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 왓 동쪽편, 큰 호수 옆쪽에 자리잡고 있는 '쁘레 룹((Pre Rup)'은 '육신의 그림자'라는 뜻을 가진 사원으로, 장례의식을 치뤘던 사원으로 추정되는 곳이다. 10세기 후반에 지어졌을 거라고 추정되는 이 건물은, 건물 전체가 붉은빛이 감도는 벽돌과 라테라이트(홍토)로 지어졌다. 그래서 해 뜰 무렵에 보면 더욱 아름답다고 한다.
건물과 마찬가지로 이 근처 토양 또한 붉은빛이 감돈다. 마치 화성에 온 듯 한 느낌 (화성 가보진 않았지만).
'쁘레 룹'은 많이 훼손된 상태라서 어떤 용도의 사원인지 정확히 알지는 못한다. 단지 장례의식 용으로 사용되었을 거라는 추측 뿐. 장례의식으로 사용된 건물이라고 생각하고 걸어보면 웬지 조금 음산하고도 고요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잉카, 마야 문명권에서 볼 수 있는 피라미드와도 비슷하게 생겼다. (기분 탓인가 ㅡㅅㅡ;)
이곳 계단은 앙코르 유적의 다른 계단들보다는 오르기 양호한 편이다. 그래도 역시 그리 수훨하기만 한 것은 아니고. 앙코르 유적을 제대로 둘러보려면, 가기 전에 미리 등산으로 체력단련을 조금 하시기 바란다. (농담 겸 진담)
꼭대기에 올라와보니... 오오, 뭔가 특이한 느낌. 이거 정말 깨끗했을 때는 어떤 느낌이었을까 무지 궁금해졌다. 혹시 앙코르 유적들을 컴퓨터그래픽으로 모두 다 복원하는 프로젝트는 없었을까. 있다면 한 번 보고 싶은데...
한낮의 땡볕이 따갑고 뜨겁지만, 사원 꼭대기 그늘에 있으면 기분좋은 상쾌한 바람이 불었다. 이런데서 책 읽거나 낮잠자기 딱 좋은데, 가만히 있다보면 은근히 추워지기 때문에 낮잠 자다가 감기 걸릴 지도 모른다. 게다가 몸부림 치다가 굴러 떨어지면... 아, 걱정 마시라, 여기가 바로 장례의식 치르는 사원이니까... ㅡㅅㅡ;;;
잠시 쉬어간 곳. 동남아 쪽이 거의 다 그렇듯, 캄보디아 쪽도 많이 더운 편이다. 더군다나 앙코르 유적지는 딱히 그늘이 될 만 한 것이 없어서 햇볕이 더욱 따갑게 느껴진다. 딱 3일만 대낮에 열심히 앙코르 유적지를 둘러봐도 살은 이미 타 있을테다. 그나마 습도가 높지 않아서 그늘만 들어가면 금방 시원함이 느껴진다는 게 다행스러운 일.
쁘라삿 끄라반(Prasat Kravan). 사진에 보이는 쪽은 뒷편이고, 앞쪽에는 각각의 탑마다 입구가 나 있다. 내부에는 '비슈누'와 '락슈미'(시바의 아내)의 모습이 조각되어 있다고 하는데, 다른 앙코르 유적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라고 한다. 언뜻 보이는 겉모습도 다른 유적들과는 좀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데, 무슨 용도인지는 아직 밝혀내지 못했다고 한다.
나름 호기심을 자극했지만, 너무 더워서 대충 탑 주변을 한 바퀴 돌아보는 것으로 마감. 입구를 통해 탑 내부를 빼꼼히 들여다 볼 수는 있었지만, 너무 깜깜해서 제대로 구경하기는 좀 힘들었다.
쓰라 쓰랑(Srah Sraeng). 폭 300 미터, 너비 700 미터 크기의 큰 호수로, 왕의 목욕탕이라고 한다. 아니 뭔 목욕을 어떻게 했길래... ㅡ.ㅡ;;;
목욕이라기보다는 경치를 보며 술잔을 기울인다거나, 시녀들과 물 속에서 추격자 놀이를 한다거나, 그런 용도로 쓰였을 듯 하다. 아니면 차라리 수영장이라고 하는 편이 나을 듯 (하긴 뭐 수영하다가 때 벗기면 목욕탕이지).
요즘은 관리를 안 해서 그런지 목욕탕 치고는 더럽다. ㅡㅅㅡ;;;
자, 이게 목욕탕이다. 따뜻한 물은 어떻게...? ;ㅁ;
'쓰라 쓰랑' 호수(목욕탕) 맞은편에 있는 '반띠아이 끄데이 (Banteay Kdei)'. 입구는 괜찮아 보이지만, 내부는 거의 폐허 상태이고, 무슨 용도로 지어졌는지 기록된 것도 없고 해서, 무슨 용도의 건물인지 전혀 알 수 없다고 한다. 마치 정원 있는 집 같은 분위기. 폐허지만, 출입구 탑에 새겨진 사면상의 미소처럼 온화한 느낌의 유적이다. 볼거리가 크게 많지는 않지만, 유적 안쪽에 있는 빈 공터에서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도 자리 잘 잡고 앉으면 허물어진 돌 틈에서 조용하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