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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남지와 서동요 - 부여 200806 4/4국내여행/충청도 2009. 4. 22. 17:22
'서동요'라는 드라마로도 제작되었던 백제 30대 무왕 이야기는 아마 다들 익히 아실 테다.
그 '무왕'의 이름은 원래 '장'인데, 집이 가난해서 어릴 때부터 마를 캐다 팔아 살림을 도왔다고 해서 '서동'(마 캐는 아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서동의 출생의 비밀(?)이 있는 곳이 바로 이 궁남지이다.
한 여인이 이 연못가에서 살다가, 이 연못의 용과 관계를 맺어 낳은 애가 바로 이 서동이라 한다.
그 이야기를 생각하며 연못을 보다보면, 용이 나올 것 같은 느낌이 조금 들기도 한다.
어느날 서동은, 신라 진평왕의 셋째 딸 선화공주가 그렇게 예쁘다는 말을 듣고는 무작정 서라벌로 떠나갔다. 진짜로 말만 듣고 간 건지 어찌 된 건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찾아가서 보니까 이름만큼이나 진짜로 이쁜거라. 그래봤자 지가 어쩌겠나, 찢어지게 가난한 집안에다가 외국인인데.
그래서 한 여인의 팔자를 뒤바꿔 놓을 노래를 지어 불러 퍼뜨렸는데, 이게 바로 '서동요'다.
"선화공주니믄/남그스기/얼어두고/서동 방으로 밤에 몰래 안겨 가다"
현대판 해석: "선화공주는 남 몰래 시집가서 서동을 밤에 몰래 안고 간다."
이런 노래가 나도니까 선화공주 행실이 나빠서 그렇다며 궁궐에서 내쫓고, 그걸 가운데서 탁 가로채서 지 여자로 만든 서동. 이것 참, 똑똑하다고 해야할 지, 교활하다 해야할 지. ㅡㅅㅡ;
그렇게 선화공주를 백제로 데리고 가서 살림 차리고, 처가 쪽에도 돈 좀 갖다 주니까 좋아하더라. 그러고는 어찌어찌 평판 좋아지고 해서는 백제의 왕이 되었다라는 이야기.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좀 빼 내더라도, 참 드라마틱하게 살았다는 것만은 틀림 없는 분이다. 세상 그렇게 재미있게 신나게 살아야 하는데 말이지. 하지만 나도 이참에 어디 가서 서동요나 지어 불러 볼까 생각하신다면, 아서라, 요즘 그러다가는 명예훼손으로 큰일나고 쪽박차기 딱 좋다. ;ㅁ;
배를 띄워 뱃놀이를 즐겼다는 이야기를 상기시켜 주기 위한 목적인지, 한 쪽 옆켠에 배도 하나 만들어 놓았다.
하염없이 뿜어져 나오는 분수. 분수를 잘 못 쓰면 좀 없어보이기도 하는데, 여기는 적절하게 잘 사용했다. 연못 한 가운데 있는 섬(?)과 정자가 더욱 돋보이는 효과가 있었다.
이 다리는 좀 중국스러운데... 내가 잘 몰라서 그런 건가...
어쨌든 궁남지는 이렇게 생겼다. 한 쪽 옆에 마련된 벤치도 나름 운치있고. 오랜만에 버드나무를 본 것도 좋았고. (옛날엔 시골에 버드나무도 많이 보였는데, 요즘은 참 보기 힘든 나무다)
이렇게 부여 당일치기 여행 끝~. 다시 왔던 길 걸어서 부여시외버스터미널로 가면 된다. 비가 와서 더욱 즐거웠던 여행이었다. 궁남지도 비하고 잘 어울리는 곳이었고. 시간이 모자라거나, 돌아다니기 귀찮다면, 부소산성은 안 보더라도 궁남지는 꼭 한 번 둘러보라고 추천하고 싶은 곳.
나중에 들어보니, 궁남지는 밤에도 조명이 비춰져서 예쁘다고 한다. 다른 지역에서 부여를 방문하는 사람들이라면 야밤의 궁남지를 보려면 별 수 없이 하룻밤을 묵어야 할 테다. 이 때 유용한 곳이 부소산성 근처에 있는 유스호스텔. 일인당 하룻밤 도미토리 가격이 만 오천 원 정도라고 한다.
도미토리는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방을 써야 하는 건데, 아마도 개인별로 침대가 주어지지 않을까 싶다. 자세한 것은 '삼정부여 유스호스텔'로 검색해 보시기 바란다. 우리나라 유스호스텔들은 수학여행, 수련회 등 단체로 숙박하는 애들이 있을 수 있다는 위험이 항상 도사리고 있으니까 잘 알아보고 가야한다. ㅡㅅ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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