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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스 리틀 선샤인] 실패 가족 여행기
    리뷰 2007. 5. 9. 15:07
    세상에 한두가지 문제 없는 가정이 있을까. 다 제각각 나름의 문제를 안고, 때로는 극복해 가며, 때로는 모른 척 무시하며 살아가는 것일테다. 미스 리틀 선샤인의 가족은 그렇게 문제를 안고 살아가는 현대 가족들의 상징이라고 볼 수 있다.

    마약을 하며, 손자에게 되도록 많은 여자들과 자 보라고 가르치는 할아버지. 가족들 모르게 담배 피며 매일 끼니를 닭으로 준비하는 엄마. 성공에 깊이 집착하며 성공하는 방법을 가르치지만, 정작 자신은 성공과는 거리가 먼 인생을 살고 있는 아버지. 항공학교에 입학할 때까지 말을 하지 않기로 한 아들. 게이로 연애하다가 대학에서 쫓겨난 대학교수 삼촌. 끝으로 미스 리틀 선샤인이라는 어린이 미인 대회에 참가하려고 열심히 준비중인 뚱뚱하고 못생긴 딸.

    그런 콩가루 가족이, 비행기 표 살 돈이 없어서, 고물 미니 밴으로 어린이 미인 대회에 참가하려고 떠난다. 설상가상으로 자동차가 고장나서, 출발할 때는 항상 온 가족이 차를 밀어야 시동이 걸리는 상황. 차를 멈추면 다시 출발할 수 없기 때문에, 움직이는 차에 하나씩 올라 타야 한다. 남들이 보면 웃기기도 하고, 어떻게 저렇게 살아갈 수 있을까 싶기도 할 수 있는 문제를 안고서도, 가족이 힘을 합쳐서 앞으로 계속 나갈 수 있다는 뜻이지 싶다.

    여행 중 길 위에서 하나씩 툭툭 터지는 가족 구성원들 저마다의 문제들. 힘들고 어렵고, 때로는 여행을 포기하고 싶기도 한 상황에서도, 말 없이 다가와 조용히 안아 주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어 다시 함께 나가는 가족. 어쩌면 이 가족의 여행은, 가족과 함께 살아가는 인생 여정을 짧게 압축시킨 모습인지도 모른다.

    비록 남들과 비교했을 때 잘 나기는 커녕, 못 나 보이기까지 한 가족일 수도 있다. 남들이 보면 구질구질하게 살아가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성공은 고사하고 철저한 실패자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 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방식대로, 우리 방식대로 그렇게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모습에서, 이 가족은 결코 특별한 이상한 가족이 아니라, 일반적인 우리들의 가족들 모습을 볼 수 있다.

    꼭 성공한 삶만 가치 있는 삶인가. 지금은 실패자로 살지만 언젠가는 성공할 것이다라는 것 또한 어불성설. 나중에라도 성공 못하면 또 어떤가. 그럭저럭 한 평생 아옹다옹 하면서 복작대고 살아가는 것, 그 자체가 의미 있는 일 아닌가. 세상이 성공 신드롬에 빠져 허우적 대고 있는 중에, 이 영화는 이렇게 말 하는 듯 하다. '뭐 어때, 난 그냥 이렇게 살 거야.'

    가족이 영화의 핵심 키 포인트지만, 헐리우드식의 몸 바쳐 희생하는 애절한 가족애는 없다. 나름 웃기는 장면도 있지만, 다른 코미디 영화처럼 아주 웃기는 것도 아니다. 로드 무비이지만, 깊고 심오한 철학이나 다이나믹한 장면도 없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흘러 가지만, 애잔한 감동을 크게 주는 것도 아니다. 뭔가 강하게 메시지를 던져 주려고 하기 보다는, '그냥 이런 영화야'하며 다소 무뚝뚝한 영화. 특이하게도 그런 것들이 매력인 영화. 곰곰히 따지고 보면 지루할 수도 있는 영화였지만, 지루한 느낌을 받지 못했던 영화. 잔잔한 드라마 한 편을 보고 싶다면 적극 추천해 주고 싶은 영화다.

    영화 마지막 부분에서 프루스트 전공 교수인 삼촌의 말로 끝을 맺겠다. "프루스트는 완전히 패배자야. 아무도 읽지 않는 책을 쓰느라 20년을 보냈어. 하지만 세익스피어 이래로 가장 위대한 작가일지도 몰라. 어쨌든 인생 막바지에 그는 이렇게 말 했지. 자신이 고통 받았던 날들이 인생 최고의 날들이었다고. 그때가 자신을 만든 시간들이었다고. 행복했던 때는 시간낭비였을 뿐이었지, 배운게 없었어."

    (www.emptydrea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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