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친구들과 함께한 술자리에서 우린 우연히 길지 않은 삶에서 얻은 개똥철학들을 논하게 되었다. 나이는 먹어가지만 아직도 젊어서인지 쓸 데 없는 생각들, 그것을 차라리 번뇌라 칭하자면서 취기와 치기가 버무려진 술자리 끝에 우리는 한가지 결론을 내렸다. 세상에 진리는 있다고. 세상에 진리란 없다는 진리, 그 단 한가지 진리만가 존재한다고.
아마도 우리는 모두 각자 다른 길을 접어들면서 서로 잘 알 수는 없지만 나름대로 수많은 고민들이 있는 듯 했고, 그 고민들이 무엇을 위한 고민인지 알 수 없음에 행선지는 고사하고 출발마저 할 수 없는, 길고 긴 대합실 신세를 지고 있음에 그렇게 술자리는 암울했는지도 모른다.
하나 둘 자신들의 길을 찾아 떠나는 사람들. 함께 있던 사람들의 빈자리가 하나 둘 늘어만 가고, 어디로 가는 지도 모른 채 걸어 가는 도중 곁눈질로 바라본 세상이란 것도 암담하기 짝이 없다. 이제 남은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나,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세상은 아무 일 없다는 듯 조용하고 평화롭게만 흘러가는데.
그러던 중 우연히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우연히 떠나게 된 여행, 우연히 들른 서점, 우연히 눈에 띈 공지영이라는 사람의 소설. 얼마 남지 않은 차 시간에 맞춰 망설임 없이, 솔직히 여행 도중 읽을 것이 필요했을 뿐이니까, 집어든 책. 그 속엔 어쩌면 우리들의 이야기도 한 두 컷 들어있는 듯 했다.
이야기의 대상은 우리가 아니고, 글이 묘사하는 목적 또한 그런 것들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공감이랄까. 머리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 어떤 것으로 그 상황에 어울리는 그런 소설로 기억되고 있는 책이다. 물론, 해결책 같은 것을 바라지도 않았고, 또 그럴 수도 없는 거지만, 글이라는 것이 꼭 그런 것이 있어야만 하는 것은 아닐테다.
끝으로 책을 읽다가 너무 마음에 와 닿는 문장이 두 개가 있어 한번 적어보고자 한다; "가난하다는 것은, 할 수 없는 일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먹고살기가 얼마나 힘든지 말하지 않는다면, 영화든 소설이든 철학이든 난 안 믿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