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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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름을 기억하며 다시 만날 그 날까지, 안녕 -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2011취재파일 2011. 11. 13. 16:49
노래는 끝났다. 마지막을 아쉬워하며 허탈함에 쭈뼛쭈뼛 머물던 사람들조차 하나 둘 떠나갔고, 영원히 휘날릴 것만 같았던 깃발들도 내려져 어디론가 사라지고 말았다. 화려했던 무대들도, 요란했던 천막들도 모두 떠나가고, 시끌벅적했던 사람들의 웅성거림도 내리던 빗속으로 자취를 감췄다. 뒤에 남은 바람만, 오직 바람만이 마지막까지 남아 오래오래 그곳을 배회하며 식어버린 열기를 끝까지 보듬었다. 우리의 여름은 그렇게 끝났다. 잘 지내고 있는가. 비록 굳은 날씨에 우리 서로 모르는 사이로 우연히 만났지만, 질퍽한 땅을 밟으며 온 몸을 흙투성이로 칠갑하며 나뒹굴었던 그날의 당신, 그 여름의 열기를 아직도 꺼트리지 않고 잘 간직하며 이 추운 겨울을 잘 견디고 있는가. 나는 이미 꺼져버린 불씨에 횡 한 마음을 어찌할 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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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마공원에선 배팅이 필요 없다, 한국마사회 서울경마공원취재파일 2011. 8. 12. 23:25
'경마'하면 맨 먼저 '도박'이 떠오르는 게 사실이다. 한때 도박의 폐해를 언급할 때 빠지지 않고 나온 것이 경마이기도 했다. 하지만 다시 따지고 보면, 그냥 말이 달리는 경기 아닌가.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경마를 보는 시각도 달라질 수 있다. 무더운 여름, 도심 가까이에서 한나절 편하게 휴가를 즐길 수 있는 장소로 경마장을 생각해 보자. 도박은 할 필요도 없고, 권하지도 않는다. ▲ 서울경마공원은 출입구가 단 한 곳 뿐이라, 혹시 아이를 잊어버려도 찾기 쉽다 한다. ▲ 서울경마공원 모형도 '마방'을 보여 준다는 이유 때문에 한국마사회 서울경마공원의 초청에 응했다. 결국 날씨와 시간 때문에 마방은 못 보고 말았지만, 그 대신 야외에서 펼쳐지는 여성 퍼포먼스 그룹의 공연을 볼 수 있었다. 파워풀한 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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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천사가 없으니까사진일기 2011. 7. 26. 23:03
용이 승천 하려나. 하루종일 흐린 날이었어. 바람은 그림자로 드리워 음습한 맹수였지. 도시의 어둠은 항상 전등을 끄는 것처럼 별안간 찾아오고, 하나 둘 떨어지던 빗방울은 별안간 후두둑 사탕처럼 떨어졌어. 비를 그었지. 먼 하늘 어딘가에 드리운 한 뼘 남짓 작은 벼랑 끝에 하염없이 피어오르는 밤의 무지개를 벗삼아 안개가 피어오를 때, 후다닥 한 여자가 뛰어 들어왔지. 갑자기 비가 쏟아지내요, 술 냄새가 확 풍겼어. 물끄러미 바라보다 마주친 눈, 나는 우산을 건냈지. 이제, 더 이상, 지친 우산을 쓰기 싫어. 이상하다는 듯 갸우뚱, 그녀는 내일 여기서 돌려 줄게요, 하고 뛰어갔어. 필요없어, 이제 더 이상 지친 우산은 싫으니까. 저 앞에 파라다이스가 펼쳐져 있지만 나는 들어갈 수 없지. 내겐 천사가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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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워! 26도는 너무 덥단 말야!그림일기 2011. 7. 12. 01:55
정부 정책인가 뭔가 때문에 요즘 어딜가도 덥다. 더위 좀 피해 보려고 패스트푸드 점이나 은행을 찾아가도 무지 덥다. 아 진짜 더위 피하려고 그런데 잠시 가는 사람 생각해서 온도 좀 낮추라고! 정책 입안하는 사람들은 계속 적정온도에 가만 있으니깐 안 더운 거잖아! 진짜인지 아닌지 확인되진 않았지만 떠도는 소문에 따르면, 지난 겨울에 적정 온도 이상 난방하지 못 하도록 하는 정부 정책이 시행된 이후, 일부 건물에서는 이상하게 따뜻한 날일 경우 에어컨을 틀어서 온도 낮췄다 함. 과태료 안 내려고. 이거 진짜일까? 올여름에 대형건물 적정온도 26도 이상 맞추기로 발표 돼서 시행하고 있는 상태. 그런데 만약 이상기온 되면 어떡하나? 일기예보 보니까 비 때문에 일부 지역은 낮 기온이 24~25도 되는 날도 있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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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섬으로 - 완도 200807 1/5국내여행/전라도 2009. 3. 29. 16:49
섬은 하나의 작은 나라라고 할 수 있다. 비슷한 사람들이 살면서도 저마다 다른 풍경들과 다른 생활 모습들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딱히 여름철 피서나 낚시를 위해서 뿐만이 아니라, 가끔 사는 게 갑갑할 때나, 뭔가 색다른 곳을 보고 싶을 때, 생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도 얼마든지 찾아갈 만 한 곳이 바로 섬이다. 무뚝뚝하면서도 포근한 느낌을 주는 곳, 거칠지만 아름다운 곳, 가기는 힘들지만 도착하면 편안한 곳. 섬으로 떠나보자. 큰 제목은 완도지만, 사실 완도라는 섬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이번 여행기에 나올 곳은 주로 청산도. 끄트머리 즘에 명사십리 해수욕장이 잠깐 나올 거라서, 제목을 청산도라고 정하기도 뭣 해서 그냥 완도라고 지었다. 어차피 이 동네 전체가 '완도군'에 속하는 곳이니까. 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