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만약에,
"디자이너시니까, 제 바탕화면 좀 예쁘게 만들어 주세요."라고 하면 "네~"하고 달려 갈까요?
"기획자시니까, 제 코딩 주석들 편집해서 예쁘게 정리해 주세요."라고 하면요?
개발자에게 컴퓨터 좀 고쳐 달라고 하는 것은 이와 비슷한 류의 요청입니다.
물론, 성격 좋은 개발자 분들은 '당연히 도와 줘야지요~'하며 가시지만,
저 같은 까칠한 사람은 일단 인상 찡그립니다. ㅡ.ㅡ;;;
한 때는 컴퓨터 수리공 하기 싫어서
"저는 하드웨어 쪽은 전혀 몰라요~"하고 다닌 적도 있었지요.
(부끄럽긴 합니다만, 전혀 틀린 말도 아니에요. 하드웨어는 잘 모르니까요.)
모든 개발자들이 컴퓨터 최적화 기법을 알고 있지는 않아요.
모든 개발자들이 컴퓨터 부품 가격 줄줄 외우고 다니지도 않아요.
모든 개발자들이 컴퓨터 고장나면 부품까지 뽑아서 고칠 수 있지도 않구요.
개발자는 개발자일 뿐이에요.
물론, 인정상, 요청을 받으면 가서 바이러스도 잡아 주고,
부품 가격도 알려 주고, 메인보드는 뭐가 좋다고 말 해 주기도 하고,
부팅 안 되는 거 고쳐 주기도 하고, 포멧해서 날려 먹은 거 복구도 해 주고,
OS 다시 깔아 주기도 하고 그러는데,
그게 마치 당연하다는 식으로 받아 들이면 곤란하다는 거지요.
그건 어디까지나 본 업무와는 아무 상관 없는 호의를 베푸는 것 뿐이에요.
(물론, 그런 업무가 담당인 사람도 있기는 하지만요)
p.s.
한 때 웜 바이러스가 기승일 때, 회사 내부 거의 대부분이 바이러스에 걸린 적이 있었다.
거의 대부분이란, 개발팀과 사장님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 (사장님은 컴퓨터를 안 켜시나봐~)
도저히 이거 잡아 주다가는 하고 있는 프로젝트 제대로 못 할 것 같아서,
우리 개발팀은 외부 업체 사람을 부르는 게 낫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랬더니 이사님께서 오셔서 하시는 말씀.
"거 좀 도와주고 그래라."
그래서 2~3일 동안 그것만 잡다가 결국 프로젝트 진도 못 나갔는데,
어느날 갑자기 그 이사님이 오셔서 프로젝트 진행 상황이 왜 이렇게 느리냐고 하셨다.
우리는, 회사 사람들 바이러스 잡아 주느라 이렇게 됐다고 했더니,
이사님 하시는 말씀.
"네네들이 그걸 왜 잡아주고 앉아 있어!!! (버럭)"
신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