴욕시경(NYPD) 국장이 3월 30일 뉴욕시의회 청문회에서 “전철 등 대중교통 무임승차도 체포될 경우 추방될 수 있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 "전철 무임승차하다 체포돼도 추방 가능" (미주 중앙일보, 2017.04.01)
결국 영주권자를 비롯한 이민자들이 루머가 진실임을 확인하고 불안감에 떨 수 있게 됐다(?).
> 불안한 미주 한인들 (YTN, 2017.05.21.)
무제한 패스로 다른 사람 태워주기 운동 SwipeItForward
이런 분위기 속에서 '프리 패스로 다른사람 태워주기' 운동이 다시 탄력을 받았다. 아직 그리 큰 운동으로 번진 것은 아니지만, 적극적인 운동가들이 수시로 뉴욕 지하철 역사에서 이 운동을 실천하고 있다.
이들이 하는 행동은, 지하철 역에 서 있다가 무료 승차를 원하는 것 같은 사람이 오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무제한 패스를 긁어주는 것이다.
한때는 사람들 사이에, 이것이 과연 합법인가라는 의문도 있었지만, 일단 지금 현재까지 불법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 지하철의 무제한 메트로 카드(MetroCard) 규정을 보면, 같은 역이나 같은 버스에서 사용하려면 최소 18분이 지나야 하고, 여정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사람을 태워주면 안 된다고 돼 있다.
따라서 운동가들은 여정이 끝나면 다른 사람을 태워줘도 된다라고 해석한다. 물론 출입구에 가만히 서서 다른 사람들을 마구 태워주는 것도 합법이라는 입장이다. 여정이 끝난 상태니까.
운동가들이 활동하는 동영상들을 보면, 역무원이나 경찰들도 이런 행위를 불법으로 단속하지는 않는 듯 하다. 물론 가끔씩 경찰이 와서 시비를 거는 모습도 보이긴 하지만, 불쾌함을 드러내는 것 뿐, 법적으로 어떻게 하지는 못 하는 모습이다.
> SwipeItForward 운동가들이 지하철 역사에서 건내주는 전단지. (이미지: SIF 페이스북)
이들의 주장을 조금 더 상세하게 알아보면 이렇다.
무임승차로 체포된 사람의 92%가 블랙이나 브라운이고, 체포자는 지문체취를 해서 연방정부와 공유하는 데이터베이스에 기록하기 때문에 모든 이민자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그리고 무임승차자를 체포하기 위해 들이는 예산이 연간 5천만 달러라며, 차라리 이 돈으로 요금을 낮추라고 주장한다. 또한 NYPD가 가장 정성을 쏟고, 많은 시간을 들이는 것이 지하철 무임승차자 체포라며, 이 에너지를 다른 범죄에 쏟으면 안 되느냐는 주장이다.
물론 '깨진 유리창 이론'이라는 것으로 지하철 무임승차부터 단속해야 결국엔 도시 전체가 깨끗해진다는 주장에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지금의 단속은 너무 과도하다는 것이다.
어쩌면
아직 작은 움직임에 지나지 않는 이 운동을 보면서, 1955년 미국의 버스 승차 거부 운동이 떠오르기도 한다. 흑인이니 뒷자리로 옮기라는 말 한 마디로 촉발된 그 운동은, 대대적인 흑인 탄압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동참자들이 생겼고, 결국 381일만에 작은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몽고메리의 버스 승차 거부 운동 자체가 전체적인 사회 개선을 이끌어내지 못 했고, 지역에 국한되는 등의 한계도 있었지만, 다른 움직임에 영향을 주는 상징적인 의미가 될 수 있었다. 과연 뉴욕의 SIF(SwipeItForwart) 운동도 그런 어떤 것이 될 수 있을까.
물론 역사 속에서 큰 의미를 가지는 거대한 어떤 것이 되지 않는다해도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비록 크기가 작다 하더라도 연대로 행동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을 테고, 월 스트리트 운동의 불씨가 아직도 남아있다는 것으로도 희망의 등불이 될 수 있을 테니까.
p.s. 참고
* SIF 페이스북
* SwipeItForward: Day of Action (인디고고, 펀딩은 끝났지만 홍보 영상 있음)
* Watch New Yorkers Struggle With The MetroCard Swipe (본문과 상관 없지만, 뉴욕 지하철 개찰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흔한 모습을 재밌게(?) 볼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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