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도는 산과 물이 모두 푸르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옛날부터 우리나라 서남해안 바닷길의 요충지였고, 임진왜란 때는 전란때문에 잠시 사람이 살지 않기도 했다 한다.
최근 청산도는 폭 100미터, 길이 1km의 아름다운 백사장을 가진 지리 해수욕장을 비롯해서, 드라마 '봄의 왈츠' 촬영지, 영화 '서편제' 촬영지 등으로 유명해졌다.
배를 내리면 바로 눈에 띄는 비석. 배멀미로 흐릿한 정신으로도 여기가 청산도임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비석 옆에 청산도 전체 지도가 그려진 철판이 서 있다. 크기가 커서 한 눈에 잘 들어오지는 않지만, 디카로 찍어서 필요할 때 여기저기 확대 해 보는 식으로 참고할 수 있다.
청산도에는 딱히 별도로 마련된 관광안내소가 없었다. 완도 여객선터미널에서 표를 살 때 지도를 요청했는데, 여기서도 청산도만 나와있는 지도는 없고, 완도군 전체가 그려진 지도만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섬이 엄청나게 크지도 않을 뿐더러, 내부 도로가 그리 복잡하지도 않기 때문에, 완도군 전체가 그려진 지도로도 충분히 섬 여행을 할 수 있다.
그러니까 청산도로 들어가기 전에 완도에서 미리 완도군 지도를 얻어서 가는 게 낫다. 완도군 관광지도에는 완도를 비롯한 인근 여러 섬들의 도로와 지형 등이 나와 있기 때문에 초행길에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으니까. 물론 지도가 없어도 큰 상관은 없다. 대충 물어보고 다녀도 충분하다.
배에서 내린 사람들은 대부분 미리 대기하고 있던 차편을 이용해서 재빨리 어디론가 떠나버렸다. 여름철에는 여행사에서 단체 패키지로 관광상품을 판매하기도 하는지, 목에 명찰을 걸고 무리를 지어 다니는 사람들도 꽤 많았다. 이런 모습을 보니, 우리나라도 이제 예약문화가 꽤 발달해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래도 나는 예약하고는 인연이 없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되는 데로, 내키는 때, 가고 싶은 곳으로 갈 테다. 좀 피곤한 여행이 되기는 하지만, 이것이 진정한 자유여행이라고 생각하니까~ ㅡㅅㅡ/ (라기 보다는, 단체 여행이나 예약여행은 너무 피곤하고 귀찮아서...)
남들은 가이드 따라 가고, 미리 예약한 숙소 주인의 픽업 차 타고 가고, 미리 예약한 랜트카 타고 갈 때, 나는 버스에 올라탔다. 역시나 배에서 내린 관광객 중 시내버스에 올라타는 사람은 나 하나 밖에 없었다. 버스엔 한 다섯 명 정도가 올라탔는데, 다들 섬 주민들이었다.
청산도에는 그리 자주 다니지는 않지만, 배 시간에 맞춰서 버스가 대기하고 있다. 이 버스는 선착장에서 섬 반대편까지 가니까, 이 버스를 이용해서 이동하는 계획을 짜도 괜찮겠다. 하지만 해가 지면 배편을 비롯한 모든 대중교통이 다 끊긴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청산도 내부에서 차가 끊기면 별다른 대책이 없다. 육지에서 못 했던 걷기 다이어트를 열심히 하는 수 밖에. ㅡㅅㅡ;
일단 청산도를 왔으니 유명한 곳을 둘러보자고 결심, 버스에 올라타자마자 기사 아저씨께 영화 서편제 촬영지에서 내려 달라고 부탁 했다. 사실 이 때 까지만 해도 청산도에 대해 내가 가진 지식은 서편제 촬영 장소라는 것 밖에 없었다. 그래서 뭐 딱히 가고 싶은 곳도, 뭐가 있는 지도 모르는 상태.
서편제 촬영지는 선착장에서 아주 가까운 곳에 있었다. 버스를 타고 한 삼 분 정도 산을 올라 가다가, 오르막길이 막 끝났다 싶었을 때 아저씨가 차를 세워서는 내리라신다. 내려서 길 가에 난 길을 따라 쭉 가면 된다고. 산이라고 해 봐야 해발 300미터 내외라서 걸어서 쉬엄쉬엄 올라가도 괜찮을 정도. 물론 여름 땡볕에는 햇살이 따가워서 좀 힘든다.
아직 배멀미로 어질어질한 기운이 진정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여기가 어디인지 파악도 못 하고 있는 상태. 하지만 듣던대로 산과 물이 모두 푸르러서 바람마저 푸른 색으로 느껴졌다. 이 언덕 위에서 이렇게 시원한 바람 맞으며 바다만 내려다 보고 있어도 충분히 즐거울 수 있는 곳. (이지만, 이런 풍경에 비바람이 몰아치면 더 볼 만 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음. ㅡㅅㅡ;;;)
서편제 배경이 이랬었던가...? 예뻤다는 것 말고는 별로 기억 나는 게 없기 때문에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갔지만, 사실 볼 만 한 건 낮은 돌담길 뿐. 하지만 영화에 나왔던 그 길 바로 옆에는 바로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는 것은 모르고 있었던 사실.
푸른 들판과 함께 뻗어 있는 돌담길을 보는 것만으로는 좀 심심할 수 있지만, 바다와 어우러진 경치라서 정겨울 수 있는 곳이다.
이건 뭐지? 아직도 여기가 뭐 하는 곳인지 잘 모르겠다. 돌담길 바로 옆에 바다를 내려다보며 서 있는 작고 초라한 집 하나.
방 안엔 최신형 티비 하나만 덩그라니... 티비 보는 곳인가? ㅡㅅㅡ;;;
그 집 앞 풍경. 노을 지면 더욱 예쁠 듯.
돌담길과 돌 바닥 길. 산과 바다도 푸르지만, 길도 참 고운 곳이다.
길 따라 쭉 올라가보면...
이건 좀 유치한 듯... ㅡㅅㅡ;;;
집은 예쁘네. 봄의 왈츠 촬영을 위해 세워진 유럽풍 세트장이란다. 사실 여기 오기 전까지는 여기가 봄의 왈츠 촬영지라는 것도 몰랐다. 그냥 길 걷다가 우연히 보게 된 것. 하긴 뭐, 그 드라마 본 것도 어쩌다 한두 번 본 것 밖에 없으니까... 어쨌든 세트장 문 앞에는 자율적으로 입장료 내는 곳이 있고, 원한다면 저기 테라스까지 가서 기웃거려 볼 수도 있다.
계속 길에 이끌려 어디론가 흘러가고 있음. 산과 들판과 반짝반짝 빛나는 바다가 너무 예뻐서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걷고 있는 중.
우왕 워낭소리~ ㅡㅅㅡ;;;
길, 길, 길. 청산도의 첫인상은 푸른 산, 파란 바다, 초록 들판, 그리고 길. 산책하기에 정말 예쁘고 즐거운 길이 펼쳐져 있는 곳. 어쩌면 이런 길을 걸으면 소리가 절로 나올 법도 하다. 아마 그래서 서편제를 여기서 찍은 건지도 모르고. 그냥 나 있는 길을 따라 흘러가기만 해도 즐거운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