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으을 간다면 택시라도 잡아타고 광안대교를 달려 보아요. 기사분께 구경하려고 그러니 길 가 쪽으로 천천히 달려 달라고 하면,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구경하기 좋게 해 준다구요. 우리는 렌트카로 부산 시내를 누비고 다녔는데 처음 렌트카 타서는 곰곰이 계산 해 보니, 인원이 어느 정도 될 때는 렌트카도 비싸지 않더라는 결론.
맨 처음 간 곳은 해운대. 여기서 일행을 만나기로 했었는데, 서울에서 내려온 몇몇 애들은 새벽에 도착해서는 여기서만 여섯시간 넘게 놀고 있었음. 아주 부산에서 해수욕으로 본전을 뽑고 가는구나~
날씨가 맑아서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던 날. 사실 해운대의 이런 깨끗한 모습은 일종의 뻥카임. 일년 열 두달 중, 이런 맑은 모습을 보이는 때는, 해수욕 철 몇 달 뿐. 어디선가 고운 모래들을 큰 돈 주고 사 와서 깔았기 때문이라죠. 해마다 몇 억씩 돈 뿌려주지 않으면 해운대 백사장은 벌써 다 없어졌거나, 겨우 손바닥 만 하게만 남았을 것.
근데 여름 성수기에 그 고운 모래 뿌려놓고는 파라솔 쳐서 돈 받고 장사하는 건 좀... 고와 보이지는 않는데... 예전에는 어둠의 세력(?)들을 끼고 개인들이 장사하던 것을 이제는 아예 구청이 나서서 하고 있음. 그래서 아주 바가지로 받지는 않는다고. 하루종일 삼 천원 이었던가.
서울에서 내려온 애들은 무궁화 호 타고 새벽에 도착해서는, 새벽부터 와서 자리를 잡아서 바닷가 맨 앞쪽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음. 그래서 그 좋은 자리 떠나야 한다는 걸 못내 아쉬워 하던데... 아쉬우면 밤까지 눌러 살든지~ ㅡㅅㅡ
위에서 내려다보면 예쁘장한 파라솔들로 깔끔하게 정리된 모습을 볼 수 있으나, 막상 그 아래로 가 보면 해변이 다 그렇듯... 뭐 그런거지.
어쨌든 해수욕은 그만하고 달려 보아요~ 이왕 빌린 차, 이것도 뽕을 뽑아야지~
그래서 간 곳은 중앙공원. 예전에는 대청공원으로 불리던 곳이었는데, 어느순간 중앙공원으로 합쳐서 부르기로 했다고 함. 버스나 안내책자 등에는 아직도 대청공원으로 표기된 것도 있음.
여기는 산 꼭대기에 자리잡은 공원으로 놀이동산 같은 공원은 아니고, 그냥 조용한 풀밭 공원이라고 할 수 있음. 부산 어디서나 보이는 곳이지만, 사실 부산 사람들 중에도 여기 안 올라가 본 사람들이 많을 정도로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는 곳. 하지만 막상 가 보면 바람도 시원하고, 남포동 쪽 시내와 부산항 모습들을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어서 아는 사람들은 심심하면 찾아가는 곳.
부산역에서 43번 시내버스를 타면 바로 갈 수 있는데, 올라 갈 때도 꼬불꼬불 산동네 좁은 길을 기어(?)올라 가는 모습에 나름 재미를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압권은 내려올 때. 버스 타고 내려오면 거의 롤러코스트~!
이 공원 바로 아랫쪽에 쭉 펼쳐진 동네들도 독특한 모습을 하고 있으니, 걸어서 남포동, 중앙동 쪽으로 내려가 보는 것도 좋은 구경이 될 수 있음. 특히 길을 잘 택해서 보수동 쪽 부산 카톨릭 센터 쪽으로 내려가면, 지금은 규모가 많이 작아진 보수동 헌책방 골목과,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깡통시장 등을 구경할 수 있음.
자세히 보면 저어기~ 용두산 공원과 탑이 보인다. 여기 서서 보면 용두산 공원이 왜 용두산인지 약간은 이해할 수 있음. 중앙공원은 용의 등 정도 되고, 용두산은 말 그대로 용 머리 정도. 그러니까 용이 땅을 파고들며 구불구불하고 들어갔다 나와있는 형태.
중앙공원은 충혼탑, 4.19 위령탑, 광복기념관 등이 모여있는 일종의 애국공원인 셈. 관광 안내 책자에는 '사적 테마 공원'이라고 소개 해 놨는데, 포장 좀 잘 하면 공원 자체는 더 꾸미지 않아도 훌륭한 관광상품으로 개발 할 수 있는 곳.
