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를 한 바퀴 돌며 구경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왔더니
한국인 여자 세 명이 도착해 쉬고 있었다.
다들 여기저기 작은 상처들이 있었는데,
레에서 스리나가르로 오다가 버스가 뒤집히는 사고를 겪었다고 했다.
그나마 다행히도 절벽으로 구른게 아니라, 평지에서 길을 이탈해서 구른 것이었다.
사고의 원인은 평지라고 안심하고 졸음운전 하던 운전기사 때문.
아무리 평지에서 굴렀어도 버스가 한 바퀴 굴러 뒤집어 질 정도였으니,
몸에 무리가 없을래야 없을 수가 없는 상황.
엠뷸런스를 타고 스리나가르로 왔다고 하던데, 다들 정신이 없는 상태였다.
그래서 여행이고 뭐고 다 집어치고,
바로 델리로 비행기 타고 가서 한국으로 귀국 할 예정이라고 했다.
어쩌면 인도 여행을 하며 크고 작은 사고들은 필수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오히려 아무데도 안 다치고 무사히 여행을 끝 내는 사람들이 신기할 정도.
나 역시도 여기저기서 들려 오는 사건 사고 소식들에 걱정이 슬슬 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사고 당한 사람들이 찍어 온 사진을 보니까 머리가 혼란스러워졌다.
버스가 뒤집혀서 파편들이 널려져 있는 그 사고 현장 모습은 처참한데,
그 배경 경치 모습은 너무 예뻐서 직접 보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 질 정도.
사고를 당할 수 있다는 위협보다 예쁜 경치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더 간절하다면
길을 떠나는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떠나지 않는 것이고 그런 거겠지.
오이와 귤이 한 말처럼, 사고 당할 운이면 한국에 있어도 사고를 당하니까.
(...라지만, 솔직히 위안이 되지는 않았다.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