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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란사, 고란정, 고란초 - 부여 200806 2/4국내여행/충청도 2009. 4. 22. 15:21
부소산성은 흙과 함께 일부가 돌로 축조된 복합식 산성으로, 삼국사기에서는 사비성, 소부리성으로 기록되어 있다. 이곳은 538년에 웅진(지금의 공주)에서 사비(지금의 부여)로 천도하여 나당연합군에 의해 멸망할 때까지 123년 동안 백제의 중심으로 자리를 잡고 있던 곳이다.
지금은 사실, 백제적인 무언가를 찾아볼 수는 없었다. 커다랗고 화려한 궁전이 남아 있는 것도 아니었고. 그래도 옛 백제의 중심지에서 백마강을 내려다 보는 것만으로도 이 곳은 충분히 찾아갈 만 한 곳이다. 게다가 낙화암처럼 말로만 전해듣던 옛날 이야기들의 현장을 직접 눈으로 본다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 되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낙화암 말고도 꼭 보고가야 할 곳이 있다. 바로 고란사.
고란사는 백제 말기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될 뿐, 자세한 기록은 없다. 백제 왕들의 정자였다고도 하고, 궁중의 내불전이었다고도 하고, 낙화암에서 몸을 던진 궁녀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고려시대에 지어진 사찰이라고도 한다.
어떤 것이 역사적으로 정확히 맞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우리같은 일반인에게 중요한 것은 그런게 아니다. 고란사보다도 고란정의 샘물이 더 중요한거다~!!! ㅡㅅㅡ/
조그마한 고란사 앞뜰을 지나 절 옆쪽으로 들어가면, 절벽 아래 '고란정'이라는 푯말을 붙여놓은 조그마한 지붕 하나가 나온다. 그 지붕 아래로 들어가면 이렇게 바위 틈에서 솟아나오는 샘물을 마실 수 있다!
고란정(皐蘭井)이 뭔지 모르는 분들도, 아마 어릴 때 이런 전설을 들어 본 적 있을 테다.
옛날에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한 집에 살고 있었는데, 어느날 할아버지가 나무 하러 산에 갔다가 샘물 하나를 발견했다. 그 때 산신령이 펑 하고 나타나더니 이렇게 말 했다. '이 샘물을 마시면 한 모금에 일 년씩 젊어질 것이다'. 그래서 할아버지는 좋아라 하면서 샘물을 마시기 시작했다.
한편 집에서 기다리던 할머니는 해 질 녘이 되었는데도 할아버지가 돌아오지 않자, 걱정이 되어 산에 올라갔다. 할아버지를 찾아서 이리저리 다니다가 어디서 애기 우는 소리가 들려서 가 봤더니, 샘물 앞에 애기가 울고 있더라는 전설 (결국 할아버지가 샘물은 엄청 퍼 마셔서 애기가 됐다는 거).
자~ 한 모금에 일 년 씩인거다~!!! 음화화화화화화~~~!!! (나 이제 십대됐다~! 만세~ ㅡㅅㅡ/)
고란정 주변에는 고란초라는 약초가 많이 난다고 한다. 한방에서 실제로 쓰는 약초라고 한다. (나는 못 봤다. 보고도 뭔지 모르고 지나쳤을 가능성이 높지만)
이 고란정과 고란초에 얽힌 다른 이야기가 하나 있다 (이건 그리 재미있지는 않다). 백제 왕들도 신하들을 시켜 고란정의 샘물을 떠 오게 해서 즐겨 마셨다고 한다. 그런데 맨날 여기까지 물 한 그릇 뜨려고 오락가락 하는 것도 귀찮아서 중간에 아무데서나 물을 떠 간 사람이 있나보다. 백제 왕들은 고란정에서 떠 온 물이라는 표시로, 고란정 주위에 나는 고란초를 물에다 띄워서 가지고 오라고 시켰다고 한다. (지가 직접 가서 떠 먹으면 될 것을. ㅡㅅㅡ;)
우왕~ 고란정 샘물을 마시고 어려지니깐 세상이 참말로 아름다워 보여요~ ^ㅁ^/
배를 타고 오면 고란사로 더 쉽게 갈 수 있다. 정문으로 걸어서 가도 그리 먼 거리는 아니다.
