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부산은 곧 개막을 앞두고 있는 부산국제영화제에 온 관심이 쏠려 있지만,
그것 말고도 각종 현대미술들을 한꺼번에 왕창 구경할 수 있는 행사도 열리고 있다.
부산시립미술관, APEC나루공원 등에서 열리고 있는 '2008 부산비엔날레'가 바로 그 행사다.
(홈페이지 설명을 보니까, 광안리해수욕장의 미술작품들은 이미 철거 한 듯 하다.)
부산광역시립미술관 입구에서 7천 원 내고 티켓을 사면, 세 군데를 들어갈 수 있다.
시립미술관과 수영요트경기장 계측실, 민락동 미월드 놀이공원 실내전시장.
요즘 전시는 이렇게 여러군데 분산해서 하는 게 유행일까.
나처럼 한 지역에 오래 머물 형편이 안 되는 사람에게는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시간이 없어서 시립미술관에 전시된 작품들만 구경할 수 있었기 때문.
그래도 그것 만이라도 구경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싶다.
안 보면 후회 할 뻔한 작품들이 꽤 있었으니까.
일단 부산시립미술관 입구를 통해 안으로 들어가면 거대한 여성의 주먹질을 마주치게 된다.
절대 피할 수 없다. 워낙 엄청난 크기라서 눈에 딱 띌 수 밖에 없고, 딱 입구에 있기 때문에.
이 작품 때문일까,
부산시립미술관에 전시된 작품들은 전체적으로 '그로테스크하다'라는 인상을 받았다.
실제로 좀 섬뜩하고 기괴한 작품들이 많기도 많았고.
2008 부산비엔날레는 '낭비(Expenditure)'라는 주제가 정해져 있다.
주제가 딱 정해져 있으니까 모든 작품을 그 주제에 맞게 끼워 맞춰 보면 대강 답이 나온다.
물론, 아무리 낭비라는 주제에 끼워 맞춰 보려고 해도 이해가 안 되는 것들도 많지만,
뭐 어떠랴 주제가 '낭비'가 아닌 것 같다면 나름대로 다른 주제를 부여하면 그 뿐.
꼭 그 주제여야만 할 필요는 없다, 느끼는 대로 보이는 대로 즐기면 되는 거니까.
아무리 디카라서 필름을 소비하지 않는다지만,
이미지를 마구 찍는 행위 자체가 낭비 아닐까라는 메시지로 읽고,
스스로 뜨끔했던 작품.
나 역시도 '마음에 안 들면 지우면 되지 뭐'하면서
아무렇게나 마구 찍는 사진들이 굉장히 많으니... 이건 반성을 좀 해야할 듯.
아기자기하고 귀엽고 발랄할 이미지들이 가득 담긴 작품이라는 인상을 받았는데,
다소 아쉬운 점은 길 가(미술관 복도)에 설치 돼 있어서 그냥 방치 된 듯 한 느낌이라는 것.
물론 그런 건 아니겠지만, 예쁜 무대라도 하나 만들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었다.
그래도 구경할 게 많은 작품.
아, 이 작품은 입구의 모습만 공개. 직접 들어가서 봐야 한다, 상당히 그로테스크 하다. ㅡㅅㅡ;
내가 좋아하는(?) 눈물이 나와서 상당히 굉장히 아주 많이 마음에 든 작품.
부산시립미술관에 전시 된 작품들 중 '기괴함'의 백미라 할 수 있는 작품.
이 작품에는 음향효과도 있는데, 오묘한 소리가 들린다.
그 소리를 말로 한 마디로 표현하라면 그냥 무심히 '귀신 소리'라고 할 수 밖에 없다.
어쨌든 그 기괴한 소리와 함께 이 작품을 보고 있으려니,
저 여자가 벌떡 일어나 다가오지 않을까라는 무서움도 느껴지고,
마치 눈알을 굴리는 듯한 느낌도 느껴지고...
아무튼 오래 보고 있지는 못 했다, 무서워서.
작품들을 보면서 느낀 점들을 일일이 다 적자면 한도 끝도 없다.
그냥 이런 작품들이 있었다 정도만 전할 뿐.
사실 내 취향이 좀 그런(?) 쪽이라서 인상 깊은 작품들이라고 소개하는 작품들이 다 이렇다.
미술관은 넓고, 볼 작품은 많으니까, 꼭 이런 작품들만 있다는 편견은 가지지 마셨으면 싶다.
부산시립미술관 2,3층을 전시실로 이용하고 있고,
전시실 만으로 모자라서 복도에도 전시를 해 놓고는 있지만,
전시 된 작품 수는 좀 적은 듯 해서 아쉬웠다.
물론 다른 곳에도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기 때문에 미술관만 보고 단정지을 순 없지만,
한 곳에서 좀 더 많은 작품들을 한번에 몰아서 구경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아쉬움.
그래도 (최소한 나에게는) 인상깊은 작품들이 많았으니까 다행.
입장은 7시 까지 가능하고, 관람은 8시 까지 할 수 있으니 평일에도
뭔가 색다른 데이트나 산책이나 이벤트를 원한다면 가 보면 좋을 듯 하다.
낭비라는 주제의 작품들을 보고 나와서 그런지,
미술관 앞에 보이는 야경도 왠지 낭비같다는 느낌이 든 날 밤.
이런 전시회를 다니면서 느끼는 건데, 나는 작품 자체를 즐기며 생각하는 것 보다는
그런 전시회 속에 있으면서 어떤 다른 공간, 다른 차원에 있는 듯한 느낌을 즐기는 듯 하다.
출구를 나가는 순간, 다시 팍팍한 일상의 현실로 돌아가면 서글프다는 기분부터 드니까.
현대미술들은 계속해서 현실에 대한 화두와 질문과 문제 제기를 하지만,
난 그것들을 통해 계속해서 현실을 벗어나 자꾸 다른 세계로 나가는 듯.
어쩌면 그건 미술 작품들이 가진 매력 중 하나가 아닐까하고 위안해 본다.
그러니까 나처럼 어떤 다른 세계, 다른 차원을 원하는 분들이라면,
미술 작품 자체보다는 미술관의 그 이미지를 느껴 보시라.
물론, 사람 많은 공휴일 낮에는 그런 느낌 느끼기 어렵겠지만.
p.s.
부산비엔날레 홈페이지에 가면, mp3로 된 작품 설명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미리 다운로드 받아서 mp3 플레이어에 저장해 놓고 가서 들으면 좋을 듯.
미처 준비해 가지 못 했다면, 부산시립미술관 1층 로비에서도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한 마디로, 도슨트 따라서 우르르 몰려 다니지 않아도 된다는 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