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나가르에서는 시카라를 잡아 타지 않으면 아무 데도 갈 수 없다.
당연히 호수 구경을 나갈 때도 시카라를 잡아 타는데, 한 시간에 백 루피 정도.
그런데 이 동네 사람들은 해가 지면 일을 접고 집으로 돌아가는 분위기.
그래서 저녁 8시 즘 되면 시카라를 잡아 타기가 상당히 어렵다.
해가 지면 시카라를 잡아탈 수 없어서 옆 집도 놀러가기 힘든 상황이지만,
그래도 어떻게 시카라 하나를 잡아 타고 마지막 호수 구경을 나갔다.
마음 같아서는 좀 멀리 떨어진 예쁜 곳을 마지막으로 봤으면 싶었는데,
우리에겐 마지막이었지만 시카라 사공에게는 일상의 노동이었을 뿐.
잘 시간이 돼서 힘이 다 빠졌는지, 대충 졸면서 느릿느릿 노를 젓는 시카라 사공.
오이양이 힘을 거들어 보았지만, 배의 속도는 여전히 그대로. (괜히 힘만 썼다)
결국 멀리 나가 보지도 못하고, 바람 쐬었다는 의의만 둔 채 다시 돌아왔다.
돌아올 때는 옆집 한국인 커플이 묵는 숙소로 갔는데,
백숙을 하고 있으니 대충 아홉시 즘 오라는 말을 미리 들었기 때문이었다.
숙소의 주방을 이용해서, 현지 시장에서 사 온 닭으로 백숙을 했는데,
조리를 하면서 계속 노심초사였다고 한다.
숙소 주인 아줌마가 계속 양념(맛살라)을 넣으라며 주방을 기웃거렸기 때문.
우리가 도착해서 백숙을 꺼내 왔을 대도 아줌마가 와서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양념 넣고 먹어'라며 맛살라를 가지고 오셨을 정도.
그 아줌마 입장에서는 양념도 안 한 멀건 음식을 무슨 맛으로 먹을까 싶었을테다.
결국 우리는 아줌마가 갖고 온 수많은 양념들 중에서 소금과 후추만 사용했다.
백숙으로 한 조촐한 파티로 끝맽은 스리나가르의 마지막 날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