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동남아 삽질 여행 46
라오스 훼이싸이, 태국 치앙콩 국경넘기
라오스의 훼이싸이(Huay Xai)에서 메콩(Mekong) 강을 건너면 태국의 치앙콩(Chiang Khong)으로 갈 수 있다. 메콩 강은 폭이 그리 넓지 않기 때문에, 태국과 라오스를 오가는 데 배로 삼십 초 정도 밖에 안 걸린다.
국경은 매일 오전 8시 부터 오후 6시 까지만 지나다닐 수 있고, 라오스에서 태국 쪽으로 가는 배 요금은 8,000 낍이다. 출입국 절차는 어렵지 않으나, 태국 쪽이나 라오스 쪽이나 출입국 카드의 앞뒷면 모두를 적어 넣으라는 요구를 한다. 다른 곳에서는 그냥 비워놓는 뒷면의 설문조사(?)까지도, 의미를 알 수 없지만 대강 적어넣어야 했다.
아침, 라오스 훼이싸이의 어느 게스트하우스. 오래된 전통가옥을 개조해서 숙소로 사용하고 있었다. 훼이싸이는 태국과 가까워서 그런지 조그만 동네에 외국인들이 많고, 그래서 물가도 높은 편이다. 훼이싸이 숙박업소는 싱글룸이 50,000 낍 정도.
훼이싸이 거리 모습. 메콩 강 윗쪽으로 쭉 나 있는 2차선 차도를 따라 여행자 거리가 형성되어 있다.
위앙짠, 왕위앙, 루앙프라방, 루앙남타, 훼이싸이까지 6일 동안 라오스를 여행하면서 쓴 돈은 약 160달러.
이 동네도 서양인들을 위한 카페, 레스토랑, 술집들이 몇 개 있다. 워낙 작은 마을이라 선택의 폭이 넓지는 않지만, 하루정도 머물면서 메콩 강을 보며 조용히 쉬어 보는 것도 좋다.
훼이싸이에서 볼 만 한 것이라곤 마을 중간에 있는 사원 하나 뿐.
사원으로 올라가는 계단 바로 앞쪽에 있는, 메콩 강으로 통하는 길을 따라 내려가면 라오스 출입국 관리소가 나온다.
아래쪽 오른편에 보면 한 두명의 사람들이 앉아서, 패스포트 컨트롤 비를 받고 있다. 비자비와는 별도로 여권 처리 업무비를 별도로 10 밧 받는다. 그런데 내가 그냥 무시하고 지나쳐서 그런건지, 원래 출국 할 때는 안 받는 건지, 어쨌든 여기서 출국할 때는 돈을 안 냈다.
왼쪽에 있는 출입국 관리 사무소에서 출입국 수속을 거친 후에 티켓을 사고, 배를 탄다.
나름 국경이라고 면세점도 있다. 출입국 관리소 바로 옆에 있는 구멍가게 스타일의 면세점. 훼이싸이 동네 안쪽에도 면세점이 몇몇 눈에 띈다. 문제는, 면세로 파는 물건들은 다들 나름 고급품들이라 그런지 가격이 비싼 편이라는 것.
출입국 수속을 마치고 나오면 한 쪽 구석에 이렇게 국경 보트 티켓 판매소가 있다. 시설은 허름한테 직원은 많다. 현지인과 외국인이 가격이 다르고, 외국인은 편도 8,000 낍.
국경을 오가는 보트는 출발 시간이 따로 있지 않다. 대충 탈 사람 다 타거나, 옮길 물건 다 채우거나 하면 출발한다. 배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사공이 타라고 하면 타면 된다. 좁고 낡은 보트지만, 그래도 손으로 노를 젓지는 않았다.
짧았던 라오스 여행을 마치고 드디어 떠나는 순간. 안녕 라오스~ 물가가 너무 높았어~ ㅠ.ㅠ
메콩 강 한 가운데. 그리 맑아 보이지는 않는 강이었지만, 그래도 강 바람은 시원했다.
배에 올라탄 지 20초 만에 태국 땅 도착. 다른 배들이 빽빽히 들어서 있어서 어디에 정박하는건가 의아했는데, 그냥 다른 배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갔다. 배가 작아서 타고 내릴 때 심하게 흔들렸는데, 짐이 크면 약간 위험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국경을 오가는 배. 내가 타고 온 배는 기껏해야 여섯 명 정도 탈 수 있는 작은 배였지만, 태국 쪽으로 와 보니 제법 큰 배들도 있었다. 오전 11시 즘이었는데도 국경을 건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나중에 점심 때 즘 되니까 태국 쪽에서 라오스 쪽으로 국경을 넘으려는 사람들이 하나 둘 도착하기 시작했다.
배에서 내려 하나밖에 없는 길을 따라 쭉 올라가면 태국 쪽 출입국 사무소가 나온다. 입국 할 때 출입국 카드는 왼편에 있는 출입국 사무소 창문을 두드려서 한 장 달라고 하면 된다. 거기 서서 출입국 카드를 작성하면 된다.
태국 쪽 국경에서 바라본 라오스 훼이싸이. 다시 돌아보니 라오스에 오래 있지 못했던 것이 좀 아쉽기도 하다. 중간에 여유를 가지고 며칠 느긋하게 쉬는 시간을 가졌어야 했는데... 그냥 계속 이동만 했던 피곤한 여정이었다. 사실, 라오스는 가 보기 전에 내가 상상했던 것과는 많이 달랐다. 가는 곳마다 외국인 관광객들을 위한 관광지로 변한 모습들이 너무 실망스러웠다. 그나마 루앙프라방이 예상했던 것과 가장 가까워서, 그 곳에 좀 오래 머물지 못 했던 게 약간 아쉬웠다.
아쉬움을 남기고 떠나온 만큼 언젠가 또 갈 수 있을 날이 오겠지, 라고 애써 위로를 한다. 하지만 아마 내가 갔던 곳을 다시 가지는 않을 듯 하다. 그나마 아직 때가 덜 묻은 사람들을 만나서 편안했던 라오스도 점점 관광지로 알려지면서 변할 테니까. 예전의 좋았던 기억을 가졌던 곳의 변해버린 모습을 보고싶지 않다. 그래서 점점 가고싶은 곳이 줄어들다가, 나중에 가고싶은 곳이 하나도 없어지면 그 때가 내 여행의 끝이겠지.
태국 입국 수속을 마치고 마을로 올라와서, 눈에 띄는 가게에 들어와 밥을 시켜 먹었다.
그냥 볶음밥(fried rice)을 시켰을 뿐인데, 이렇게 예쁘게 나왔다. 우왕~ 이렇게 생긴 볶음밥은 내 평생 처음.
아제 다시 태국. 이번 여행에서 태국 출입국만 대여섯 번 했네. 그래서 그런지 이제 다른 나라보다 태국이 편안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