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한옥마을에는 경기전이라는 곳도 있다. 경기전은 조선 태조 이성계의 어진(영정)을 봉안하기 위해 1410년(태종 10)에 창건되었다고 한다. 사극 촬영 장소로도 이용된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약간 눈에 익은 듯 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수문장 대신 ADT가 지키는 경기전.
사실 태조의 영정을 봉안 한 곳은 세 곳이다. 전주의 경기전, 경주의 집경전, 평양의 영종전. 그 중 전주의 경기전은 임진왜란 때 소진되어 1614년 (광해군 6)에 중건된 곳이라 한다. 영정은 묘향산 보현사에 옮겨서 잘 보존할 수 있었다고.
문 밖에서 볼 때는 여느 궁궐같은 것들과 별 다를 것 없어 보이지만, 안에 들어서면 정원도 아닌 것이, 궁궐도 아닌 것이, 착 가라앉은 근엄한 분위기와 함께 정원같은 아름다운 경관이 어우러져 묘한 분위기를 풍긴다.
천도. 하늘로 향하는 길일까. 무지한 후손들 때문에 천도를 저렇게 막아놔서 좀 편치는 않으시겠다.
저거, 정말 원본일까? 영정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숭례문 사건도 있었지만, 세상에 흉흉하고도 괴이한 일들이 자꾸 일어나는 상황이니, 여기다 진짜 영정을 놓아 두면 안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정말 진짜일까? 설마... 하지만 경기전 자체가 영정을 모시기 위해 만든 곳인데... 에이 그래도 진품을 전시했다기엔 너무 허술하잖아... 이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실제 가마를 보면, 사극같은 데서 나오는 것 처럼 장정 네 명이서 달랑 들고 가기엔 너무 무겁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저걸 네 명이서 들면 아주 죽어났을 듯. 여덟명 정도가 붙어야 그나마 괜찮을 듯 한데... 하긴, 옛날 사람들은 지금 우리들보단 힘이 세었겠지.
축소를 잘 못 해서 클릭해도 크게 볼 수 없음. ㅡㅅㅡ;;;
오래된 사적에 최첨단 잠금설비.
아니 이 가마는... 대체 저 작은 문으로 어떻게 기어 들어갔을까? 정말 말 그대로 기어서 들어가야 했을 것 같은데... 몸이 들어가긴 했으려나.
흐린날과 어쩐지 잘 어울렸던 경기전.
이상한 건, 오래된 단청은 고풍스럽고, 편안하고, 아름답게 느껴지는데, 현대에 칠해진 단청은 웬지 어설프고, 촌스럽고, 싸구려 같이 느껴진다는 거. 현대의 기술이 옛날의 기술보다 안 좋은 걸까.
경기전 옆에는 조경묘가 있다. 전주이씨의 시조와 시조비의 위폐를 봉안하는 곳이라고. 크게 볼 만 한 것은 없지만, 뒤로 보이는 전동성당과 어울려 재미있는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여기는 날이 좀 맑은 날이면 더 어울릴 듯 싶었다.
대충 설렁설렁 보고 넘어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