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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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capitalized : Nulla in Mundo Pax Sincera사진일기 2011. 12. 13. 04:05
얼마면 될까. How much are you? 얼마면 될까. How much are you? 당신을 얻기 위해선 너무나 많은 돈이 들어. You are too expensive. 세상에 공짜 빵은 없어, 무언가 사게 하기 위한 미끼거나, 무언갈 사야만 주는 거지. There are no free breads. It's a trap or a cost for your consumption. 그럴듯 하게 포장된 공짜 아닌 공짜 빵. A bread for free but not free. 일정량 이상 소비하는 자에게만 주어지는 공짜 빵. A free bread for the consumer who expected to spend. 그래서 나는 즐거워야 하나. So must I do happy? 살기 위해 먹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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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은 락이다 -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2011취재파일 2011. 11. 13. 16:16
“락 페스티벌은 원래, 비가 좀 와야 재미있는 거야.” 친구가 말했다. 창 밖에 비는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고, 별로 한 것 없이 고단한 인생에 덜컥 병이 들어 몸살감기로 온 몸이 쑤시는 중이었다. 평소라면 기뻐서 한달음에 달려갔을 락 페스티벌 취재지만, 내키지 않는 발걸음을 느릿느릿 옮기며 친구와 전화통화를 했다. 여느 때라면 빚을 내서라도 락페(락 페스티벌)를 갔을 친구인데, 올해는 먹고 사느라 바빠서 도저히 시간을 낼 수 없는 사정이라, 복에 겨운 소리 하고 있다며 나를 타박했다.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아는 사람은 누구나 다 아는, 전국적으로 유명하고 해외에도 꽤 알려져 있는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하지만 최근 국내 상황은, 여기저기 락 페스티벌이 많이 생기고, 서로 경쟁하듯 비교되는 라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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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픈 사람은 자유로운 사람이 아니다사진일기 2011. 7. 29. 04:05
먹고 또 먹었다, 불판의 고기가 채 다 익기도 전에. 태어나기 전부터 약속이나 돼 있었다는 듯 그들은 내 입 속으로 들어갔고, 나는 허리띠를 풀고 더이상 먹을 수 없을 때까지 먹고 또 먹었다. 하지만 배가 고팠다. 내 깊은 어둠 저 구석의 아련한 우주에서 뻗어나오는 블랙홀의 차가움. 창 밖엔 폭우가 세상을 가득 채웠지만, 세상은 가득 차지 않았다. 내 몫의 물잔은 어느새 어딘가 사라져 없어졌고, 그렇게 나는 다시 배가 고팠다. 허기는 어디에서 오는가. 비를 주룩주룩 맞으면서도 깨지 않는 술기운에 거나한 발걸음을 옮기는 취객인가. 저 검은 창문 안 붉은 빛 속에서 아직 욕정을 채우지 못한 남자의 악다구니인가. 보랏빛 짙푸른 하늘 낮게 드리운 구름 위를 어찌할 수 없이 날아가는 갈매기인가. 조나단은 높이높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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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천사가 없으니까사진일기 2011. 7. 26. 23:03
용이 승천 하려나. 하루종일 흐린 날이었어. 바람은 그림자로 드리워 음습한 맹수였지. 도시의 어둠은 항상 전등을 끄는 것처럼 별안간 찾아오고, 하나 둘 떨어지던 빗방울은 별안간 후두둑 사탕처럼 떨어졌어. 비를 그었지. 먼 하늘 어딘가에 드리운 한 뼘 남짓 작은 벼랑 끝에 하염없이 피어오르는 밤의 무지개를 벗삼아 안개가 피어오를 때, 후다닥 한 여자가 뛰어 들어왔지. 갑자기 비가 쏟아지내요, 술 냄새가 확 풍겼어. 물끄러미 바라보다 마주친 눈, 나는 우산을 건냈지. 이제, 더 이상, 지친 우산을 쓰기 싫어. 이상하다는 듯 갸우뚱, 그녀는 내일 여기서 돌려 줄게요, 하고 뛰어갔어. 필요없어, 이제 더 이상 지친 우산은 싫으니까. 저 앞에 파라다이스가 펼쳐져 있지만 나는 들어갈 수 없지. 내겐 천사가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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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상처보다 치유가 더욱 아프다사진일기 2011. 6. 12. 01:25