하지만 개발 안 됐으면 좋겠다는 것이 내 솔직한 바램. 사람들이 여긴 별로 볼 것도 없고, 즐길 것도 없다며 잘 안 찾아오기 때문에, 그나마 한적한 휴일날 (부산에 살 때) 조용히 시간 보내기 딱 좋은 곳이었으니까. 이것 마저도 사람이 붐비게 된다면 조금 아쉬울 듯. (하지만 상관 없어, 이 글을 올릴 정도라면 난 이미 다른 조용한 곳을 찾았다는 뜻이니까~)
충혼탑. 이 탑은 부산 시내에서 웬만 한 곳에서는 다 보이는 탑. 건국이후 나라를 지키다가 돌아가신 부산 출신 국군, 경찰 등의 영령을 모셔놓은 곳. 옛날에는 용두산 공원에 영령이 모셔졌었지만, 아시다시피 거기가 워낙 떠들썩 한 곳이라 이 쪽으로 옮겨온 것. 그러니까 여기서는 조용하게 책이나 읽고 바람 쐬러 가는 곳으로 생각하기 바람. 이런 곳에서 막 떠들고 뛰어다니면 아마 수천만 귀신의 저주를 받게 될 걸. ㅡㅅㅡ;
사진 왼쪽으로 언듯 보이는 곳이 부산항. 실제로 가서 보면, 제주도나 일본으로 떠나는 배들도 눈으로 볼 수 있음. 낮에 이 곳에서 쉬다가 저녁 때 즘 배 타러 가서 다른 곳으로 이동해도 좋을 듯. 하지만 눈으로 보기엔 가까워 보여도, 부산 도로 사정이 워낙 열악한 터라 시간은 넉넉히 잡아야 함.
참고로 부산에서 배를 타고 갈 수 있는 곳은 제주도를 비롯한 남해 일부 도서지역과 일본의 대마도, 후쿠오카, 시모노세키, 오사카 정도. 대마도는 조금 낡은 여객선으로 두 시간 반 정도 걸리고, 후쿠오카는 쾌속선으로 세 시간 정도 걸림.
자 이제 뜬금없이 송정 해수욕장. 송정은 해운대보다 백사장이 넓고, 사람이 별로 없다는 장점이 있다. 동해와 가까워서 평균적으로 물도 조금 더 맑은 편인데, 여름철 해조류 번식기나 태풍 장마철이 되면, 해조류 때문에 물이 더러워 보이기도 한다.
송정에서 동해 방향으로 조금만 가면 어촌들이 나오고, 거기서는 실제로 어업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모습들을 볼 수 있음. 당연히 회도 먹을 수 있고. 재미있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무좀 걸린 발로 들어가 놀며, 오줌도 누고 하던 바다에서 캐 낸 파래와 김이 여러분들 식탁에 올라간다는 거~ 우훗~ (그렇게 생각하면 세상에 먹을 것 하나도 없지만~)
역시 여기서도 지구는 둥글고... ㅡㅅㅡ;
여름 성수기가 아닐 때는 회 값이 그리 크게 차이 나지는 않는다. 오히려 싼 곳 찾아서 돌아다니다가 기름값으로 더 손해를 볼 정도. 하지만 성수기엔 좀 다르다. 해운대는 아무래도 비싼 편. 송정과 민락동이 그나마 좀 나은 편. 그래도 성수기엔 어쩔 수 없이 다 비싸다.
그래도 서울에서 내려온 애들은 '와-싸다'면서 감탄을 하던데... 쯥... 너네들이 이 가격에 싸다고 사 먹으니깐 성수기에 부산 사람들이 회를 못 사 먹는거야. ㅡㅅㅡ;
사실 난 회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리고 부산 출신 사람들 중에서 의외로 회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 꽤 많다. 정확한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어릴 때부터 시장만 가면 맡을 수 있던 생선 비린내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 때만 해도 우리집처럼 가난한 집에서는 맨날 끼니 때마다 천 원에 세 마리 짜리 맛 없는 갈치를 먹었으니까. 나도 일단 생선이라 하면 그 때 생각이 먼저 떠올라서 냄새도 맡기 싫다.
내가 서울 처음 올라와서 가장 놀랐던 것은, 서울 사람들은 다 말리 비틀어진 회를 맛있다며, 그것도 거금을 주고 횟집에서 먹더라는 거. 아 정말 부산에선 공짜로 줘도 안 먹을 그런 품질... ㅡㅅㅡ;;;
어쨌든 여태까지 살면서 회가 정말 맛있다고 느낀 적이 딱 한 번 있었는데, 동해에서 고깃배 타고 나가서 갓 잡은 갈치를 회로 떠서 먹었을 때였다. 밝은 달빛에 은빛 칼날처럼 번쩍이던 그 모습도 인상적이었지만, 그 맛도 잊을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났던 것. 그래서 그 이후 일반 횟집에서 파는 회는 더 맛 없게 느껴져 버렸다는 이야기. 없는 놈이 입맛만 고급이 됐다는 슬픈 전설. ㅠ.ㅠ
물놀이도 즐기고 회도 즐기고~ 오랜만에 사람들과 엠티를 갔더니 정말정말 즐거웠던 하루. 안타까웠던 건, 회를 너무 많이 사서는 다 먹지도 못하고 남겨갖고, 다음날 아침에 남은 회를 라면에 넣어 먹었다는 거. 이거 완전 호강에 겨워 요강에 뭐 싼다는 말이 딱 어울리는 상황. 그래, 뭐 그것도 부산에 왔으니까 한 번 즘 할 수 있는 호사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