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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즈넉한 대낮의 치앙마이 사원들 - 태국, 캄보디아 200412 - 28
    해외여행/태국 캄보디아 2004 2009. 5. 10. 23:38
    치앙마이(Chiang Mai)에는 수백 개의 사원들이 있다. 과장이 아니라 진짜로 그렇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크고 작은 사원을 모두 합치면 약 300~400개 정도 될 거라 한다. 사원이 그리 많으니 골목을 한 번 돌 때마다 새로운 사원을 하나씩 만날 수 있을 정도다. 

    태국에서 여러 사원들을 둘러보다 보면, 처음엔 놀랍지만 나중엔 다 비슷비슷 한 것 같고, 급기야 구경하기도 지칠 지경에 이른다. 그러니까 이런 사원들에 특별한 관심이 없다면 그저 대표적인 사원 몇 개만 대충 보는 게 낫다. 너무 많이 구경해서 지쳐버리면 여행 자체가 시들해 질 수도 있으니까.


    치앙마이의 어느 길 가에서 그림을 그려서 팔고 있는 사람 모습. 치앙마이에서는 이렇게 바깥에 나와서 그림을 그리고, 그 그림을 바로 판매하는 사람들이 꽤 많이 있다. 가난해도 저런 식으로 하고싶은 일 하면서 살 수 있다면 아마 행복하지 않을까. 내가, 그리고 우리가 이런 삶을 부러워만 하면서 선뜻 행동에 옮기지 못하는 것은, 백만가지 핑계를 대더라도 결국은, 욕심 때문이다. 근데 문제는 알면서도 버리기 어렵다는 것. 저 정도 되면 거의 도인이지 뭐. ㅡㅅㅡ;



    '왓 째디 루앙' 내부, 커다란 금불상이 위엄있는 모습으로 서 있었다. 그 규모만큼이나 사람들도 많았는데, 현지인들이 절을 하고 있는데 그 앞에서 사진 찍는다고 왔다갔다 서 있는 서양인들이 좀 얄미워 보였다. 하지만 현지인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일에 열중했다.



    '왓 쩨디 루앙 (Wat Chedi Luang)'이라는 사원 안에 있는 쩨디. '왓'은 사원이라는 뜻, '쩨디'는 부다의 부장품이 모셔져 있는 탑을 뜻하고, 그렇지 않으면 '파고다'라는 이름이 붙는다.

    이 쩨디는 1401년에 세워져서, 16세기 중반에 큰 지진으로 손상되는 바람에 지붕이 반토막이다. 그런데 저런 모습이라서 더욱 아름답고 신비해 보이는 것 아닐까 싶기도 하다. 부숴진 것, 버려진 것, 고장난 것도 그 모습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의미를 부여한다면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지 않을까. 부숴졌다는 이유만으로 쓸모없는 것이 되지는 않으니까, 아니 오히려 부숴졌기 때문에 더욱 소중한 것이 될 수도 있으니까. 그러니까 사랑에 부숴진 마음도 잘 간추려서 다독이면 아름다워질 수도 있다. (어째서 결론이 이런 쪽으로?)



    사원 한 쪽 옆에는 승려들과 대화를 하고 가라는 안내문이 보였다. 그냥 보고 가버리면 섭섭할거라는 문구가 함께 쓰여 있었다. 안내문에 쓰여진 글귀가 재밌길래 한 번 가 봤더니, 이미 스승과 동자승들이 뭔가 열심히 대화중이라 끼어들 수가 없었다 (태국어로 대화중이었으니까! ;ㅁ;).



    이 동네도 마을 곳곳에 개들이 어슬렁어슬렁 돌아다닌다. 낮에는 저 모양으로 다들 길거리 아무데서나 디비 자고, 밤이 되면 일어나서 독기 가득한 눈빛으로 거리를 돌아다닌다. 인적 드문 곳에서 개를 만나면 조심해야한다. 태국 개들은 무섭다. 특히 시골로 갈수록 위험하다.





    입구가 예쁘다. 그런데 이름은 모르겠다. ㅡㅅㅡ;
    사원 건물 앞에는 어김없이 신발 벗고 들어가라는 푯말이 보인다. 뭐, 엄청 비싼 명품 신발이 아닌 이상 도둑맞을 걱정은 별로 없지만, 그래도 개가 물고 갈까봐 걱정이 된다면 비닐봉지를 미리 준비해 다니자.









    '왓 프라 씽 (Wat Phra Sing)'. 1345년 지어진 것으로, 치앙마이에서 꼭 봐야하는 사원이라고 해서 찾아간 곳. 소문대로 사원도 아름답고, 사원 주변에 재미있는 볼거리(?)들도 꽤 있었다.





    사원 한쪽 구석 그늘 아래서는 한 아저씨가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그림에 반했는지, 그림 그리는 모습이 신기해서인지, 한참을 서서 구경하던 모녀의 모습이 더 인상적이었다. 온도가 높고 습기가 없어서 그런지, 물감이 금방 마르는 것도 인상적이었고. ㅡㅅㅡ;



    바나나가 있어도 잠이 더 좋아요~ 바깥이 시끄러워도 상관 없어요~ 데이트 할 시간에 잠을 잡시다~ 잠이 좋아, 잠이 좋아~~~





    무슨 소원이 저리도 간절할까, 두 소녀가 한 낮의 땡볕 아래서 한참동안 절을 하며 뭔가를 열심히 빌고 있었다. 사실 결과만 놓고 따지자면 아무 쓸 데 없는 짓이다. 세상엔 간절히 빌어도 이루어지지 않는 것들이 많기 때문에. 하지만 간절했던 그 순간, 그 바램, 그 기억, 그 기분이 그대로 남아서, 살아가는 동안 그것들이 어떤 힘이 되어줄 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니까 안 하는 것보다는 낫겠다. 더군다나 어린 소녀들이 이러고 있으면 예쁘지 않은가. ㅡㅅㅡ/



    12세기 때 태국 북부지역을 지배했던 세 왕조, 쑤코타이, 파야오, 란나 왕들의 동상. 셋이 평화롭게 나라를 유지했다는 상징적인 모습이라 한다.



    '왓 프라 씽' 안에 있는 작은 불당인 '위한 라이 캄 (Vihan Lai Kham)'. 이 안에는 치앙마이에서 가장 중요한 불상인 '프라씽'이 모셔져 있다.



    사원 앞에서 새인지 닭인지를 팔던 부부. 처음엔 새를 이용해서 점 치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그냥 파는 거였다. 개들이 옆에서 군침을 흘리고 있는 모습. ㅡㅅㅡ;;;
     


    사진을 대충 정리하다보니 사원을 많이 소개하지 못 했는데, 너무 많이 봐봤자 별 도움도 안 된다. 더 보고싶은 분들은 치앙마이를 가시라. 옛 모습 그대로 남은 성벽으로 둘러싸인 고풍스러운 마을 안에, 고즈넉한 사원들이 반짝반짝 빛나는 모습을 보면서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거리를 싸돌아다닐 수 있으니까. 구경하다 지치면 길 가의 노점이나 노상에 펼쳐놓은 의자에 앉아 쉬어가면 되고. 그렇게 한량처럼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해도 재미있다. 크게 감탄할 만 한 것을 꼽으라면 솔직히 마땅한 게 없지만, 발걸음을 옮기다보면 은근히 알 수 없는 매력에 빠져드는 곳이 바로 치앙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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