* 어쩌면 인간은 먹지 않고 살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옛날엔 먹는다는 행위는 무척이나 사치스러운 행위였는지도 모른다. 그 사치스러움이 부와 멋스러움의 상징이 되어 너도나도 식사를 시작했고, 수시로 별다른 어려움 없이 즐길 수 있는 먹는다는 행위의 쾌락을 일상처럼 행하게 되었을 때 인간은 먹지 않는다는 것은 상상도 못 하게 됐겠지. 인간의 정신력은 생각보다 대단하고, 특히 비관적인 면에선 큰 작용을 해서, 전혀 작동하지 않는 냉동실 속에서도 냉동실이라는 사실만으로 얼어죽을 수도 있다. 그것과 마찬가지로 먹지 않으면 죽는다는 상상만으로 그렇게 되는 건지도 모른다. 그러다가 재화를 독식하는 자가 생겨나면서 음식은 지배의 도구화 돼 갔겠지. 어쩌면 부다는 그 진리를 깨우쳤는지도 모른다. 먹지 않고 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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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장면의 발상지 인천 차이나타운 - 인천 중국의 날 문화축제국내여행/경기도 2011. 5. 31. 16:37
인천 차이나타운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자장면이다. 자장면의 발상지로 이미 널리 알려져 있는 데다가, 명성에 걸맞게 수많은 중국집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기 때문이다. 차이나타운까지 가서 자장면 한 그릇 안 먹고 온다는 건 마치, 놀이공원 가서 롤러코스터를 안 타고 오는 것만큼이나 허전한 일이다. 비단 차이나타운까지 가지 않아도 자장면은 가볍게 한 끼 떼울 수 있는 음식으로 우리 일상에서 친근한 음식이다. 저 먼 외딴섬 절벽 아래 낚싯꾼들이 주문 해도 배달 간다는 자장면. 그런 자장면도 사실은 중국 산둥반도의 작장면(炸醬麵: zhajiangmian)이 시조라 한다. 1884년에 들어온 청국 사람들과 함께 자연스럽게 건너왔을 거라고 추측된다. ▲ 이번 인천-중국의 날 문화축제 때는 인천 홍보대사인 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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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봄에 너를 잊고, 이번 봄에 나를 잊고사진일기 2011. 4. 28. 04:29
#1. 남자친구와 싸웠다며 전화가 왔다. 짧은 통화를 마치자마자, 또 다른 친구에게서 남자를 사귀게 됐다고 문자가 왔다. 또 다른 어떤 이는 이 남자를 사귀어도 될까라면 고민을 하고 있었고, 또 다른 어떤 이는 이 남자와 헤어져도 될까를 메신저로 물어 왔다. 그래, 바야흐로 봄, 봄, 봄이로구나. 그 많은 이야기들을 들을 때 마다, 우연히 혹은 어떤 영감을 받아서 나는 또 피눈물을 그렸다. 만남은 어떤 식으로든 피눈물을 동반하기 마련이다. 그걸 듣고 있는 상관 없는 사람 마저도 피눈물이 흐르기 마련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사랑 한 번 제대로 해 본 적 없는 사람이겠지. 이야기들을 들으며, 이제 그런 고민들에겐 아주 간단한 답변만을 해 버릴까 보다 생각했다. 이를테면, '너, 이제 연애질에 신경 쓸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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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천년을 기다려 질리안사진일기 2010. 1. 4. 04:24
오랜 세월이 흘렀어. 당신은 저 어두운 하늘 어느 구석을 부유했지. 갈 곳도 없었고, 가야할 곳도 없었어. 마치 처음부터 그래야만 했던 것처럼, 꿈도 없이 길고 긴 방황을 해야만 했지. 마침내 천 년이 흐르고 약속한 날이 왔어. 당신은 꽁꽁 언 몸으로 이 땅에, 다시, 내려왔지. 하지만 이미 세상은 당신이 기억하던 그 세상이 아니야. 시간이 흐른 탓도 있겠지만, 이제 당신은 더이상 따뜻한 눈으로 세상을 보지 않으니까. 차가운 눈빛, 얼어붙은 마음, 고단한 발걸음. 당신은 이미 너무 늦어 버렸어. 그 하늘에서 그랬던 것처럼 이 대지에서도, 또다시, 바람에 날려 여기저기 떠돌며 눈물을 흘렸지. 나는 왜 여기에 있어야만 하는걸까. 오랜 세월이 흘렀어. 당신은, 질리안, 잊혀진 사랑의 전설이야. 천 년을 기다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