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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강 자전거길: 목포국내여행/자전거2017 2018. 9. 20. 16:30
영산강하구둑 인증센터를 마지막으로 섬진강과 영산강 자전거길 탐방을 끌냈다. 여행 내내 제주도를 갈까말까 망설였는데, 순창에서 골목길을 바라보다 제주도를 가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어차피 도착지가 목포이니, 여기서 배를 타고 가기로 했다.
아직 해가 많이 남아 있을 때라서, 혹시나하고 서둘러 목포항으로 가봤다. 행여나 저녁에 출발하는 배편이 있다면 오늘 당장 제주도로 가자는 생각이었다. 어차피 도시에 있어봤자 숙박비가 나가니까. 배편이 없어도 예약을 할 생각이었으니, 어차피 인터넷 검색 따위 의미가 없어서 그냥 갔다.
목포 도심을 차들과 뒹굴며 지나니 예전에 몇 번 가봐서 익숙한 수산시장이 나왔고, 이내 목포항에 도착했다. 역시나 오늘 당장 갈 수는 없었고, 내일 아침에 출발하는 배편을 예약했다. 이때서야 인터넷으로 근처 숙소를 검색했다.
숙제를 하나 해결하니 그제서야 하늘이 보였다. 역시 목표를 세우고 앞만 보고 달려가면 주변 풍경이 안 보이더라. 목표가 목포여서 더욱 그랬을지도 모르겠고. 인생도 그렇겠지. 어차피 목표를 향해 달려가나, 쉬엄쉬엄 놀면서 가나, 돈 못 벌기는 마찬가지.
목포항 근처, 유달산 아랫동네에 게스트하우스가 꽤 많이 있었다. 그 중 아무데나 하나 골라서 들어갔고, 가격도 시설도 무난하길래 바로 하루 묵기로 결정했다. 어차피 하룻밤이니, 파티 분위기만 아니면 상관 없었다.
여행하면서 게스트하우스 고를 때 일단 저녁에 술 파티 하는 곳은 제외한다. 그런걸 하면 나는 참가하지 않더라도 아무래도 잠을 제대로 못 자게 되니까. 그런걸 빼면 몇 개 안 남기 때문에 선택하기 편해진다. 여기도 손님 많을 때는 파티를 하는 것 같지만, 어쨌든 내가 갈 때는 그런거 안 하는 분위기였다.
도착했을때 주인이 없어서 잠시 가게 안을 구경했는데
건담을 보자마자 오늘밤은 여기로 정했다. 딱히 이유는 없다. 다른 곳들보다 샤워실이 비교적 넓다는 게 특징. 아침에 사람 몰려도 걱정 없겠더라.
짐을 대강 풀고, 바로 밥부터 먹으러 나갔다. 주인장이 근처 식당 몇 개를 알려줬다. 근데 이날이 목포 종합수산시장이 쉬는 날이었다. 한 달에 한 번인가 두 번인가 쉬는데, 딱 이 날을 맞춰 온 거다. 역시 난 좀 대단한 듯.
어차피 수산시장이 쉬든말든 나하곤 별 상관 없었지만, 문제는 시장이 쉬니까 주변 상점, 식당도 다 쉰다는 거였다. 그래서 주인장이 소개해 준 식당 두 군데도 다 문을 닫았더라. 정말 나는 특별한 여행을 하는구나.
터덜터덜 동네를 돌아다니다가 큰 길 가의 만두집은 문을 열었길래, 별다른 선택의 여지 없이 들어갔다. 근데 꽤 맛있었다. 하루종일 굶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사실 만두가 맛 없기도 어렵잖아.
맛있어서 한 번 더 시켜먹고. 만두로만 한 칠천 원 쓴 것 같다. 하루종일 굶어서 배가 고프지만 않았다면 조금 걸어서 유달산 쪽으로 갔을 텐데, 이때는 정말 뭐라도 먹지 않으면 쓰러질 지경이었다.
어쨌든 배를 채웠으니 잠시 쉬려고 숙소에 들어갔다. 마침 마주친 주인이 아직 해도 안 졌는데 놀러 안 가냐고 묻길래, 내일 아침에 제주도 가는 배를 탈 거라고 했다. 그랬더니 '목포는 아주 제주도 가려고 오는 구만!' 하더니, 갑자기 목포 관광지도를 꺼내서 여기저기 가볼 곳을 알려주었다. 흐음... 피곤해서 돌아다니고 싶지 않은데.
그래서 등 떠밀리다시피 나와서 간 곳이 유달산이다. 이것저것 많이 가르쳐줬지만, 버스 타고 뭐하고 하기 딱 귀찮아서, 걸어서 갈 수 있는 유달산만 가기로 결정. 사실 목포는 은근히 몇 번 와봤다. 유달산도 몇 번 올라가봤고. 아, 생각해보니 거의 대부분 제주도 가는 배 타러 와서 간 거였구나. 우훗. 괜히 조금 미안해지기도 하고.
