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엠리업에서 삼 일간의 앙코르 유적지 관광을 마치고 다시 방콕으로 돌아가는 날. 삼 일 동안 우리를 태우고 씨엠리업에서 앙코르 유적을 오간 택시를 타고 국경까지 가기로 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냥 씨엠리업에 쭉 머물면서 앙코르 유적이나 일주일 내내 보고 있을 걸 하는 후회가 들기도 하지만, 그 때 당시는 너무 순식간에 너무 많은 것들을 보니까 마치 모든 걸 다 본 것처럼 느껴졌다. 더위에 적응도 잘 안 됐고, 비행기표도 이미 예약되어 있어서 일찌감치 태국으로 넘어가야만 할 것 같았고. 첫 동남아 여행이었으니까 뭐.


아 이런 집에서 살고 싶어라. 지금 즘이면 이 숙소도 많이 비싸졌겠지.



아침일찍 일어나 국경으로 간다. 씨엠리업 시내 근처는 아스팔트지만, 조금만 벗어나면 비포장도로. 붉은 흙으로 뒤덮여있는 화성같은 길을 달려가는데, 앞에서 차가 두 대만 지나가도 흙먼지때문에 앞이 안 보인다. 세차 해봤자 별 소용 없는 동네. 튀어오른 돌맹이에 앞유리만 안 깨지면 다행.



주유소. 깔대기를 대고 기름을 붓는다. 씨엠리업 시내에 있는 제대로 된 주유소보다 이런 조그만 가게에서 파는 기름이 아주 조금 더 싸다고 한다. 싼 것도 싼 거지만, 이런 작은 가게들에서 물건을 사 줘야 한다는 철학을 가진 젊은 택시기사.

지금 캄보디아는 대학까지 가봤자 별 소용도 없다며 일찌감치 택시기사를 택했다고 했던 이십대 중반의 청년. 바라는 게 있다면 한국어를 배우는 건데, 씨엠리업에 있는 한국어 가르쳐 주는 곳은 종교를 바꾸라고 강요하기 때문에 싫다고 했다. 봉사라는 이름의 사업활동 말고, 정말 아무것도 바라는 것 없이 말 그대로의 진짜 '봉사'를 하는 사람들이 좀 늘면 좋을텐데.



국경마을 뽀이뺏(Poipet) 도착. 두 번째 오는 거라 그런지 첫날보다는 익숙한 느낌이다. 여행을 다니면서 가장 두려운 일은, 익숙한 곳이 점점 늘어간다는 것.





묵고있던 숙소에서 미리 방콕행 버스 바우처를 끊어왔다. 뽀이뺏에는 카지노들이 많이 있고, 그 카지노에서 운영하는 버스가 많이 있다. 그 버스를 타고 방콕까지 가는 건데, 국경에서 직접 끊어도 되긴 된다. 상황에 따라 자리가 없을 수도 있고, 바가지를 쓸 수도 있지만.



국경 근처에서는 많은 어린아이들이 떼를 지어 구걸을 하고 다녔다. 밥 때가 되면 저렇게 길거리에 앉아 밥을 먹었다. 하지만 이 동네에선 길거리에 앉아 밥을 먹는게 꼭 불쌍한 건 아니다. 일반인들도 노점에서 밥을 사서 길거리에 앉아 밥을 먹기도 하니까.



별 특징 없는 길목이었는데, 딱 이 자리에서 많은 아이들이 밥을 먹었다. 밥맛이 좋아지는 명당 자리인가보다.



카지노 쪽에서 운영하는 버스. 이쪽 국경마을은 씨엠리업 쪽으로 넘어가려는 여행객들도 많이 가지만, 카지노를 즐기러 가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그보다는 그냥 태국 체류기간 연장을 위해 잠시 넘어갔다 다시 들어가는 사람들이 더 많다. 살짝 말을 걸어보면 대체로 직업은 영어강사.

 





뽀이뺏에서 낮에 탄 버스는 해 질 녘 즘 되어 방콕에 도착했다. 아마 북부터미널에 도착했던 것 같다. 거기서 씨암(Siam)까지 전철로 이동하고.





그래서 마침내 카오산. 이 때만 해도 카오산이 카오스로 느껴지면서 그냥 길거리만 걸어다녀도 재밌고 그랫는데...





어쨌든 이제 캄보디아는 끝. 카오산 좀 돌아다니다가 숙소 잡고 멍하니 누워 있으니까, 앙코르 와트가 꿈이 아니었나 싶은 생각도 들고. 씨엠리업보다 더운 방콕 날씨도 못 참겠고. 방콕으로 넘어온 게 그리 달갑지만은 않았던 상황.

Posted by 빈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