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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만 국민투표 결과, 법 조항은 폐기, 탈원전 정책은 계속 유지
    잡다구리 2018. 11. 29. 08:36

     

    "전기사업법 제95조 제1항, '핵 에너지 기반 발전 설비는 2025년까지 완전히 가동을 중단해야한다'를 철회하는 것에 동의합니까?"

     

    11월 24일에 있었던 대만의 국민투표 안건 중 하나는, 전기사업법 95조 1항을 폐기하자는 내용이었다. 이 안건은 전체 유권자의 29.84%가 찬성해서 가결됐다. 현재 대만의 국민투표는 전체 유권자의 25%이상이 동의하고, 반대표보다 많으면 가결된다.

     

    이 안건이 가결되자 국내에서는 원전 마피아와 언론들이 이상하게 해석해서 떠들기 시작했다. "대만 탈원전 정책 폐기..한국은?", "대만 '탈원전 폐기'에 고무된 원자력계..'우리도 공론화'", "대만, '탈원전' 폐기 결정..전력난에 성난 국민 다수 지지" 등, 대략 이런 식이다.

     

    그런데 과연 대만은 탈원전 계획을 폐기한 걸까.

     

    타이완 원자력 발전소타이완 원자력 발전소

     

     

    법 조항은 폐기, 탈원전 정책은 계속

     

    투표 결과가 나온 다음날, 행정원(대만 정부) 대변인이 기자회견을 했다. 여기서 일단 전기사업법 95조 1항을 폐기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현재 대만에는 총 4개의 원자력 발전소가 있고, 각 발전소마다 2기씩 원자로가 있다. 여기서 룽먼 원전을 제외한 다른 것들은 모두 1978년에서 1985년 사이에 운전을 시작한 수명 40년짜리다.

     

    대만의 네번째 원전 반대 깃발

    (대만의 네번째 원전 반대 깃발. 사진: Nisa Yeh)

     

     

    먼저, 진산 원전은 1,2호기 모두 2018-2019년에 설계수명이 끝나기 때문에 폐쇄 절차에 들어갔다.

     

    궈성 1,2호기는 2021-2023년까지 사용할 수 있지만, 원전 수명 연장을 하려면 폐쇄 5-10년 전에 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따라서 이미 수명 연장 신청서 제출 기한을 넘었기 때문에, 수명을 연장할 수 없다.

     

    마안산 1,2호기는 2024-2025년에 수명이 끝나는데, 이것도 신청서를 작성하고 평가하려면 시간이 없다. 그래서 대변인의 말에 따르면, 이것도 사실상 수명을 연장할 수 없는 상태다.

     

    룽먼 발전소는 조금 사연이 있다. 1999년 건설을 시작했지만, 정치적 이유나 부두 건설, 유적 발견, 소송 등 이런저런 이유로 더디게 진행됐다. 그러다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건이 터졌고, 대만에서 원전 반대 운동이 크게 일어났다. 많은 운동과 시위가 있었고, 2014년에는 중국과의 서비스무역협정에 반대한 청년들이 입법원(국회)을 점거한 해바라기 운동과 맞물렸다. 결국 2014년에 국민당 마잉주 정부는 룽먼 원전 건설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룽먼 원전은 이미 올해부터 핵연료봉 반출을 시작했다. 만약 이걸 완공하고 재가동 하려면 8년 이상 걸릴 거라고, 대만전력공사 자료에 그렇게 나와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지금 당장 룽먼을 사용하기로 결정하고 작업을 시작한다해도 2026년 이후에나 사용이 가능하다.

     

    따라서 현재 돌아가고 있는 모든 원전은 2025년이면 수명이 끝난다. 그래서 2025년에는 어쨌든 원전 제로에 도달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그러니까, "대만이 탈원전을 포기했다! 한국도 다시 생각해야 한다!"라고 외치는 것은, 깊이 알아보지도 않고 국민투표 결과라는 단편적인 사실 하나만 가지고 입맛대로 끌어붙인 것 뿐이다.

     

    * 以核養綠公投過關 政院:2025非核家園目標不變 (CNA)

    * 非核家園走向 賴揆29日與綠委座談 (CNA)

     

     

     

    이 안건은 왜 가결됐을까

     

    그렇다면 대만 국민들은 왜 2025년까지 모든 원전 가동을 중지한다는 법 조항을 폐지해야 한다는 투표에 찬성을 했을까. 이건 추측이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아주 간단히 몇 가지만 소개해보겠다.

     

    일단 2017년 8월에 있었던 대규모 정전 사태를 꼽을 수 있다. 5시간동안 668만 가구의 전기가 끊긴 사건이었다. 공식적인 사고 원인은 LNG 발전소 직원이 실수로 가스 밸브를 잠궜는데, 발전소가 대규모 중앙집중식이어서 사태가 커져버렸다고 밝히고 있다. 물론 예비 전력이 부족했던 이유도 있기는 했는데, 이 사건을 탈원전 정책 때문에 전력 수급에 문제가 생겼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듯 하다.

     

    또한 대만도 대기오염 문제가 심각한데, 중국에서 날아오는 미세먼지도 있지만, 오토바이나 공장, 석탄 화력발전소 등의 자체 문제도 있다. 그래서 가뜩이나 석탄 화력발전소가 문제라고 생각하는 와중에, 최근에 석탄과 석유를 사용하는 선아오 화력발전소의 확장 재가동을 위해 현지 주민들과 협의를 계속하고 있다는 뉴스가 나왔다. 지금은 LNG를 사용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기는 했지만, 이것도 여러 요인 중 하나로 영향을 끼쳤을 수 있다.

     

    아마 대체로 이 두 가지를 기반으로 원전 업계가 열심히 홍보를 했기 때문 아닐까 싶은데, 그 외에도 백업 발전 필요, 현실상의 의문, 안보 차원에서 다른 자원의 수입이 끊겨도 원전은 비교적 오래 버틸 수 있다는 점 등도 이유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일각에선 국민투표 자체에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시각도 있다. 원래 국민투표에서 안건이 통과되려면 유권자의 50%가 동의해야 했다. 그런데 2017년 12월에 국민투표 법을 개정해서, 총 유권자의 25% 동의와 함께 반대표보다 많으면 가결되는 것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이번 국민투표에서는 가결되는 안건들이 많았는데, 25%의 동의로 안건이 가결되는게 과연 옳은가라는 의문 제기도 있다. 2025년까지 원전 가동 중지 조항 폐기 안건도 29.8% 찬성으로 가결됐다. 과연 이 정도 찬성으로 안건을 채택하는 것이 옳은가라는 의문이 들긴 한다.

     

     

    p.s. 참고자료

    * Taiwan abandons 2025 nuclear-free deadline following referendum

    * Govt Sidesteps Energy Referendums as Pro-Nuclear Group Mulls Further Action

    * 시도 때도 없이 '탈원전 포기', "뜬금없다"

    * 대만 국민투표, 우리만 탈원전? 호들갑 떠는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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