사실 옛날 어릴 때부터 나는 고란사가 어떤 곳일까 궁금해서 가 보고 싶었는데, 그건 어떤 밴드(혹은 메탈그룹)의 노래 하나 때문이었다. 아시는 분들은 다 아시는, 한국의 전설적인 밴드 '블랙홀'의 노래, '고란초의 독백'.
고란사에 들어서면서부터 내 귓가를 막 울리던 노래였다. 고란사를 찾기 전에 꼭 한 번 들어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인터넷 뒤져보면 스트리밍으로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여기서는 가사만 소개해 드리겠다.
고란초의 독백 - 블랙홀 노래
맑게 개인 날이어도 눈뜨고 싶지 않아
아름다운 소리라도 듣고 싶지가 않아
눈 비 바람 몰아쳐도 나는 애써 견뎠어
모두 태워 지웠어도 나를 지울순 없어
홀로 간직한 기억 꽃이 떨어지던
홀로 지켜온 사랑 백제의 마음
고란사의 종소리도 묻혀 버리었지만
가느다란 나의 몸은 바위틈에 남았어
온몸으로 눈물짓는나의 이름 고란초
백마강 선착장은 어찌 생겼나 한 번 내려갔다가 '별 거 없네'하고 다시 올라가는 길. ㅡㅅㅡ;
고란사를 뒤로 하고 다시 부소산성 안쪽으로 발길을 옮긴다.
부소산성은 대체로 이런 식의 토성(土城)이다. 이런 길을 따라 쭉 걸어가면 숲 냄새도 맡을 수 있어서 좋긴 한데, 잘 못 가면 가다가 길이 뚝 끊어질 수도 있으니까 길치에겐 권하지 않는다. ㅠ.ㅠ
부소산성 안에 있는 삼충사. 백제의 충신이었던 성충, 흥수, 계백을 기리기 위한 사당. 평소에는 딱히 볼 거리가 없기 때문에, 내부의 잔디와 사당이 어우러진 모습을 둘러보면 되겠다.
평소에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곳이라 그런지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내가 들어가니까 근처 관리소에서 사람이 나와서 내가 나올 때까지 보호(?) 해 주었다. 아무래도 숭례문이 불에 탄 이후로 그렇게 감시, 감독을 철저하게 하게 된 듯 하다.
삼충사를 끝으로 쭉 걸어 나오니 부소산성 입구에 도착했다. 이 쪽 입구에는 큰 문이 하나 있지만, 마침 비가 많이 와서 사진은 생략. 쓸 데 없는 공예품 판매장 사진이나 찍고 (여기는 부소산성 내부가 아니고 바깥임). ㅡㅅㅡ;
큰 길 따라서 제대로 가면 부소산성 입구에 이르기 전에 이런 이정표를 볼 수 있다. '구드래 공원'에서 고란사 쪽으로 가는 유람선을 탈 수 있다고 한다.
여기는 정림사지 박물관. 물론 정문이 아니다 (왜 난 항상 쪽문을 먼저 발견하지? ;ㅁ;).
정림사지에는 정림사지 5층 석탑이 있다. 부여에 가면 정림사지도 꼭 둘러보라고 하던데, 웬지 내키지 않아서 그냥 지나쳤다. 박물관 안으로 들어가면, 그 유명한 '정림사지 5층 석탑'이 있고, 박물관 내부에는 석탑이 어떻게 만들어 졌는지 등의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다.
'음... 아무것도 없네~'. 쪽문으로 그냥 이렇게 내부를 훔쳐보는 것으로 관람 끝~. (이렇게 보면 석탑도 보일 줄 알았더니... ㅠ.ㅠ)
부여에서 버스는 안 타도 돼요~ 사실, 잘 오지도 않아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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