목포 마음에 들어.
목포역. 여기까지 나올 필요 없었는데, 오직 콜라 한 캔 마시겠다고 여기까지 오게 됐다. 와 진짜 무슨 동네가 편의점 하나도 없냐. 목포역 앞까지 와서야 콜라를 살 수 있다니. 그래도 동네는 조용해서 좋더라.
유달산 바로 아래 형성돼 있는 쇼핑 거리. 나름 젊음의 거리라고 이름을 붙여놓았던 것 같은데, 몇 년 전엔 이렇지 않았는데 너무 사람이 없다. 그나마 밤이 되니까 사람이 좀 많아지긴 하던데, 옛날 같지 않은 분위기다.
근데 왜 전국의 젊음의 거리는 모두 술 먹고 흥청망청 노는 곳일까. 젊음이란 탕진하는 재미일까. 탕진하다 큰 일 나는데. 하긴 열심히 미래를 준비해도 큰 일이 안 나지는 않지. 몰라.
유달산 오를 땐 일단 이 오르막길을 보고 한숨을 내쉬게 된다. 쉬엄쉬엄 올라가면 별 거 아니고, 이 오르막을 오르고도 또 이만큼을 더 올라야 하지만, 쭉 뻗은 오르막이 주는 비주얼 쇼크에 압도당한다. 이 지역 사람들은 사뿐사뿐 잘도 다니더라마는.
슬슬 동네 구경하며 산비탈을 오르면 유달산 입구 주차장까지는 금방이다.
주차장에서부터 또 산행이 시작된다. 산이라곤 하지만 전체가 계단으로 꾸며져 있어서 등산이라고 하기엔 어색하다. 조금 힘든 산책이라고 보면 되겠다.
유달산은 이 맛에 오른다. 좀 힘은 들어도, 오른 만큼 보람이 있다. 그리 높이 올라가지도 않았는데 바다 쪽으로 시야가 확 트여서 시원한 풍경이 펼쳐진다. 목포에 살았다면 거의 매일 유달산에 올랐을 텐데(라고 해본다).
몇 년 전부터 지방에서 산다면 가장 살고싶은 곳이 목포다. 유달산 근처 한적한 동네로 봐 둔 곳도 있고. 그다음이 여수, 다음은 진주. 근데 그러면 뭐하나, 가서 먹고 살 방법이 없는데. 누가 지방 안 가고 싶어서 안 가나, 먹고 살 길이 없어서 못 가는거지.
옛날에 이게 사랑나무인가라고 들은 것 같은데, 누구한테서 들었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나무 둘이 꼬여 있는 것이 마치 (생략).
목포는 꼭 한 번 여행 가보시고, 목포에 갔다면 유달산은 꼭 올라가보기 바란다. 난 목포 올 때마다 올라간다. 사실 여기와 갓바위 외에 다른 관광지는 잘 모른다. 목포에서 여기가 제일 좋더라.
정자에 앉아서 잠시 땀을 식히고 있는데, 한 무리의 사람들이 서로 손가락으로 먼 바다를 가리키며 "저기다, 저기 배가 누워 있잖아" 하더라. 나도 옆에 슬쩍 끼어서 그쪽을 바라봤더니 정말 멀찌감치 배 하나가 누워 있는게 보였다. 카메라로 확대해서 보니 더욱 확실했다. 세월호였다.
아, 세월호가 유달산에서 보이는구나. 이제서야 알았다. 한참을 눈을 뗄 수가 없어서 바라보고 있었다. 딱히 더 할 말은 없다. 나중에 제주도 가는 배 위에서 조금 더 가깝게 볼 수 있었다.
이쪽을 보다가 마치 싱가폴 같다는 생각을 했다. 전혀 닮지 않았는데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해외여행 가고 싶어서 그런 건가.
한참 구경하고 노닥거리다가 땀이 식으니 쌀쌀해져서 내려간다.
옛날에 유달산을 처음 한두 번 방문했을 때는, 산을 왜 이렇게 쭉쭉 자르고 갈라서 주차장을 만들고, 길을 만들었을까하며 불만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몇 번 방문해보니, 그냥 그러려니 한다. 도시 가까이에 산책하듯이 오르기 쉬운 산이 하나쯤 있어도 나쁠 건 없을 테지.
그래도 산 입구의 이 넓은 주차장은 아무리 봐도 좀 거시기 하다.
다시 왔던 길로 내려간다. 이 길로 스케이트 보드를 타면 신 날 텐데. 차에 치여 죽겠지만.
화장실 가려고 목포역에 갔더니, 역 앞쪽에 세월호 거치장소 운행 버스정류장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이제 이것도 다 없어졌을래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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