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여행기(?)를 읽기 전에, 전편을 읽지 않으신 분은 먼저 전편부터 읽어 보세요.
이어지는 글이거든요.

전편: 2010 광주 빛 축제를 찾아서 금남로로!

 
전편에서 황당하게 일차 시도를 끝마쳤죠.
근데 어떻게 기어나온 일정인데 이대로 쉽게 물러설 수 있겠어요.
다시 공식사이트에서 출력해 온 지도를 봤어요.

오호라~ '빛축제'는 '금남로 일원' 이라고 돼 있어요.
금남로에서 일 원을 내면 빛축제를 볼 수 있다는 뜻은 아닐테고,
일원은 아무래도 '일정한 범위의 지역'이라는 사전적 의미겠죠.

그래서 지도에 표기된 지역(금남로4가역-문화전당역) 근처를 둘러보았어요.
일단 이 지역에서는 '구 도심'이라 불리는 상가밀집지역이 먼저 눈에 들어오더군요.
아무래도 축제니까 사람 많이 오가는 곳에 뭔가 있지 않겠어라는,
아주 상식적이고 일반적인 발상을 하고 이 지역을 돌아다녀봤죠.


큰 차길 안쪽으로 들어가면 어느 도시에서나 볼 수 있는 번화가 모습이 펼쳐져요.
아무래도 사람도 많이 다니니까 이런 쪽에 빛축제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거에요.



앗! 불 켜 졌다, 불 켜 졌다! 저기 상가에 불 켜 졌다!!!
혹시, 설마, 우씨, 된장, 저걸로 빛축제라고 하진 않겠죠? 
아직 초입이니까 진정하고 길을 더 걸어보기로 해요.
그래도 일단 예쁜 아낙들이 많아서 좋긴 해요. ㅡㅅㅡ;



우왓~ 여기도 불 켜 졌다! 저기도 불 켜 졌다! 거기도, 요너머도, 저너머도, 저~건너편도!!!
우왕우왕 상가들의 불빛들이 합쳐져서 빛의 향연이 펼쳐지려 하네요.

... 하지만 이런건 명동에서 질리도록 보고 온 거다.
명동쪽에서 회사를 몇 년 다녔는데... ㅡㅅㅡ+



축제라서 먹거리 파는 노점들이 있는 건 아닌 것 같고...
(아닌 것 같고가 아니라 아님. 사실 나 여기 몇 번 와 봤음. ㅡㅅㅡ)

뭐니 이거, 설마 여기도 없는 거니? 여기도 허탕?
이러면서 털레털레 걸어가던 중...



우왕, 우왕, 우왕~~~!!!
드디어, 아기다리고기다리던 빛축제의 현장에 도착했어요~!!!
상가들 사이에 노란색 전등이 주르륵 달려 있네요~

약 오십여 개의 노란 전등이 주르륵 달려서
빛축제가 전설이 아님을 알려주고 있었어요.

근데, 전등 오십 개가 전부인가?
하고 조금 더 걸어갔더니...



조금 더 걸어갔더니 또 노란전등 오십여 개가 보여요~ 우와~
이제 여기만 지나면 본격적인 빛축제 현장이 나타나는 걸까요~?

아, 이렇게 빛축제 현장을 와서 노란전등 덩어리들을 보니깐
정말 너무너무 즐겁고 기쁘고 아름답고 좋아요~ 꺄아아악~~~!!!
...이럴 줄 알았냐 요.

마음 속으로 설마 이게 끝이 아니겠지 하고 있었다요. ㅡㅅㅡ



기대기대하며 이 일대의 큼지막한 길들은 모두 다 돌아다녔어요.
그래봤자 몇 블럭 안 되기 때문에 삼십 분 정도면 다 돌 수 있어요.



근데, 근데, 근데...
그 노란 전등 말고는 아무것도...!!! OTL



다시 큰 길 가로 나와서 조그만 공원으로 갔어요.
여기도 별달리 특별한 건 없어요.

다리 아파서 앉으려고 했지만 껌 좀 씹을 것 같은 아낙들이 무서워서
옆에 앉았어요. ㅡㅅㅡ/

은근슬쩍 말을 붙여 보았어요.
"이 근처에서 빛축제가 열린다던데 어디로 가면 되나요?"

그랬더니 의외로 상냥하고 다정한 목소리로 내 귓가에 속삭여줬어요.
"몰라요."



큰 길 건너 '예술의 거리'라는 곳으로 가봤어요.
여기는 가끔 자장면 먹으러 찾아 오는 곳이에요.

길거리에 루미나리에가 설치되어 있지만,
저 시설물은 예전부터 있었던 거에요.
이걸 가지고 빛축제한다 하면 안 되는 거죠.

금남로 일대라고 했으니까,
혹시 이 동네로 오면 뭔가 있지 않을까 해서 와 봤는데,
결과는 처참해요.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OTL


아무리 동네잔치지만 너무하네요.
무슨 무슨 '축제'라고 이름붙여진 곳 꽤 가 봤는데, 이런건 처음이에요.
안내판 하나 붙여진 것 없고, 안내요원도 없을 뿐더러,
보통 이런 축제 하면 뭔가 안내부스와 안내지도같은 것
당.연.히 있겠지 하고 간 건데 정말
아.무.것.도.없.었.어.요.


너무 많은걸 기대했던 것 같아요.
노란 전등 몇 개는 봤으니까 다행인걸까요.
그래도 좀 너무한다 싶은 마음, 어쩔 수 없네요.

제가 독특한 건가요?
저 아니더라도 광주 잘 모르는 타지인이 오면,
충분히 이럴 수 있을 것 같지 않나요?

기껏 구경하러 왔는데 치비 쓰고, 시간 쓰고, 발품팔고,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아무것도 보지는 못 하고.
이렇게 당하고 가면 어떤 생각 들겠어요.
'아, 다음에 광주에서 무슨 축제 한다 그러면 가지 말아야지!'

정말 너무해요, 너무해요, 너무해요, 너무해요, 시밤바.


Posted by 빈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