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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은 끝나지 않아야 아름답다 - 하프웨이
    리뷰 2010. 5. 5. 23:01



    영화 줄거리는 굉장히 단순하다. 홋카이도에 살고 있는 고3 둘이 연애를 하게 됐는데, 남자애가 도쿄에 있는 대학을 가려고 한다. 여자애는 그를 붙잡아 두고 싶은 마음과, 보내주어 자기 꿈을 실현하게 해 주어야겠다는 마음 사이에서 갈팡질팡한다. 남자애도 역시 곁에 있고 싶은 마음과, 가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어쩔 줄을 모르고 우물쭈물한다. 일종의 '사랑'과 '현실'의 대결이랄까.

    한국이라는 한정된 장소에서, 현대라는 한정된 시간을 전제로 둔다면, 정답은 이미 다들 알고 있다. 평생 이어질 지 어떨 지 알 수 없는 그런 풋사랑에, 인생을 전부 걸어버린다는 것은 정말 어리석고도 바보같은 짓이니까.

    사람들은 이런 예를 들 것이다. 그러다가 나중에 둘이 헤어지게 되면 어쩔래, 그러면 네 인생은 네 인생대로 망가지고 결국 남는 건 아무것도 없는 거야 라고. 혹은, 네가 도쿄로 가지 않고 눌러 앉아 보잘 것 없는 사람이 되어도 과연 사랑이 계속 유지될 수 있을까 라고. 그 외에도 '정답'을 암시해 줄 수 있는 예제들은 얼마든지 있다, 정말 널리고 널렸다.




    그러니까 영화인거다. 그래서 영화를 보는 거고, 그래서 영화가 존재하는 것이다. 우리가 잊고 지냈던 안타까운 과거들, 애써 외면했던 아픈 순간들, 그리고 어쩔 수 없는 현실때문에 포기해야만 했던 그 아름다운 눈물들을 위해서 말이다. 이런 영화를 보는 것은 단지, '아, 나도 그럴 때가 있었지'라며, 시간의 먼지 속에서 애써 힘겹게 미화시켜놓은 기억을 더욱 아름답게 포장하기 위함이다. 그래서 이 영화가 끝맺음 없이, 사랑의 과정만 세세하게 묘사하다가 끝나더라도 괜찮은 것이다. 아니, 그래야만 한다, 어떻게든 결론을 내 버리면 너무 허황되거나, 너무 현실적이게 돼 버리니까.

    다들 안다, 사랑만으로 먹고 살 순 없다. 그래서 한창 계산하지 않고 사랑할 수 있을 때는 현실 앞에서 좌절할 때가 많다. 그러다가 어느정도 안정되고 먹고 살 만 해 지면 다시 로맨스를 찾아 나서는 것이다. 그 때는 이미 불륜이라는 빨간 딱지가 붙어서 아름답기만 하지는 않게 되지만. 현실과 사랑은 그렇게 양립할 수 없는 평행선을 그으며 나아가기도 한다, 그러면서 적절히 타협하는 방법을 배우게 되고, 그것을 '사랑'이라 부르며 스스로 되뇌이고, 되뇌이고, 또 되뇌이면서 '이것이 인생'이란 자조섞인 말을 내뱉게 되겠지. 바로, 그것이 인생이니까.

    영화를 보면서 한없이 안타깝고 또 안타까웠다. 저들이 놓여있는 현실이라는 장벽은 도저히 나약한 인간들로는 뛰어넘을 수 없는 것이기에 안타깝고, 저토록 찬란했던 푸르른 순간들마저 그리 오래지 않아 끝맺음을 할 것이라는 사실에 안타까웠으며, 또 이미 결혼은 할 수 있겠지만 사랑은 할 수 없겠다는 현실을 접해버린 내 자신이 안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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