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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싸이코라도 괜찮아
    리뷰 2007. 8. 25. 11:06
    나도 존재의 이유 딱 하나만 있으면 좋겠다

    '나도 존재의 이유 딱 하나만 있으면 좋겠다.' 싸이보그가 된 어린 소녀는 뜬금없이 존재의 이유를 질문한다. 나는 존재한다, 고로 생각한다. 그런데 나는 왜 존재하는 걸까?

    자판기는 음료를 내 주고, 형광등도 불빛을 밝혀 주고, 라디오는 방송을 들려 준다는 존재의 이유가 있다. 하지만 나는 존재하는 이유가 없다. 판에 박힌 반복작업만 계속 하며 정상인들에게 핍박받으며 싸이보그라는 사실을 숨겨야만 했던 소녀는, 결국 존재의 이유를 질문한다는 이유로 정신병원에 가야만 했다.


    싸이보그의 일곱가지 금지사항

    싸이보그의 일곱가지 금지사항. 동정심 금지, 슬픔에 잠기는 것 금지, 설레임 금지, 망설임 금지, 쓸데 없는 공상 금지, 죄책감 금지, 감사하는 마음 금지. 정신이상 환자라고 분류되는 사람들은 모두 이 금지사항들 중 한두가지들을 어기고 있다. 그에 반해 의사, 간호사, 보호자 등의 정상인들은 모두 이 일곱가지 금지사항들을 철저히 잘 지키고 있다. 그렇다, 이건 정상인이 되기 위한 일곱가지 금지사항이었다! 싸이보그는 정상인을 뜻하는 것이었다.

    소녀는 정상인이 되지 못하면서도 정상인이 되고자 했다. 존재의 이유를 고민하는 주제에 정상인이 되려고 하다니. 그 불순한 생각 때문에 비정상인으로 분류되어 격리된다. 세상은 그렇다. 존재의 이유 따위를 고민하는 인간은 이미 정상인의 범주를 벗어난 비정상인이다. 그런 자는 싸이보그가 될 수 없다.


    살기 위해 먹는지, 먹기 위해 사는지

    정상인들의 존재의 이유는 확실하다. 정신치료 담당 의사 선생님의 똑 부러지는 한 마디. '그런데 그런것들보다 훨씬 더 중요한게 뭔지 알아? 그건 바로 먹는거야.' 먹기 위해 사는지, 살기 위해 먹는지에 대한 고민따위 필요 없다. 먹는게 가장 중요하다. 먹고 산다는 것, 그것보다 중요한 것이 뭐가 있단 말인가, 그리고 그 사실에 누가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단 말인가. 혹시라도 그 진리에 이의를 제기하면, 그래서 소녀처럼 먹기를 거부한다면, 가차없이 격리 수용되어 전기쇼크와 독방 감금까지 보내지게 된다.  

    그나마 소녀는 한 소년을 만난다. 그 소년은 정상인과 비정상인 사이의 경계를 넘나들며 둘 사이에서 애매한 줄타기를 하는 소년이다. 그래서 싸이보그가 되고 싶지만 못 되고 있는 소녀의 마음을 이해한다. 멀쩡하게 일반인처럼 사회생활을 할 수도 있지만, 자기 스스로 병원을 찾는 소년. 하나의 점으로 사라질지 모른다는 강박관념에 휩싸여 있는 소년은 소녀의 마음을 이해해 주는 단 한 사람이다.

    그래서 결국 존재의 이유는 사랑인가. 최소한 그들, 정상인의 범주에서 벗어난 그들에게는 그럴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영화 또한 사랑일 수도 있다라는 정도로 얼버무린다. 아무래도 아직 확실한 존재의 이유를 찾지는 못 한 것 같다. 그나마 '먹고 사는'것보다 중요한 그 어떤 것을 존재의 이유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은, 이들과 같은 '비정상인'들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먹는다는 것과 어느 정도 타협은 하겠지만, 그들은 아직도 비정상인이기에 앞으로도 정상인들처럼 먹고 사는 문제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지는 못 할 듯 싶다.


    싸이보그들에게 박수를

    존재의 이유에 관한 화두를 꺼내면, 사람들 중에는 '나도 중고등학교 때 그런 고민 많이 했었지.'라며, 그런 질문 자체를 유치하다고 비웃는 사람들이 꽤 많다. 그들에게는 그런 질문이 유치할 수 밖에 없다. 중고등학교 때 사고의 성숙을 멈추고, 그 수준에서 존재의 이유에 대한 생각을 중단했으니 유치할 수 밖에. 7대 금지사항을 잘 지켜가며, 세상 다 그렇지 하고 먹고 사는 문제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며 싸이보그로 살아가고 있는 그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늘 평안히!

    (www.emptydrea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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